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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환의 인사이트] 손흥민이란 브랜드가 면죄부 될 순 없다

2019-01-26 오전 2:00:00 임기환

(베스트 일레븐)

손흥민은 한국 축구의 아이콘이다. 차범근-박지성 계보를 잇는 한국 축구의 명품 브랜드다. 심지어 두 선배를 넘을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제 28세로 접어든 손흥민은 지난해 아시안게임을 통해 군 면제를 받아 앞날이 창창하다.

그런데 최근의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에서 보이는 모습은 다소 아쉽다. 우리가 손흥민에게 기대하는 '영웅적 면모'를 찾아 볼 수 없기에 그 답답함은 이루 말할 수 없을 듯하다. 이 대회 저 대회에 시달리는 선수 본인의 마음이야 오죽하겠느냐만은, 밤잠 설치며 손흥민의 활약을 손꼽아 기다리는 팬들의 마음도 못지 않을 것이다. 아이콘은 아무나 될 수 없다. 아무한테나 주어지는 수사가 아니다. 한국 축구에선 손흥민 정도라야 들을 수 있는 찬사다. 손흥민은 꾸준히 증명했으며, 더 증명하리란 기대와 믿음을 한몸에 받고 있다.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랍에미리트(UAE) 아시안컵에 나선 손흥민은 아이콘의 모습과 거리가 멀었다. 소속 팀 토트넘 홋스퍼와 너무나도 대조적이었기에 아쉬움은 더 크게 다가온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이번 대회 첫 두 경기에서 필리핀과 키르기스스탄을 상대로 모두 1-0 신승을 거두며 공격에 대한 극심한 갈증을 느꼈다. 이 무렵 손흥민이 영국에서 날아왔다. 사람들은 박싱 데이 전후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를 정복한 슈퍼맨의 합류에 환호했다. 이제 한국의 아시안컵 여정이 꽃길이 될 줄 만 알았을 거다.

한국 대표팀 부임 후 무패 행진을 이어가던 벤투 감독은 대회 첫 두 경기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2연승이라는 결과론적 무난함에도 심리적으로 궁지에 몰린 벤투 감독에겐 확실한 승리가 필요했다. 손흥민이라는 카드는 그 목적을 이루기에 대단히 매력적이었다. 손흥민은 중국전에 모습을 드러냈다. 마르첼로 리피 감독이 이끄는 중국을 상대로 몸을 사려 뛰면서도 한 수 위의 클래스를 보이며 토너먼트를 기대케 했다.

그러나 토너먼트 두 경기에서 보인 플레이는 결론부터 말하자면 실망스럽기 그지 없었다. 손흥민 만이 능사는 아니지만, 한 경기에서 최소 한 두 번 정도는 수비를 흔들어 줄 것이란 기대는 경기를 보면 볼 수록 사그러져 나중엔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손흥민은 머리카락 뽑힌 삼손처럼 평범했다. 바레인전(16강)에서 4-2-3-1의 2선 중앙 미드필더 포지션을 고수한 손흥민은 상대에 전혀 위협적이지 않았다. 스피드와 마무리가 절정인 한 장의 카드를 다른 곳에 써버린 느낌이었다.

손흥민은 이어진 카타르전에선 본업인 왼 측면으로 돌아왔다. 벤투 감독이 2선 중앙에 황인범을 넣고 손흥민을 사이드로 돌렸다. 그러나 이번에도 어정쩡했다. 측면 공격수인지 중앙 공격수인지 분간 못 할 정도로 색깔을 보이지 못했고, 이는 그의 장점만 희석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체력이나 포지션 같은 문제를 논하기 전에 전반적으로 '기대 이하'였다.

손흥민은 출전한 세 경기에서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세 경기에 출전해 한 골도 넣지 못했다. 이번 대회 118골 중 손흥민의 골은 하나도 없다. 최대 장점인 슛부터 시원치 않았다. 체력이 저하된 건지 동기가 저하된 건지 지난해 아시안게임 때만큼 활동적이지 못했다. 온몸으로 열정을 토하던 그날의 손흥민을 떠올려 보라. 아시안게임에서 23세 이하 선수들을 상대로 재미를 봤던, 시쳇말로 '메시 놀이'도 통하지 않았다. 메시는 보통 선수들보다 적게 뛰어도 차이를 만들어 낸다. 손흥민은 그렇지 않다. 손흥민은 많이 뛰어야 차이를 만들 수 있는 선수다. 게다가 아시안컵은 아시안게임과 다른 무대다. 완성된 선수들이 완성된 조직력으로 임하는 완성된 무대다. 사력을 다해 덤비지 않으면 어렵다.

한국 축구엔 시기마다 '스페셜 원'들이 존재했다. 차범근과 박지성까지 가지 않더라도 황선홍, 최용수, 고정운, 홍명보 등 각 포지션마다 차이를 만들 줄 아는 선수가 있었다. 지금은 김민재 정도가 그 카테고리에 든다. 그 범주에 당연히 들어야 할 이름이 빠졌다. 손흥민이라면 대표팀에서만큼은, 더군다나 아시아 무대에서만큼은 '스페셜 원'이어야 한다. '스타 군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조력자였던 박지성은 대표팀에선 주연 역할을 당당히 해냈다. 하물며 세계적 선수가 즐비한 토트넘에서도 스타급인 손흥민이 대표팀에서 주연이 되는 데 매번 애를 먹는 건 아이러니하게 느껴진다.

손흥민은 소속 팀에서 쌓아왔던 브랜드 이미지로 인해 대표팀에선 프리미엄을 누려온 측면이 있다. '소속 팀에서 잘 하는 선수를 대표팀에서 쓰지 않을 수 없지 않느냐'는 얘기가 아니다. 손흥민은 실수하거나 부진하더라도 '손흥민이니까 그럴 수 있어' '손흥민이니까 괜찮아' 등의 격려 내지는 쉴드를 받았고, 반대의 경우엔 영웅적 이미지가 실제보다 과하게 씌워질 때도 있었다. 여기에는 물론 언론의 영향도 있겠지만, 그런 과정을 거쳐 손흥민의 '부진'은 '아쉬움' 따위로 축소되고, '활약'은 더 큰 긍정적 이미지로 격상되는 등의 프리미엄을 누렸다. 기본 실력이 워낙 출중한 손흥민이기에 가능한 얘기고, 스스로 쌓은 이미지의 덕을 본 것도 사실이다. 그럴 만한 자격은 있다. 두 번의 월드컵에서 세 골을 넣으며 국민에게 기쁨을 줬다. 다만 최근의 아시아 무대에서 손흥민은 상대의 내린 수비 라인에 꽤 오래 고전해 오고 있다. 이제 한국을 상대하는 많은 아시아 국가들은 '손흥민 봉쇄법'을 안다. 거기에 모든 해법이 있기 때문에 연구할 수밖에 없었다. 상대의 집중 견제에 시달리는 이 비극적 숙명도 손흥민이라면 벗어나야 한다.

어떤 분야든 성역이 되는 이름들이 있다. 예능의 유재석, 피겨의 김연아, 축구에선 박지성에서 손흥민으로 넘어가고 있다. 그러나 신성한 이미지가 주는 오류의 굴레를 벗어야 한다. 이름값을 떼어내고 바라 볼 필요가 있다. 선수가 언제나 잘 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못한다고 '아쉬웠다' '너무 혹사 당했어'라는 시각으로만 본다면 그것 또한 냉정한 평가는 아닌 것이다. 왜 유독 '체력'이라는 잣대는 손흥민에게만 관대한가. 왜 그 잣대는 다른 선수들에겐 적용되지 않는가. 손흥민을 바라보는 대중 인식엔 이중잣대가 만연해있다. 그리고 그 이중잣대에 손흥민이라는 이름값이 반영된 것은 아닐까. 삼성은 휴대폰 잘못 만들면 리콜하고 전량 폐기한다. 브랜드가 면죄부가 될 순 없다. 이번 대회 손흥민은 한국 대표팀 에이스에 어울리지 않았다.

글=임기환 기자(lkh3234@soccerbest11.co.kr)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gettyImages/게티이미지코리아(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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