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11 기자 클럽
손병하의 Injury...
김태석의 축구한잔
임기환의 人sight
안영준의 HERE IS...
조남기의 축크박스
김유미의 ALEGRE...
B11 객원 칼럼
이재형의 축구앨범
박공원의 축구현장
양정훈의 성지순례
Home > K리그 > 임기환의 人sight
           
[인사이트] ‘위치’ 아닌 ‘방향’을 보는 리더, 성남 남기일의 철학

2019-06-29 오전 12:51:00 임기환

(베스트 일레븐=성남)

성남 FC 남기일 감독을 인터뷰할 때마다 자주 등장하는 단어가 있다. 방향이다.

남 감독은 언제나 성남이 ‘어떤 방향’을 향해 가고 있다고 한다. 그 여정이 때론 험난하고 굴곡지고 때론 순탄하지만 성남이 가야할 방향성만큼은 흔들림 없다는 게 요지다. 성남이 이기든 지든 남 감독의 인터뷰 줄기에는 줄기차게 방향이 들어간다. 가지가 어디로 뻗든 맥락은 하나다.

성남과 남 감독에게 방향은 무슨 의미일까. 위치와 방향 모두 ‘어디’라는 개념이 담겨 있다. 그러나 남 감독은 위치를 섣불리 입에 담진 않는다. 대부분 방향을 이야기한다.

성남 담당으로 여러 번 취재를 하다 보면, 남 감독이 위치가 아닌 방향을 입에 담는 이유로 ‘위치가 지닌 속성을 경계하는 듯한’ 뉘앙스가 읽힌다. 위치는 어떤 특정 스팟(Spot)을 지칭하는 ‘서열화 된’ 개념이다. 그래서 위험하다. 서열이란 관념은 사람을 거만하게 만들 수도, 비참하게 만들 수도 있다. 쉽게 말해 일희일비하게 만든다. 위치의 높낮이에 따라 그 감정은 달라진다. 승격 팀 입장에서 그 감정의 기복이 엉키는 건 옳지 않다. 한두 경기 잘 나간다고 들뜨거나, 연패가 길어진다고 침울할 필요는 없다.

위치를 배제하고 방향으로 항로를 틀면 일희일비에서 벗어나게 된다. 지든 이기든 그건 중요하지 않다. 처음에 설정한 방향대로 가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설령 몇 번 일을 그르쳤다고 해서 방향성마저 상실하는 건 아니다. 위치만 달라질 뿐, 가야할 곳은 그대로니까.

그래서 남 감독은 언제나 그랬듯 “잘 가고 있다”고 말한다. 성남은 진짜 잘 가고 있다. 2주 연속 금요일 경기를 치른 탓에 K리그1(1부리그) 12개 팀 중 혼자 18경기를 치렀고, 이 정도면 그래도 전체 일정의 48.4%를 보냈으며, 시즌 두 번째 2연승과 5승을 달성해 한 라운드 만에 순위를 두 계단(9→ 7위)이나 끌어 올렸다. 제주 유나이티드 원정 승(2-1)과 상주 상무전 홈 승리(1-0)를 연이어 거둔 덕이다. 성남은 잡아야 할 두 경기를 모두 잡았다. 금요일 2연전 성남은 시쳇말로 잘 나갔다.

그러나 남 감독이 말하는 ‘잘 가고 있다’는 그 의미는 아니지 싶다. 승격 팀 성남을 시즌 전체를 놓고 봤을 때, 쉽지는 않더라도 남 감독이 목표로 한 대로 가고 있다는 의미에 가까울 것 같다. 여기엔 남 감독이 원하는 축구 철학, 색깔, 시점별 과업, 계획 등 여러 가지가 포함되어 있으리라 본다.

성남의 경기를 ‘화려하다’ ‘재미있다’라고 말하긴 어려울 것 같지만, 방향성을 보는 재미는 확실히 있다. 성남은 없는 살림에 최적의 결과를 내는 팀이다. 이날도 성남은 에델·임채민·김동준이 빠졌다. 하나 같이 공수에 주축이 되는 자원이다. 최근엔 사실상 외국인 가용 자원이 ‘제로’다. 자자는 말썽 피우다 나갔고 마티아스는 벤치에 머물렀다. 이 첩첩산중에 남 감독은 김현성을 살려내 두 경기 연속포를 쏘게 하고, 김소웅의 재기발랄함을 허락했다. 자제력을 갖춘 성남의 파이브 백과 상황 따라 변하는 공수 대형에 국가대표급 전력을 보유한 상주는 이렇다 할 유효타를 날려보지도 못했다.

성남이 순위를 두 계단이나 올리며 중위권의 다크호스로 떠오른 탓에 또 위치 질문을 하고 말았다. 그 심리엔 어쩌면 기득권 판도에 조금이나마 균열을 낼, 새로운 다크호스의 출현을 내심 기대했는지도 모르겠다. 우문에 현답이 나왔다. “지금 순위는 크게”라며 역시나의 반응을 보인 남 감독은 “(그것보다) 더 중요한 부분은 팀의 방향성이다. 꾸준하고 성실하게 팀이 가야하는 부분이 중요하다. 기복 있는 플레이를 하는 거 보단 너무 팀이 왔다 갔다 하는 부분은 바로 잡아 가고 싶다. 순위를 봐야 되긴 하겠지만 선수들이 굉장히 열심히 잘 해주고 있고, 방향도 잘 알고 있어서. 그걸 잡아가며 팬과 함께 같이 가고 싶다”고 특유의 포커 페이스로 말했다. 예상 모범 답안을 듣고 다짐했다. 승격 팀 성남의 수장 남 감독에게 다시는 위치를 묻는 우를 범하지 않으리.

글=임기환 기자(lkh3234@soccerbest11.co.kr)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축구 미디어 국가대표 - 베스트 일레븐 & 베스트 일레븐 닷컴
저작권자 ⓒ(주)베스트 일레븐.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www.besteleven.com

스팸확인
댓글 남기기 | 로그인 후 이용가능 합니다.(한글100자 영문200자 이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