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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 이 빠진 성남의 ‘잇몸으로 씹는 법’

2019-09-26 오전 1:56:00 임기환

(베스트 일레븐=성남)

이가 빠졌다. 하나 남은 송곳니는 진즉에 빠졌고, 어금니로는 제대로 씹기가 힘들다. 어떻게든 해보려고 애쓰는 선수들에겐 미안한 말이나, 솔직히 말해 미음도 겨우 넘기는 실정이다.

이번 시즌 성남 FC의 현실이다. 성남은 2019시즌 최소 득점 팀이다. 31경기 24골. 최하위 제주 유나이티드보다 10골이나 적게 넣었다. 11위 인천 유나이티드보다도 세 골이 적다. 경기당 평균 득점은 0.774골에 그친다.

그런 성남의 순위는 12개 팀 중 9위다. 그러나 보통 9위가 아니다. 생존 경쟁을 하는 최하위 세 팀과 멀찍이 떨어져 있다. 성남보다 한 경기 덜 치른 10위 경남 FC와는 승점 차가 14점이나 난다. 산술적으로 잔류를 확정한 건 아니지만, 하나원큐 K리그1 2019 31라운드 강원 FC전 승리(1-0)를 통해 시즌 10승 고지를 찍었고, 하위 세 팀과 격차도 더 벌려 나갔다.

승격 팀 신분인 성남이 무딘 창으로 치열한 서바이벌 게임을 뚫고 나갈 수 있는 동력은 바로 수비다. 성남은 최소 실점 4위에 올라 있다. 이 부문 선두 대구 FC보다 다섯 골 더 허용했다. 이번 시즌 양강인 전북 현대와 울산 현대보다는 각각 네 골과 세 골 더 많은 수준이다. 지난 30라운드 제주 원정에서 0-3 패배만 당하지 않았더라도 팀 실점은 울산과 같았다.

성남의 생존법은 ‘한 골 승부’다. 의도한 시나리오는 아니다. 시즌 내내 빈공에 시달리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렇게 됐다. 이번 시즌 성남의 최다 득점자는 에델이다. 다섯 골을 넣었다. 그 다음이 김현성(3골)이다. 마티아스-공민현-임채민(이상 2골씩)이 뒤를 잇는다. 임채민은 중앙 수비수다.

현재 성남엔 에델이 없다. 한 달 반 넘게 부상으로 빠져 있다. 그렇다면 두 골 이상 넣은 남은 네 명을 이끌고 전장에 나서야 하는데, 임채민 역시 부상 중이다. 그렇다면 다시 남은 세 명의 공격수에게 기대를 걸어야 하는데, 이들 세 명의 득점 총계는 이번 성남전에서 다친 강원 FC 조재완 한 명(8골)보다 적다. 물론 이들은 K리그1의 어떤 공격수들보다 열정적으로 뛴다. 김현성은 성실함이 트레이드마크인 선수이고, 최근 페널티킥 실패 포함 그 누구보다 자신감이 떨어졌을 마티아스는 그러는 사이 성실함이 최대 무기인 공격수가 됐다. 마티아스와 공민현이 새내기 이재원과 함께 최전방에서 강원을 거세게 압박하는 모습은 시쳇말로 ‘미친 개 몇 마리를 풀어 놓은’ 듯했다.

최근 K리그 경기에서 이 정도 수준의 전방 압박을 본 적이 없다. 그냥 압박 말고, 수직과 수평을 시시각각 넘나 드는, 방사 형태의 전방위 압박 말이다. 골 못 넣는 골잡이들의 애환은 상대를 죽일 듯이 달려드는 숨 막히는 압박을 통해 느껴졌다. 이 압박이 스리 톱 중 한두 명으로만 끝나도 그다지 위협적이지 않았을 텐데, 공격수 전원에 미드필더 한두 명이 추가로 더 지역과 상대 선수를 연쇄적으로 싸고 도니 후방 빌드업을 할 줄 아는 강원도 숨이 턱턱 막혔다. 이런 장면이 한두 번도 아니고 90분 동안 꽤 여러 번 연출됐다. 사이드백이 센터백에게, 센터백이 골키퍼에게, 다시 골키퍼가 반대편 사이드백에게, 그러다 결국 롱 볼로 길게 처리하는 결정이, 압박에 시달린 강원이 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였다.

성남 남기일 감독의 게임 플랜은 확고했다. 남 감독은 직전 라운드 제주전 대패에 꽤 많이 자존심이 상한 듯했다. 태풍 속에서 바람으로 인해 선제 실점에 영향을 받았다곤 해도, 꼴찌 팀을 상대로 쉬이 허락하기 힘든 대패였다. 실제 남 감독은 강원전 사전 인터뷰에서 “산만한 경기였다. (태풍 때문에) 경기를 하느냐 마느냐부터 시작해 혼란이 많았다. 뭘 해보지도 못하고 크게 져 아쉬웠다. 우리 플레이를 못한 것에 더 화가 나고 아쉬웠다고 선수들에게 말했다”라며 “오늘은 공격적인 수비를 하려 하는데, 라인을 올린 상태에서 경기가 잘 되었음 좋겠다. 선수가 빠졌다고 핑계를 대고 싶진 않다”라고 강원전 계획을 공개했다.

성남의 선발 라인업을 보면 지난 제주전과 비교해 최병찬·박태준·임승겸이 빠지고 마티아스·주현우·안영규가 들어왔다. 스타플레이어는 하나도 없다. 그러나 하나 같이 하고자 하는 의욕이 강한, 열심히 뛰는 선수들이다. 남 감독은 박태준 등 휴식이 필요한 선수들은 쉬게 하고, 가용 범위에서 최대한 로테이션을 돌렸다. “이재원은 공격과 수비가 다 되는 선수다. 수비 할 때도 공격적 수비가 가능하다.” 이재원이 끝까지 백업해 몸을 던져 볼을 탈취하는 장면에서 손뼉이 절로 나왔다.

남 감독은 제주전 약점을 단기에 극복했다. 성남은 제주전 좌우 측면으로 흔들렸다. 제주는 윤일록과 서진수에 양 풀백들을 앞세워 성남을 흔들었고, 행운의 선제 골 이후 이 전략은 통했다. 성남은 강원을 맞아 강원의 후방, 그러니까 성남의 앞 선부터 상대를 조여 들어가는 전략을 선택했다. 이런 전략은 위르겐 클롭 감독의 리버풀이 호셉 과르디올라 감독의 맨체스터 시티에 자주 가하는 방식이다. 이는 몇 번의 패스로 술술 경기를 푸는 팀들 상대로 어설프게 시도했다간 죽도 밥도 안 되는 방법이다. 선수 각각의 고도의 전술 인지와 주변 상황을 같이 보고 타이밍을 맞춰 들어가는 판단, 그리고 그걸 뒷받침 해 줄 수 있는 체력이 요구된다.

이날 강원은 김지현이 훈련 중 다치고, 조재완이 경기 당일 조기 부상을 입으며 ‘원투 펀치’가 빠진 채 경기에 임했다. 그래도 정조국과 최치원 등 나머지 공격수들의 능력이 보장돼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성남은 한국영과 이영재로부터 비롯되는 패스 길을 애당초 상대 중앙 수비 라인에서부터 성공적으로 차단했다. 이 점은 분명 박수 보낼 일이다.

세트피스 상황에서 이창용의 리바운드 선제골이 없었더라면 성남은 이날 역시도 스스로에 0을 깔고 가는 결과를 냈을 것이다. 그 결과는 성남 경기에서 흔하게 발생하는 0-N일 가능성이 컸고, 그러면 최대 승점은 1로 수렴할 공산이 컸다. 그러나 성남은 강원전을 앞두고 수비수까지 가담시킨 효율적 세트피스가 주효하며 승부를 냈다. 이 같은 방식으로 매 라운드를 치른다는 건 하는 선수나, 시키는 감독이나, 보는 팬들이나 피를 말리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래도 그게 통하는 이유는 ‘성남이 하기 때문’, 나아가 ‘남기일의 성남이 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를 기다려주는 잇몸이 성남엔 있다. 스플릿 라운드까지 두 경기, 부상병들이 곧 돌아온다.

글=임기환 기자(lkh3234@soccerbest11.co.kr)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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