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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 ‘초고급 인력’에 쓸 데 없는 자격 요구하는 체육회

2020-07-22 오후 1:09:00 임기환

(베스트 일레븐)

이제 김학범 같은 검증된 지도자도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대표팀을 지도하려면 자격증 하나를 더 따야 하는 시대가 올 지도 모른다. 실효성보다는 자격을 위한 자격증에 가까워 보여 문제다.

대한체육회(체육회)가 모든 종목 국가대표팀 지도자들의 공인 자격증(스포츠지도사 2급 이상) 소지 의무화를 추진한다. 이 규정이 도입되면 2023년부터는 ‘스포츠지도사 2급 이상 자격증’을 소지한 사람만이 (체육회 주관으로 참가하는 국제대회의) 대표팀을 지도할 수 있다(외국인은 2년 이상의 해당 국가 대표선수 경력 또는 스포츠 클럽에서 지도 경력 있으면 인정. 지도경력은 감독의 경우 5년, 코치의 경우 2년). 이 같은 지도자 선발 규정 개정은 이달 말 열릴 체육회 이사회를 통해 결정된다.

체육회가 새 자격증 제도를 만들어 지도자 선임을 엄격히 하려는 가장 큰 이유는 스포츠 지도자의 폭력과 성폭력 등 범죄 행위를 예방·근절하기 위해서다. 체육회는 2월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을 통해 해당 자격증 소지자에 대해 매년 한 차례씩 범죄 경력을 조회할 수 있게 했다. 자격증 시험 과목에 범죄행위 예방 교육을 포함해 응시자의 경각심을 높인다는 계획도 세웠다.

이는 분명 취지 자체로는 건전해 보인다. 스포츠 지도자의 성폭력 이슈가 어느 때보다도 대두된 시대성에 적합한 듯하다. 그러나 현실을 고려하면 그렇지 않다. 스포츠지도사 2급 이상 자격증은 해당 자격증 소지자의 범죄 경력을 매년 1회씩 조회할 수 있다는 것 빼고는 축구 쪽에서는 장점이 거의 없다. 심지어 그 장점도 기존 제도 하에서 흡수·발전시킬 수 있는 장점이다. 오히려 FIFA(AFC/KFA) 산하의 자격 관리에서 스포츠지도자 2급 라이선스에서 없는 성폭력 보수 교육을 매년 꾸준히 실시한다는 장점이 있다. 스포츠지도자 2급 라이선스는 따면 끝인 격인 요식적 자격증이다. 지도자를 계도한다는 측면에서도 기존 라이선스의 관리 시스템이 더 낫다.

이미 축구는 여러 장점이 내포된 글로벌 스탠다드가 확립되어 있다. 대한축구협회는 국제축구연맹(FIFA)의 까다로운 지도자 자격증 제도를 이행해 왔다. 축구는 FIFA가 대륙별 축구협회 혹은 연맹에 권한을 주어 국제 지도자 자격증 제도를 시행해 왔다. KFA D~C급, AFC(아시아축구연맹) B~A급을 거쳐 최고 레벨인 AFC P급 라이선스를 따기까지 최소 8년에서 최대 10년 이상 걸린다. 대한축구협회(KFA)에 따르면 AFC P급을 따기 위해 지도자 한 사람이 들이는 시간은 평균 14년이다. 프로나 대표팀 감독을 하려면 P급 라이선스를 취득해야 하니 굉장한 시간이 소요되는 셈이다. AFC P급 라이선스 소유자는 국내 1만 2,000여 명의 축구 지도자 중 158명에 그친다. 이는 AFC P급 라이선스가 아무나 딸 수 없고, 그만큼 검증성이 강한 자격 제도란 소리다.

체육회는 거기에 스포츠지도사 2급 이상 자격 요건을 하나 더 추가시켰다. P급 라이선스 보유 감독이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대표팀 감독을 맡고자 한다면 스포츠지도사 2급 이상 자격증을 따라는 것이다. 이를 테면 차범근 전 국가대표팀 감독이나 김학범 현 올림픽 대표팀 감독도 IOC가 주관하는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에서 축구 대표팀을 이끌려면 스포츠지도사 2급 이상 자격증을 따야 되는 것이다.

그깟 자격증 하나 더 따는 거 뭐가 대수냐고 되물을 수 있겠다. 대수 맞다. 축구는 다른 종목과 다르게 자체로 마련된 자격증이 디테일하게 설계되고 체계화되어 있다. 그래서 P급 자격증을 딴다는 것은 고도로 높은 전문성을 인정받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이 P급 자격증 하나 따는 데만 10년 안팎이 걸린 것만 봐도 알만 하다.

그런데 거기서 스포츠지도사 2급 이상 자격증을 하나 더 따라고 하면 지도자들의 자격증 취득 부담이 커진다. 이 레벨의 지도자들은 이미 검증 받았고 현장에 있을 확률도 높다. 스포츠지도사 2급 자격증이 아무리 FIFA C급 자격증 수준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부담이 생길 수밖에 없다. 스포츠지도사 2급 자격증 취득에는 90시간 연수에 필기시험, 실기 및 구술시험이 포함되어 있다.

더 큰 문제는 ‘대표급’ 감독을 뽑는 자격에 이런 자격 요건을 덧대었다는 점이다. 축구계 한 관계자는 “학원 축구 감독을 뽑는 거라면 스포츠지도사 자격증이 필요할 수 있다. 그러나 대표팀 감독을 뽑는데 굳이 저 자격증이 필요한지는 모르겠다. 오히려 원하는 감독을 적시에 뽑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할 우려가 크다”라고 우려를 밝혔다. 서두에 언급한 차범근 감독이나 김학범 감독도 23세 이하 대표팀을 맡으려면 스포츠지도자 2급 이상 자격증을 따야 하는 해프닝이 발생하는 것이다.

축구라는 종목의 개별성과 특수성도 고려해야 한다. 언급했듯 축구는 지도자 자격 요건이 잘 완비되어 시행되고 있다. 다른 추가적 라이선스가 필요 없는 상황이다. 배구와 농구 등 다른 종목과 형평성을 문제 삼아 제도 시행을 강행하는 논리도 무리수다. 형평성은 상식선에서 작동해야 한다. 사정이나 환경 같은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는 형평성 강요는 폭력과 다름이 없다. 축구와 함께 새로운 적용 대상에 놓일 야구의 경우에는 국제대회가 거의 없다. 더군다나 올림픽에서는 아예 종목이 빠졌다.

스포츠지도자 2급 자격증 자체의 효용성도 문제다. 스포츠지도사 2급 자격에 과목에 해당하는 스포츠 심리학, 생리학, 사회학, 교육학, 윤리학, 운동역학, 한국체육(이중 다섯 과목 선택)은 대부분 AFC 라이선스에 비슷하게 포함되어 있다. 유사한 내용을 또 배워서 시간을 들여 시험치고 자격증을 따라는 것은 정말로 쓸 모 없는 자원의 낭비다. 한창 현장에서 실력을 발휘해야 할 대표급 지도자는 특히나 고급 인력이다. 이들은 물론 코치 역시도 스포츠지도자 2급 자격증이 있어야 하는데, 체육회에서 축구계 현실을 전혀 생각지 않은 ‘억지 춘향식’ 형평성 맞추기가 아닐까 싶다. 체육회에서 부디 수긍과 납득이 가는 합리적인 결정을 내리기 바란다.

글=임기환 기자(lkh3234@soccerbest11.co.kr)
사진=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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