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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 대표팀 유니폼에 상대팀 국기 삽입, 사실 말은 됩니다

2021-03-26 오후 4:35:00 임기환

(베스트 일레븐)

최근 치른 한일전에서 한국 국가대표팀이 유니폼에 한국 국기와 일본 국기를 나란히 새겨 넣은 것을 두고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등장했다.

25일 오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국가대표 축구 유니폼에 일장기 말이 됩니까?”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해당 청원인은 “25일 오후 한국 대 일본전 국가대표 축구 경기를 보며 우리나라 선수들 가슴에 태극기와 일장기가 나란히 있는 화면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국가대표 가슴에 일장기가 새겨진 장면을 보는 것이 몹시 불편했다”라고 말했다. 한국은 같은 날 오후 7시 20분 일본 요코하마의 닛산 스타디움에서 열린 일본과 친선 경기에서 0-3으로 완패했다.

이 청원인은 “경제 전쟁, 방사능 이외에도 코로나로 인한 세계적 팬데믹 상황에 국대 경기를 그것도 일본 원정으로 한다는 것도 믿지 못할 상황”이라면서 “국가대표 경기를 기념한다는 의미라고 들었지만 대한민국의 선한 국민성과 배려심 등 그 어떤 미사여구를 생각해도 이건 아니라고 생각된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유니폼에 일장기가 새겨지는 일이 다시는 안 생겼으면 한다”라고 생각을 밝혔다.

청원인이 그런 마음을 갖는 건 지극히 자연스럽다. 일본에 대한 한국의 역사적 악감정 때문이다. 한국은 과거 일본에 식민 지배를 받아 일본에 대한 감정이 좋지 못하다. 이승만 초대 대통령은 한일전에 나서는 선수들에게 “일본에 지면 현해탄(대한해협)에 빠져 죽어라”라는 험한 메시지를 던졌을 정도다.

그러나 청원인은 한국의 대일 감정과 국민 정서에만 호소했을 뿐, 축구계에 허용되는 관행이나 관습까지는 고려하지 못했다. 대표팀 간 축구 경기에서 유니폼에 양국 국기를 새기는 건 A매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다. FIFA(국제축구연맹) 월드컵 등 메이저 경기에서는 해당 경기를 기념하기 위해 유니폼과 매치볼에 양국 국기를 새겨 넣는다. 친선전이라도 국민적 관심이 집중되는 경기라면 재량에 따라 유니폼에 양국 국기를 새긴다.

실제로 한국은 2018 FIFA 러시아 월드컵 때는 물론, 지난해 11월 오스트리아 원정 당시에도 멕시코(2-3 패), 카타르(2-1 승) 등 상대 팀의 국기를 태극기와 함께 나란히 유니폼 상의 가슴에 새긴 바 있다.

한국 최고의 축구 전문 수집가 이재형 씨는 “축구 경기에서 유니폼에 양 팀 국기를 새기는 건 축구에서 매우 흔한 일이다. 월드컵에서는 2014 FIFA 브라질 월드컵 때부터 보편화되었고, 가장 최근인 2018 FIFA 러시아 월드컵에서도 유니폼은 물론 매치볼에도 양국 국기를 새겨 넣었다. 해당 경기를 기념하기 위해 경기가 열린 연도와 날짜까지도 넣는다”라고 말했다.

다만 이번 경우에 문제가 된 건 상대 팀인 일본은 가슴에 자기 국기인 일장기만 새겼는데, 왜 우리는 굳이 태극기도 모자라 일장기까지 넣었느냐는 관점으로 보인다. 여기에 원정 경기에서 당한 0-3 패배의 분노까지 더해져 논란이 가열되었다. 일본과 반대로 우리가 시원하게 대승을 거뒀더라면 어쩌면 이번처럼 부각되지 않을 이야깃거리일 수도 있었다.

이번 논란에 대해 대한축구협회 측은 “대표팀은 그동안 친선 경기를 하면 양국 국기와 경기 정보 등을 줄곧 유니폼에 새겨왔다”며 “국가대표팀 간 경기를 기념하는 의미는 물론, 유니폼을 교환하는 문화 등을 고려해 넣기 시작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일본이 일장기만 넣은 사실에 대해선 “상대국의 선택이지 의무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대한축구협회 한 관계자에 따르면 대표팀이 유니폼에 양국 국기를 본격적으로 넣은 것은 2018 FIFA 러시아 월드컵 때부터다. 이 관계자는 “2018년 이후 유니폼에 양국 국기를 넣는 것이 하나의 트렌드처럼 여겨졌다. 일본의 상황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알 수는 없지만 배번이 늦게 나와 우리처럼 넣을 시간이 없었을 수도 있다. 확실한 이유는 알지 못한다”라고 말했다. 미학적 측면에서 유니폼에 양국 국기를 넣는 것이 우리뿐만이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트렌드처럼 여겨 시행하는 케이스가 많다는 설명이었다.

양국만의 경기임을 기념하기 위해 두 국기를 나란히 새기기도 한다. 비단 이번 경우뿐만 아니라 과거 유럽이나 남미에서도 많이 해왔던 시도다. 이를 공식 명칭으로 ‘매치 데이 트랜스퍼(Match Day Transfer)’라고 한다. ‘오렌지 군단’ 네덜란드 대표팀이 2004년 처음 유니폼에 양 팀 유니폼을 새겨 넣었다. 한국은 2018 러시아 월드컵부터 시작해 지난 멕시코, 카타르와 경기에서 본격적으로 양측 국기를 넣었다. 삽입 방식은 나라마다 다른데, 국기와 영문 두 가지 버전이 대표적이다. 이재형 수집가는 “유니폼에 양국 국기를 넣으면 해당 경기에 대한 역사적 의미가 깊어지고, 그 때문에 당시 선수가 입은 실착 유니폼은 높은 가치로 평가 받는다”라고 설명했다.

이번 사안을 단순히 ‘유니폼에 일장기를 넣었다’라는 관점으로만 바라보면 이슈를 대일 감정 논리로만 해석하게 된다. 그러나 이는 범세계적 축구 경기에서 자리 잡은 관행 내지는 상식을 고려하지 않은 주장일 수밖에 없다. 다만 한일전이라는 민감한 매치업에서 의무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우리 유니폼에 상대 팀, 그것도 일본 국기를 굳이 넣었어야 했느냐는 점은 충분히 아쉬움을 표하고 넘어갈 수는 있는 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축구에 대한 배경적 맥락과 상식을 빼고 감정에 기댄 강경한 주장 역시도 아쉬움이 남는다. 이러한 맥락 없이는 축구 역사를 온전히 이해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편향적 주장은 다양한 시각을 받아들이지 않고 편향 확증을 키워 사안을 제대로 바라볼 수 없게 만든다.

글=임기환 기자(lkh3234@soccerbest11.co.kr)
사진=ⓒgettyImages/게티이미지코리아(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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