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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공원의 축구 현장] 체육계 학원 폭력, 근본 원인 중 하나는 합숙

2021-02-20 오전 11:17:00 박공원

(베스트 일레븐)

박공원의 축구 현장

최근 배구계가 시끄럽다. 남·녀 할 것 없이 학창 시절 저질렀던 비행이 속속 폭로되면서 이를 향한 팬들의 비난이 굉장히 심하다. 뭇매를 맞고 있는 선수들의 명예는 완전히 땅에 떨어졌다. 향후 이 무대에서 선수 생활을 할 수 없을 법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문제 선수들은 궁지에 몰려 있다.

이런 모습을 한발 떨어져 지켜보면서 씁쓸함이 든다. 과거 축구계에서도 이런 사건이 종종 일어나기도 했다. 아니 축구계·배구계 할 것 없이 꽤 오래된 한국 스포츠계의 잘못된 악습이라는 걸 스포츠계에 한번이라도 몸을 담았던 이들이라면 이런 불편한 진실에 대해 잘 알고 있으리라 본다. 그간 숨기기에 급급했던 일이 배구계에서 툭 튀어나왔을 뿐이다.

학원 폭력은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잘못된 일이다. 따라서 이번에 사건을 일으킨 선수들을 변호할 생각인 조금도 없다. 그들은 응분의 대가를 치러야 한다. 그런데 비난의 방향이 너무 선수들에게만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 게 아닌가 싶은 아쉬움도 있다. 사회적·제도적인 문제점은 없었을까?

이번 사건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점은 합숙의 폐해가 또 한 번 드러났다는 점이다. 축구계를 비롯한 대부분의 한국 스포츠계에서는 합숙은 꼭 필요하다는 인식이 여전히 강하다. 종목을 가릴 것 없이 거의 모든 종목 선수들이 어렸을 적 합숙을 통해 기량을 연마한다. 한곳에 선수들을 몰아넣고 지도자가 가르치기 쉽다는 점에서 굉장히 효율적인 시스템으로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과거 미국 스탠퍼드 대학교에서 실험해 이른바 ‘스탠포드 교도소 실험’을 많은 이들이 알고 있으리라 본다. 이 실험은 영화를 통해서도 여러 번 제작되었을 정도로 유명한데, 교도소라는 가혹한 환경에 피실험자들을 밀어 통제된 생활을 요구했더니 실험인 걸 알면서도 응한 사람들이 저도 모르게 가혹 행위를 하거나 가혹 행위에 순응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다. 요컨대 외부와 격리된 공동체 속에서 사람들이 평소에는 하지 않는 일을 벌이는 경우가 있다는 게 실험으로 입증된 것이다. 굳이 미국의 실험까지 거론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군대 등 여러 환경에서 사람이 이렇게 변한다는 걸 대부분 몸소 체험한 바 있다.

또, 굳이 실험이 아니더라도, 합숙소와 같은 닫힌 사회 안에서는 완전히 성장한 어른도 노동 착취·성범죄 등 비행을 저지르기 쉽다는 걸 여러 사회 뉴스를 통해 우리는 알 수 있다. 하물며 인격적으로 덜 자란 아이들은 더 말할 게 없다. 그것이 잘못된 일인지를 모르고 성장하니 인성적으로도 문제가 발생한다. 지도자도 외부에 드러나지 않으니 선수들에게 해서는 안 될 행동을 저지른다.

아이들이 진학하고, 선수로서 성장하기 위해서 뒷바라지를 해야 하는 부모들에게도 부담이다. 과거에는 간식비 정도만 내며 뒤에서 도왔던 부모들은 이제는 어마어마한 돈은 물론이며 간혹 팀을 위해 불필요한 노동까지도 해야 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감독을 신처럼 떠받드는 경우도 있다. 그렇지 않으면 아이의 진학이나 사회 진출에 불이익을 받을 것이라고 걱정해 이런 일을 벌이는 것이다. 축구계에서도 최근 몇몇 팀들이 이런 일들이 발생해 꽤나 시끄러웠다. 이건 정당한 일이 아니다. 악습이다.

이런 악습의 배경이 되는 합숙은 없어져야 한다. 다른 나라에서는 다른 방식으로 아무 일 없이 선수들을 가르치고 키울 수 있다면, 한국에서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단순히 비행을 저지른 선수들을 질타하는 것에서 그치면 안 되는 이유다. 새로운 환경에서 인성적으로 올바른 선수들을 키우려면, 그 환경부터 고쳐나가는 노력을 해야 한다. 더는 소 잃고 외양간 고쳐서는 안 된다.

글=박공원 칼럼니스트(前 서울 이랜드 단장)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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