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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공원의 축구 현장] 이제 정말 끝까지 가야 해서 씁쓸한 백승호 사건

2021-03-31 오전 9:24:00 박공원

(베스트 일레븐)

박공원의 축구 현장

FA 선수 및 외국인 선수 영입 마감 기한을 하루 앞두고 백승호의 전북 현대 입단이 공식화됐다. 백승호와 수원 삼성간 협의가 좀처럼 해결 방안을 찾지 못함에 따라 이대로 백승호의 K리그행이 흐지부지되는가 싶었는데, 전북의 재개입이라는 생각지도 못한 방식으로 매듭지어지는 분위기라 놀랍다. 그리고 이후 시끄럽게 진행될 가능성이 큰 소송전 때문에 걱정도 된다.

처음부터 끝까지, 절차적인 문제가 아쉽다. 백승호가 K리그에 올 생각이 있었다면, 차라리 처음부터 수원과 이 문제를 두고 상의했더라면 여기까지 일이 왔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전북 등 다른 팀으로 가는 방안은 그 다음에 생각해도 늦지 않았다. 만약 그랬다면, 수원이 여건상 백승호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었을 경우 다른 방식으로 해결 방안을 찾았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다른 팀으로 갈 여지를 열어주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처음부터 수원을 자극하면서 모든 절차가 적대적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었다.

K리그 구단간 동업자적 정신도 아쉽다. K리그 구단들은 한국프로축구연맹 이사회 등 여러 공식 모임을 통해 각 구단의 유소년 선수에 대한 배려를 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이런 신사협정이 가능했던 건 이런 이적이 만에 하나 발생할 경우 각 클럽들이 공들이고 있는 유소년 육성에 대한 보상이 있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일이 진행된다면 각 팀들이 유소년 육성 의욕을 잃을 수밖에 없다. K리그 각 팀들은 연 20~30억 원을 쓰면서 국가대표는 당연하고 유럽에 내보내도 될 만한 선수를 10년에 한두 명이라도 만들어내겠다는 생각으로 유소년을 육성하고 있다. 담백하게 고백하자면, 프런트나 구단 운영을 책임지는 단장 혹은 대표이사의 처지에서는 즉시 효과를 보지 못하는 유소년 정책은 사실 매력적이지 못하다. 당장 성과를 올릴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유소년 육성에 매진하는 이유는 사명감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식의 이적이 이뤄진다면 그 사명감을 뒤흔드는 결과로 이어지며, 유소년 육성에 대한 회의감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차라리 유소년 육성 지원금을 즉시전력감 국가대표급 선수 혹은 우수한 외국인 선수를 사들이는게 낫다는 말까지 나온다. 그저 한 선수의 이적임에도 불구하고 리그 근간을 흔드는 일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사안이 이 지경에 이르도록 너무 극단적인 과정을 거친 게 정말 아쉽다. 수원 삼성이 유학 지원금으로 내놓은 3억원 때문에 이렇게 어깃장을 놓았을까? 그렇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런 식으로 감정 싸움으로 번질 일이 아니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더 그렇다.

도중에 중재를 해 줄 이가 없었다는 점도 안타깝다. 수원과 전북이 회원사로 가입되어 있는 한국프로축구연맹이 이 사안과 관련해 중재할 수 있는 여지가 없지는 않았을 것이다. 적극 개입할 수는 없었을까? 이제 수원은 삼성그룹 법무팀까지 총동원한 소송전을 예고하고 있다. 이 일이 법원까지 가다니 생각할수록 씁쓸하다. 전북이 선수 생명을 걱정해 이런 결정을 내렸다고 하지만, 이 사건은 드디어 본격적인 싸움으로 진행될 상황이다. 행여 제2의 김종부 사건이 되어버리면 누가 책임지나? 왜 여기까지 와야 하는지 모르겠다.

글=박공원 칼럼니스트(現 대한축구협회 이사)
사진=ⓒgettyImages/게티이미지코리아(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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