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1
K리그2
AFC 챔스
Home > K리그 > 안영준의 HERE IS THE GLORY
           
[안영준의 Here is the Glory] 18년 전 문기한처럼, 오늘은 모두 일기를 써 볼까요?

2020-01-01 오후 2:33:00 안영준

(베스트 일레븐)

새해가 되면 다이어리 판매가 늘어난다고 한다. 저마다 새해엔 이런저런 새 계획도 세우고, 날마다 일기를 쓰겠노라 다짐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계획을 오래도록 꾸준히 이루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다이어리는 앞장만 닳아 있기 일쑤고, 야심차게 시작한 일기 역시 ‘몰아치기’ 능력을 점검하는 시간이 되곤 한다.

그래서 소개하고 싶은 선수가 있다. 축구 선수로 활동하면서 무려 18년 동안 꾸준히 일기를 써 온 문기한 선수다.

문기한은 FC 서울·대구 FC·부천 FC 1995에서 뛰며 K리그에서 잔뼈가 굵은 미드필더다. 문기한은 지난 2002년 중학생 시절부터 2020년 1월 1일을 맞이한 오늘까지, 꾸준히 일기를 써 오고 있다. 그동안 축구를 하며 느꼈던 다양한 감정들도 모두 빼곡하게 기록했고, 다양한 훈련들도 그림까지 그려가며 자세히 적었다. 물론 학창시절 일기를 쓰는 선수들은 적지 않다. 훈련 일지 역시 보편화된 훈련 방법 중 하나다.

하지만 문기한은 프로 무대에 올라온 뒤에도 일기 쓰는 걸 멈추지 않았다. 그 덕분에 무려 18년 동안 꾸준히 일기를 쓰는 습관을 들일 수 있었고, 오늘날 소중한 기록과 추억들이 새겨진 20여 권의 ‘보물’과도 같은 일기장을 가질 수 있게 됐다.

문기한은 <베스트 일레븐>과 가진 인터뷰에서 “처음엔 중학교 때 감독님과 코치님이 써 보라고 하셔서 시작하게 됐어요. 계속 쓰다 보니 습관이 되어 자연스럽게 계속 쓰게 됐죠. 나중엔 나 스스로도 ‘이 일기가 나에게 큰 도움이 되겠다’ 싶었고, 쉬는 날에도 빼 놓지 않고 썼어요. 프로축구선수가 되고 난 이후엔 훈련 후 밥까지 다 먹고 하루 일과를 마무리하면서 적었어요”라고 설명했다.

나름의 노하우도 있다. 단순히 훈련을 하면서 있었던 일들은 일기에 적고, 특별하게 큰 깨달음을 얻거나 느끼는 바가 있을 땐 일기장 맨 뒷장에 따로 적었다. 덕분에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손쉽게 찾아 다시 읽어보고 느낄 수 있었다.

일기장의 힘을 얻어 반전을 이뤄낸 케이스도 있다. 문기한은 2009 U-20 월드컵을 앞두고 3월 이집트 친선 대회에 참가했다. 하지만 문기한은 이집트까지 가고도 대회에서 주전으로 나서지 못했고, 이집트전 한 경기에 출전하는 데 그쳤다. U-20 월드컵 본선 참가를 간절히 꿈꿨던 문기한에겐 절망적 상황이었다.

문기한은 “당시 대회를 다 마치고 선수단 전체가 이집트 피라미드 구경을 갔어요. 하지만 전 그럴 기분이 아니었죠. 그 때 숙소에 남아 일기장에다 ‘내가 왜 여기까지 와서 경기를 못 뛰었는지, 앞으로 어떻게 해야 뛸 수 있을지, 지금의 내 기분이 어떤지’ 등에 대해 진솔하게 적었어요. 그리곤 그 일기를 찢어 지갑에 넣고 다니며 힘들 때마다 꺼내 봤어요”라고 설명했다. 일기장에 기록해 둔 진심 어린 각오와 간절함이 통해서였을까? 문기한은 10월 치러진 U-20 월드컵에서 주전으로 활약하며 8강 진출 신화 중심에 섰다. 좌절 속에서도 무너지지 않고 일기를 쓰며 마음을 다졌던 문기한의 자세가 빛을 발한 셈이다.

문기한은 일기 이외에도 다양한 기록을 남기며 꼼꼼하게 자신을 되돌아 봤다. 경찰청 시절과 부천 시절엔 팀 팜플렛을 구해 자신의 출전 기록·시간·경고 유무 등을 꼼꼼히 기록했다. 또한 축구 관련 영어 용어들을 직접 적은 뒤 생각날 때마다 꺼내 보며 익혔다.

덕분에 문기한은 프로 무대에서 230경기나 뛸 만큼 경쟁력을 인정받았고, 축구 관련 영어 소통에는 큰 문제가 없을 능력자가 됐다. 더해 주장 임무를 잘 소화했을 만큼 뛰어난 리더십, 경기 승패를 결정짓는 프리킥 능력, 어느 팀을 가든 팬들에게 사랑받는 훌륭한 인성까지 갖췄다. 일기를 쓰고 기록을 남기며 꼼꼼하게 자신을 되돌아 본 것이 오늘날 그에게 소중한 자양분이 되어 꽃을 피운 것이다.

맹활약을 펼쳤던 부천을 떠나 새로운 둥지를 찾고 있는 그는 오늘 이 순간에도 일기를 쓰며 더 밝은 미래를 기다리고 있다. 문기한은 “기록은 거짓말하지 않는 것 같아요. 일기를 꾸준히 쓰는 습관을 들이니, 힘든 상황이나 생각의 전환이 필요할 때 큰 도움이 되더라고요. 축구 선수를 꿈꾸는 유망주들에게도 일기를 꾸준히 쓰는 걸 권하고 싶어요”라며 웃었다.

이는 비단 축구 선수를 꿈꾸는 이들에게만 해당되지 않는다. 2020년을 맞이하며 새로운 한 해의 출발점에 선 우리 모두가 새겨들으면 좋을 이야기다.

무엇이든 이룰 수 있은 것 같은 2020년의 첫 날, 우리 모두도 지금 이 순간에 느낀 감정과 이야기들을 기록해 놓으면 어떨까?

2002년 3월 중학생 문기한을 베테랑 K리거이자 최고의 축구 선수 중 하나로 이끌었던 것처럼, 우리가 오늘 쓰는 일기도 다가올 미래에 큰 자산이자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글=안영준 기자(ahnyj12@soccerbest11.co.kr)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문기한 제공

축구 미디어 국가대표 - 베스트 일레븐 & 베스트 일레븐 닷컴
저작권자 ⓒ(주)베스트 일레븐.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www.besteleven.com

스팸확인
댓글 남기기 | 로그인 후 이용가능 합니다.(한글100자 영문200자 이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