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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미의 Alegre Futbol] WK리그를 위협하는 비뚤어진 팬심

2020-07-27 오전 10:24:00 김유미

(베스트 일레븐)

2020 WK리그 개막 이후 어느 날. 여자 축구 팬들의 개인 SNS 계정에 선수들과 촬영한 사진이 다수 업로드 됐다. 어쩌다 길에서 우연히 만난 것도 아닌, 명백히 경기장으로 보이는 장소와 경기 직후로 보이는 시간에 찍은 사진들이었다. 사진 외에도 경기장 어디로 가면 선수들을 만날 수 있고, 어디에서 경기를 몰래 관전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도 오갔다. 현재 해당 게시물 일부는 삭제된 상태다.

코로나19로 인해 K리그를 비롯한 모든 스포츠 경기는 현재 무관중으로 열리고 있다. 당연히 WK리그도 예외는 아니다. WK 역시 K리그처럼 리그 개막이 연기된 후 6월 15일 개막해 무관중으로 경기를 치르고 있다. 전국 단위 대회(여왕기전국여자축구대회 등)도 연기된 상태다. 경기장 출입 인원은 발열체크와 서약서 작성 과정을 거쳐야만 한다.

코로나19로 모든 이들이 노력하고 긴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소수 팬이 단순히 자신의 이익을 위해 선수단과 접촉했다는 사실은 충분히 비난받을 만하다. 선수들과 관계자들에게 코로나바이러스를 전파할 수 있으며, 현 리그 운영 규정과 서포터스 사이에 암묵적으로 약속된 룰을 깼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여러 선수들과 사진을 촬영한 한 팬은 선수들과 바싹 붙어 사회적 거리두기(2m 이상)를 전혀 준수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마스크도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모습이었다. 팬은 사진에 자신의 얼굴을 드러내기 위해 입 아래에 마스크를 걸쳤고, 선수들은 경기 직후 피치에서 차량으로만 이동하면 됐기에 마스크를 끼지 않은 상태였다.

경기장 내 관중 출입 통제는 선수단 및 관계자의 안전은 물론 리그 운영과 직결된 사안이다. 여기에는 팬들의 안전도 포함돼있다. 만에 하나라도 선수 등 리그 관계자가 팬과 접촉한 뒤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는다면, 당장 리그 운영 자체가 어려워질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여자축구연맹과 각 구단은 내부와 외부 모두의 안전을 위해 최소한의 인원으로 경기를 운영하며, 안전에 만전을 기울이고 있다. 팬들의 경기장 출입이 확인된 후 연맹은 해당 구단들에 공문을 보내 주의를 주고, 추후 강화된 안전 관리 조치를 당부했다. 경기 운영 대행사 측에도 같은 내용이 전달됐다. 공문에는 경기 종료 후 차량으로 이동하는 구간에서의 에스코트 제공, 철저한 경기장 출입 관리, 서포터스 관리 등과 관련한 내용이 담겼다.

그간 팬서비스에 응해온 선수들에게 다소 혹독한 처사일 수 있겠으나, 무관중임에도 경기장을 찾아오는 팬들에게 좀 더 단호한 대처를 요청하고 있다. 같은 상황이 거듭 발생할 시 구단에 대한 연맹 차원의 징계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개인의 일탈도 잘못이나, 처음부터 팬들의 접근을 막지 못한 구단과 경기 운영 대행사 측의 대처는 다소 아쉽다. A 구단의 경우, 홈 경기장이 공원 및 대형 체육시설, 큰 도로를 낀 인도와 펜스 하나를 두고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 100% 외부인의 접근을 차단하기는 어려운 게 사실이다. A 구단 외에도 개방형 경기장을 사용하는 팀이 여럿 있다. 길을 지나다가도 경기장 내부를 훤히 들여다볼 수 있는 구조다. 종합운동장을 사용한다고 하더라도 원천차단은 불가한 게 맞다. 하지만 경기를 전후해 선수단에 직접 접촉하는 소수의 팬을 인지하지 못한 점은 명백한 잘못이다. 선수단 이동 동선을 평소와 다르게 구성하는 조치도 고려해야 했다. 이에 해당 구단은 “WK리그 구단들이 모두 열악한 환경에 처해 있다. 홈구장을 옮기는 일도 쉽지 않다. 사태 이후 홈 및 원정팀이 경기장에서 주차장까지 이동하는 동선을 통제하고, 최대한 외부로부터 통로를 차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연맹은 개막을 앞두고 홈페이지 공지사항을 통해 이미 “2020 WK리그를 무관중 경기로 진행할 예정이다. 코로나 확산으로 인한 피해를 방지하고자 함이니 많은 양해 부탁드리며, 관중 입장이 가능한 시점은 본 연맹에서 공지를 통해 추후 안내할 예정이니 참고 바란다. 경기장을 찾지 못하는 팬 여러분을 위해 인터넷 중계 및 각 구단 유튜브 채널 등의 운영을 통해 팬 여러분과 소통할 예정이니 많은 양해와 관심 부탁드린다”라는 공지를 전달한 바 있다. 그리고 개막 후 한 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해당 공지는 팝업으로 상시 게재되어 있다.

K리그 구단들은 선수단 동선과 관계자 및 미디어 동선도 완전히 분리하고 있으며, 주차장 등 경기장 근접한 곳까지도 팬들의 접근을 통제하고 있다. 대신 유튜브 등 온라인 채널을 통해 팬들과 만났고, 전광판 응원처럼 신선한 방식으로 팬들이 경기에 참여하며 선수들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왔다. WK리그 역시 매 경기 연맹 중계와 구단 자체 중계를 준비해 팬들의 아쉬움을 덜고자 노력 중이다. 서포터스 내부에서도 경기장 접근을 자제하자는 목소리를 공유하며 온라인에서 응원을 펼치고 있다.

K리그는 8월 1일부터 열리는 경기를 유관중 경기로 전환한다. 이에 따라 WK리그도 8월 중 유관중 경기를 시행할 가능성이 높다. 하나 어디서든 이번과 비슷한 일이 발생한다면, 모든 게 없던 일이 될 수 있다는 걸 새겨야 한다. 이미 무관중 경기로 인해 축구계는 금전 외에도 많은 손실을 입었다. 일부 이기적인 팬의 비뚤어진 팬심은 이러한 선수들과 구단, 연맹, 나아가 관련 정부 기관들의 노력까지 물거품으로 만들 수 있다. ‘나 하나쯤이야’하는 생각이 대다수 정상적 서포터스를 욕보이고, 리그 전체를 위협할 수 있다는 자각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글=김유미 기자(ym425@soccerbest11.co.kr)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그래픽=김주희 디자이너(www.besteleve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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