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돔, 축구, 월드컵 (上편)

2010-03-29 오전 9:20:00 양정훈

(베스트일레븐)

◆ 양정훈의 성지순례
▲ 돔, 축구, 월드컵-上편

쓰임새의 단순함을 따지자면 옥외경기장(종합 혹은 축구전용, 이하 경기장)만큼 으뜸인 건물은 아마 없을 것이다. 의도한 바 대로 '경기'를 치름으로써 짊어진 책임을 완수(목적성)하면 그만인 시설이다. 부수적인 쓰임은 논외로 하고 무이(無二)해 보이는 이와 같은 강력한 '목적성'은 태생의 것으로, 활용범위가 협소하다거나 외관의 화려함이 덜하다 하여 경기장이 세간의 비난을 받을만한 근거를 일찌감치 잠재운다.

'목적성'을 이룩할 토대를 확보하는 것, 즉 필드를 설정하는 것이야 말로 경기장을 새로 지을 때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점이다. 그런데 건축가의 상상력이 미치는 범주에 '목적성'이 일차적으로 제한을 건다.

축구가 펼쳐지는 경기장만 해도 육상트랙이 있고 없음을 떠나 정해진 규격(FIFA 'Laws of the Game'에 따라 사이드라인 최소 90미터에서 최대 120미터, 골라인 최소 45미터에서 최대 90미터)에 들어맞는 필드를 설정해야 함이 신축과정에서 염두에 두어야 할 '목적성' 확보의 최우선 과제이다.

여타 스포츠를 위한 경기장 건설에서도 사고(思考) 프로세스의 중요도 차서는 뒤바뀌지 않는다. 그리고는 외부와의 경계를 지으려 사방을 벽으로 에두른다. 각 방위의 벽 사이에 단절이 있는 경우도 있고 유연한 커브 벽이 틈을 메우기도 하는데 보통은 스탠드가 담벼락의 역할을 대신한다. 스탠드의 구조를 꾸리고 좌석을 배열하며 동선을 확보하는 일, 건축가에 할당된 몫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지점이다.

하지만 엄격한 규격의 테두리 안에 꾸미는 솜씨가 재주를 부릴 수 있는 여지는 그리 많지 않다. 그래도 '세계에는 수많은 도시가 있고 도시의 수만큼 클럽이 있다. 클럽의 수만큼 경기장도 있으나 같은 모습의 것은 없다. 이것이야말로 경기장의 매력이다'라며 감격에 찬 평을 늘어놓는 이들을 무작정 과장을 즐겨하는 사람이거나 조그만 변화에도 민감한 매우 세심한 성격의 부류로 몰아가는 것은 부당하다.

그 단순한 '목적성'만큼이나 경기장의 겉모습도 단조로운 것이 분명하나 '목적성'이 강렬하게 지지하는 '고유함'에 경기장의 역사, 클럽(혹은 내셔널 팀)의 연대기, 사람들의 남겨진 흔적이 보태져 외부로 뿜어지는 경기장의 아우라에는 '같은 모습'이란 있을 수 없는 까닭이다. 유럽 축구를 유람하며 하루에도 몇 개씩 수일간 경기장 답사를 한들 후에 사진을 깊이 고찰하는 수고로움을 겪지 않고서야 비슷한 모양새에 어디가 어딘지 헷갈리기 마련이다. 이는 껍데기만 훑었기 때문이다.

외관에 다채로움을 선사하고자 경기장에 가할 수 있는 크나큰 옵션이 존재하는데 다름 아닌 '지붕'이다. 지붕의 있고 없음, 지붕의 크기나 모양 또 색깔의 꾸밈이 경기장의 전반적인 이미지를 좌우하는 경우가 많다. 경기장의 덮개를 말하는 특수한 '지붕'과 주거, 사무시설 등의 일반적인 그것과는 지칭하는 대상이 조금 다르다. 후자가 건물의 상단을 온전하게 감싸는 '하늘 막'을 이른다면 전자는 보통 '스탠드'의 일부 혹은 전체를 가리는 구조물을 의미한다. 아니 의미했었다. '돔'구장이 등장하기 전 까지는.

1965년, 세계의 불가사의라 일컬어지며 기네스북에도 오른 인류 최초의 '돔'구장이 미국 휴스턴에 그 자태를 드러냈다. 기존 경기장 '지붕'이 갖는 형식의 틀을 파괴하며 그라운드 전체를 덮어버리는 초대형 지붕은 겉보기의 다채로움을 한참이나 뛰어넘어 저절로 머릿속에 각인되는 충격적인 이미지(지금은 이도 꽤 흔한 이미지다)를 선사했다. 체육관의 규모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야구, 미식축구 등을 치를만한 크기의 거대한 공간을 '실내'로 만들어 버리는 지붕의 존재는 돈과 모험심, 그리고 테크놀로지가 합작하여 이끌어낸 황홀한 센세이션이었다.

이후 미국, 일본을 중심으로 날씨의 변화에 민감한 스포츠, 대표적으로 야구가 성행하는 나라에 다수의 '돔'구장이 세워졌다. 물론 주 용도를 표방하기로는 야구장이 대부분이었으나 미식축구장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돔'을 논할 때 이러한 구분은 단지 대표성의 상징에 가까우며 쓰임을 나누는 명확도도 떨어진다. 돔에서 '지붕'의 존재는 단지 심상을 부여함에 머무르지 않았고 경기장의 '목적성'의 범위를 너무나도 확장(다목적)시켜 흐려놓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돔'구장이 아닌 경기장에 비해 드러내는 용도 역시 다양해 졌는데 기실 '돔'구장은 필드 크기가 제한하는 한에서 인습적인 경기장의 쓰임을 그대로 계승했을 뿐만 아니라 농구, 프로레슬링, 아이스하키와 같이 보통은 실내 스포츠라고 여겨지는 행사에 박람회나 전시회 같은 실내 이벤트까지 소화하게 됐다. 사실상 '돔'은 실내외에서 할 수 있으리라 상상 가능한 모든 일을 용인하게 된 것이다.

쓰임이 다변화 되면서 수익률과 함께 활용도는 높아졌다지만 뚜렷한(때로는 유일한) '목적성'을 상실한 채 경기장의 '고유함'을 강조하는 힘은 잃은 경우가 다수였다. 물론 '야구장'을 표방하는 '돔'을 들며 이론을 제기할지 모른다. 하지만 일년에도 백 수십 경기를 갖는 야구리그의 특성상 과도하게 확장된 '목적성'(다목적) 중 쓰임이 잦은 '야구'의 이미지가 부각되었을 뿐, 애초부터 수지타산에 맞지 않는 야구전용 '돔'구장은 있기 힘들다. 굳이 금전을 논하지 않더라도 돈과 모험심, 그리고 테크놀로지 삼자의 결정체인 '돔'을 놀리는 것은 마련해 놓은 이들에게 예의를 차리지 않는 일처럼 느껴진다.

유독 축구와 '돔'구장의 인연은 그리 오래지 않았고 애정의 골이 깊지도 않다. 축구가 상대적으로 기후의 제약이 덜한 전천후 스포츠이자 자연에 순응하는 듯 맞서는 낭만의 운동인 면과 국제경기 시 천연잔디 사용을 명문화한 FIFA의 규정(2004년 7월 1일부터 시행된 바뀐 FIFA의 규정에 의하면 국제경기도 인조잔디에서 치를 수 있게 되었으나 이는 '돔'구장의 인조잔디를 사용을 공인했다는 의미라기보다 천연잔디를 기를만한 기후적, 경제적 여건이 되지 않는 곳에서도 시합이 성사되게끔 잔디사용의 예외조항을 두었다 여기는 게 타당해 보인다)등이 축구와 '돔'구장의 관계에 놓인 평행선을 지지했다. 눈, 비 속의 축구는 관례화된 미덕이며 채광과 통풍을 위시한 생육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돔'내부에서는 잔디가 원활하게 자라지 못한다. 결국 축구와 '돔'구장의 불편한 관계를 굳이 개선해야겠다면 그 키는 천연잔디가 쥐고 있는 꼴이다.

'돔'의 형태를 갖추면서도 내부에서 천연잔디를 기르려는 다양한 시도가 있어왔지만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귀결되었다. '채광과 통풍'의 조건을 확보해야 한다는 대전제 아래 지붕을 여닫도록 돔을 설계하거나 실외에 있는 필드규격의 구조물에다 잔디를 기른 후 필요할 때 '돔' 안으로 옮기거나. 이러한 관계개선의 노력들이 축구와 '돔'구장이 내딛는 평행선의 일시적인 교차점을 만들어 냈지만 많은 비용을 들이고 번거로움마저 떠안아야 하는 상황에서 과감하게 천연잔디 '축구장'을 주 용도로 내세우는 위험을 감수하면서 까지 '돔'설계를 굳이 주장하는 건축주나, 투자자는 많지 않은 듯하다.

바꾸어 생각하면 천연잔디는 ‘돔’의 장점이기도한 흩뿌려진 잿빛 ‘목적성’에 정면으로 맞서 ‘돔’의 가능성을 제약하는 불청객이다. 보호시설을 설치한다고 쳐도 굳이 ‘돔’에서 천연잔디를 짓밟으며 기필코 장시간의 오페라를 관람해야할 이유는 없기에.

글,사진=양정훈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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