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돔, 축구, 월드컵 (下편)

2010-03-29 오전 9:22:00 양정훈

(베스트일레븐)

◆ 양정훈의 성지순례
▲ 돔, 축구, 월드컵-下편

축구만을 고려한다면 적어도 아직까지(아마 앞으로도) 경기장(트랙의 유, 무과 관계없는 축구장)의 '지붕'을 지칭할 때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스탠드의 덮개이며 '목적성'의 문어발식 확장을 굳이 꾀하지 않아도 되는 입장의 건축가가 애써 경기장 전체를 감싸는 옵션 구조물을 고려할 필요는 없다.

'실내'를 담보로 하는 확장성에 기대지 않고서도 육상트랙 정도가 부여하는 추가적인 '목적성'에 그동안 그래오던 부수적인 쓰임만 더한다면 뚜렷한 '목적성'을 띤 그래서 '고유함'을 지닌 경기장의 지위가 다목적 '돔'구장에 밀려 궁지에 빠질 일은 앞으로 없을 터이다.

같은 맥락에서 '돔'구장이 경기장을 막무가내로 대체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공상에 불과하다. 비용 대 효율 문제도 무시 못 할 사항이다. 경기장의 매력을 축구의 규칙처럼 그 쓰임이 단순하다는 데서 찾는다면 명확한 '목적성'에 이어져 '고유함'으로 승화하는 순간을 맛볼 때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 마냥 꽤 감동을 받는다.

경기장의 '고유함'과 그에 얽힌 스토리를 찾아 세계를 떠돌아다니는 순례객에게 축구와 '돔'구장의 불편한 관계는 사실 반갑기까지 하다. 축구의 흔적을 찾아 멀리 떠나온 이에게 야구 옷을 입은 관중들이 곳곳에 앉았는 ‘미식축구장’을 표방하는 실상은 다목적인 ‘돔’에서 아이스하키경기를 관람하기란 여간 불편한 일이 아니다. 지루한 박람회가 아닌 게 와중 다행.

흥미롭게도 평행선이 교차한 드문 자국이 축구의 최대잔치 월드컵에서 마저 보인다. 1994년 미국대회에서 최초로 월드컵 경기가 실내에서 치러진 이래 2002년 한일대회, 2006년 독일대회까지 모두 세 차례의 월드컵에서 '돔'의 부류로 치부할 만 한 경기장이 사용되었고 그 수를 헤아려보면 도합 5개이다. 1994년 미국대회의 '폰티악 실버돔(미시간 주에 위치)', 2002년 한일대회의 '오이타 스타디움(일명 빅아이)', '고베 윙 스타디움', '삿포로 돔', 2006년 독일대회의 '겔젠키르헨 스타디움(아레나 아우프 샬케)'가 그것이다.

'오이타 스타디움', '고베 윙 스타디움'은 개폐식 돔으로 실제 월드컵 기간에는 지붕을 열어놓았기에 경기를 위한 실내환경을 제공하지는 않았다. 2006년 독일대회에서 쓰인 프랑크푸르트 스타디움(발트 슈타디온)은 지붕 전체를 접었다 펼 수 있는 구조이고 실제 대한민국과 토고의 경기가 벌어진 무덥고 습한 대낮에 지붕을 활짝 펴 원성을 사기도 했지만 이는 옥외경기장에 일시적으로 우산이나 양산을 씌우는 형태에 가깝기 때문에 '돔'구장으로 분류하기 힘든 면이 있다.

결국 월드컵에서 실내경기공간을 제공한 '돔'은 모두 세 개(미국의 폰티악 실버돔, 일본의 삿포로 돔, 독일의 겔젠키르헨 스타디움)뿐이며 '돔'구장이라는 이유로 흐려질 뻔 했던 그 '고유함'이 ‘실내’ 월드컵의 무대였다는 빛나는 훈장으로나마 장식되어 순례객의 오래 지난 답사리스트에 이미 올라있다. 그나마 축구의 땅 유럽에 위치한 겔젠키르헨 스타디움(벨틴스 아레나)은 ‘돔’구장임에도 불구하고 분데스리가의 명문 샬케04를 등에 업고 흐릿한 ‘목적성’ 틈새에서 축구의 빛을 발하고 있지만 더러는 그곳을 2010 아이스하키 세계선수권 대회 결승전의 무대만 인지하는 사람들도 생겨날 것이다.

여하튼 ‘돔’순례 뒷맛이 축구가 주인 에피소드로 가득 찬 ‘고유함’의 달콤함만큼은 못하다. 야구장겸, 미식축구장겸, 아이스하키장겸, 농구장겸, 박람회장겸, 콘서트장 등등인 장소에서 축구를 보고 싶지는 않기에. 역시 축구는 ‘축구장’이라는 부동의 이미지가 못 박힌 곳(경기장)에서 하고 보고해야 제 맛이다.

글,사진=양정훈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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