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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jury Time-시작은 KFA, 마무리도 KFA가

2017-09-15 오전 11:15:00 손병하

(베스트 일레븐)

요즘 대한축구협회(KFA)를 보면 옛말 중에도 틀린 게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호사다마(好事多魔)’란 사자성어다. 좋은 일 뒤엔 늘 탈이 많다는 뜻인데, 최근 KFA를 보면 ‘호사’ 없이 ‘다마’만 있는 듯하다. KFA를 대변하는 또 다른 이름인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A대표팀)은 잦은 풍파에 시달리다 감독을 교체해야 했고, 이전 집행부는 KFA 법인카드를 제멋대로 사용하다 덜미를 잡혔다. 오랜 기간 이혼 사실을 숨기고 부당하게 수당을 챙긴 직원의 행위도 드러났다. 여기에 한 선수의 말실수 하나는 독성 강한 바이러스가 돼 A대표팀 전체를 감염시켰다. 와중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본선 9회 연속 진출이란 호사를 이뤘으나, 워낙 다마가 많아 다 묻혔다.

그런 KFA가 더 큰 논란에 시달리고 있다. 거스 히딩크 전 감독과 관련한 일이다. 지난 6일 거스히딩크재단에서 근무하는 노제호 사무총장이 “히딩크 감독님이 한국 축구를 위해 봉사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계시다”라고 언론에 알리면서 문제가 시작됐다. 그렇지 않아도 A대표팀의 부진과 한 선수의 말실수 등이 겹치며 홍역을 앓던 A대표팀에 히딩크란 이름이 더해지자 바람은 순식간에 태풍으로 바뀌었다. 당시만 하더라도 지나갈 것이라 생각했지만, 하루 전인 지난 14일 히딩크 감독이 직접 “한국 축구를 위해 이바지할 용의가 있다”라고 밝히면서 태풍은 더 매서운 비바람을 만들어 내고 있다.

또 있다. 김호곤 KFA 기술위원장의 말 바꾸기다. 김 기술위원장은 히딩크 관련 이슈가 나온 지 하루 뒤인 지난 7일 인천 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자리에서 히딩크 관련 인사로부터 A대표팀에 관한 이야기를 전혀 들은 게 없다고 했다. 그 자리에서 “불쾌하다”라는 표현까지 하며 신태용 현 A대표팀 감독을 지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심지어 히딩크 감독의 기자 회견이 있은 14일 늦은 오후에도 모 매체와 가진 전화 인터뷰에서 “절대 없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 절대 없다는 불과 몇 시간 뒤 “있었다”라고 바뀌었고, 이 말 바꾸기는 또 다른 불신의 씨앗이 되고 말았다.

최근 히딩크 감독을 향한 축구 팬들과 국민들의 반응이 이처럼 뜨거운 건 KFA가 만든 불신으로부터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슈틸리케 감독의 경질 시기를 놓치면서 A대표팀을 바람 앞 촛불 신세로 만들었고, 새로운 감독을 구하는 과정을 신속하고 매끄럽게 진행하지 못해 불신을 부추겼다. 여기에 새롭게 출범한 신태용호는 달라진 모습을 보이지 못했으며, 신 감독이 주장으로 선임한 한 선수는 하지 말았어야 할 말로 국민적 신뢰를 더 떨어트렸다. 설상가상으로 경기 내용까지 좋지 않아 FIFA 월드컵 본선 9회 연속 진출의 대기록을 썼음에도 환영받지 못했다. 이렇게 눈에 잔뜩 힘주고 KFA를 바라보고 있을 때 전 집행부의 비리와 히딩크란 영웅의 이름이 교차했으니, 축구 팬들과 국민들의 반응이 한쪽으로 쏠리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렇다면 대형 화제로 번진 이 문제를 해결하고 서둘러 불을 진화해야 할 할 주체도 KFA다. 만약 슈틸리케 전 감독을 조금 더 냉정하게 판단해 일찍 경질하고, 새로운 체제를 매끄럽고 빨리 출발시켰다면, 그렇게 했더라면 히딩크란 이름이 외부 충격이 돼 A대표팀은 물론 한국 축구 전체를 강타할 일은 없었다. 특히 지난 3월 슈틸리케호가 중국 원정 경기에서 충격적 0-1 패배를 당했을 때 사건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움직였다면 더 그렇다. 그랬다면 최종 예선은 네 경기나 더 남아 있었을 테고, 지금처럼 심각한 국민적 비판에 직면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전임 집행부의 비리가 드러났더라도, 그게 곧 현 A대표팀 체제의 불신과 그로 말미암은 해체 분위기까지 치닫지는 않았을 테다. 그러나 그러지 못했고, 그게 불씨가 돼 지금의 큰 화마가 됐다.

그렇다고 지금의 큰불을 잡는 게 히딩크 전 감독이 신 감독을 대신해 A대표팀 감독 자리를 맡아야 한다는 얘기는 결코 아니다. 결정의 시기와 과정이 만족스러웠던 건 아니지만, KFA는 슈틸리케 전 감독의 후임으로 신 감독을 선택했고, 명백한 계약 조건까지 발표했다. 최종 예선을 통과하면 지휘봉을 2018 FIFA 러시아 월드컵 본선까지 맡기기로 했고, 만약 A조 3위가 돼 플레이오프를 치르게 되면 그때까지 A대표팀을 맡긴다고 했다. 신 감독은 KFA가 만든 계약 조건을 충족시켰다. 경기력 논란은 있었지만, 끝내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지휘했다.

그렇다면 신 감독은 KFA가 만든 여러 논란에서는 제외되어야 한다. 일부에서는 신태용호의 경기력이 전과 비교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며 성토하지만, 단 두 경기만으로 불과 두 달 전까지 오랜 부진에 시달리던 팀을 완벽하게 바꿀 수 있는 지도자는 세상 어디에도 없다. 그리고 신 감독을 선임할 당시 우리 모두의 기대와 바람은 최종 예선 통과가 먼저였지, 탈락하더라도 달라진 경기력을 보여 달라는 게 아니었다. 더해 현재 한국 A대표팀은 우리의 기대만큼 강하지 않다. 아시아 최종 예선 10경기 동안 4승 3무 3패를 기록한 게 우리의 현주소다. 흔들리는 건 한두 번이었을 때 쓰는 표현이다. 10경기 내내 그랬다면 일시적 흔들림이 아닌 평상시 실력이라 봐야 한다.

그리고 이는 히딩크 전 감독 측에서 주장하는 6월 초 당시 KFA 부회장이던 김 위원장에게 한국 A대표팀 사령탑 자리를 먼저 제안한 것과는 별개의 문제다. 문제가 되는 건 KFA가 왜 석 달 전 히딩크 전 감독 측의 제안을 세상에 공개하지 않았는지, 그리고 김 기술위원장은 왜 있었던 연락을 없었다고 단정한 것인지다. 신 감독은 그것과는 별개로 A대표팀 사령탑 직을 제안받았고, 수락해 지금 그 자리에 앉아 있다. 물론 신 감독보다 더 풍부한 경험과 한국 축구와 동행했을 때 좋은 기억이 많은 히딩크 전 감독을 먼저 선택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 지난 아쉬움을 되돌리기 위해 명분과 원칙을 깨고, 무엇보다 어려운 시기 어려운 자리를 마다하지 않고 앉은 신 감독에게 날카로운 칼날을 내미는 것은 결코 도리가 아니다.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지킬 건 지켜야 한다.

이제부터 화마를 잡기 위해 KFA가 해야 할 일은 지금껏 불거진 여러 문제들을 제대로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다. 우선은 히딩크 전 감독과 관련한 논란을 마무리 지어야 한다. 히딩크 전 감독에게 A대표팀 사령탑 자리를 줄 수는 없다. 그러려면 신 감독에게서 지금 잡고 있는 지휘봉을 빼앗아야 한다. 그런 일은 없어야 한다. 지휘봉이 아니라면 신 감독과는 분명한 선이 그어진 A대표팀의 기술 고문 역을 맡기거나, 혹은 한국 축구의 전반적 발전을 위해 조언할 수 있는 기술 자문 역 등을 제안할 수 있다. 물론 이 문제도 히등크 전 감독과 KFA 간 감정이 상할 대로 상한 상황이라 원만하게 이뤄질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KFA에서 요직을 맡고 있는 김 기술위원장이 석 달 전 자신에게 온 연락을 세상에 공개하지 않은 책임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으므로 어떤 식으로든 히딩크 전 감독과 함께 매듭을 지어야 한다.

현 집행부가 저지른, 그리고 현직 직원까지 포함돼 불거진 비리 문제도 샅샅하고 깨끗하게 매듭지어야 한다. 이 일로 KFA는 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을 받았고, 이는 하루 이틀이 지난다고 해서 쉬이 치유될 문제가 아니다. 이미 일전에도 몇 차례 비슷한 비리 문제가 불거졌던 만큼, 이번만큼은 처음부터 열까지 모두 공개해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 이는 정몽규 KFA 회장의 의지가 가장 중요할 듯한데, 히딩크 전 감독 문제가 언제든 다시 불거질 수 있음을 명심하고 새롭게 태어나지 않으면 안 된다. 다시 또 두루뭉술하게 넘어가면, 히딩크 전 감독과 유사한 외부 충격은 언제든 다시 KFA를 강할 수 있음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최근 수개월 동안 여러 문제로 말미암아 KFA는 물론 A대표팀과 한국 축구를 향한 국민적 분노를 누그러트리고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는 노력도 게을리해선 안 된다. 그게 약속이 됐든 다짐이 됐든, 현 KFA 집행부가 나서서 다시 국민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을 수 있게 해야 한다.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릴지 모르겠지만,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지난 일을 마무리하지 않는다면 KFA를 향한 불신은 많은 시간이 흘러도 쉬이 사그라지지 않을 것이다. 더군다나 내년 6월이면 세계가 주목하는 최고의 축구 축제 FIFA 월드컵이 열린다. 그 축제에 참가하는 한국 A대표팀을 국민적 응원도 받지 못하는 팀으로 만들 순 없다. 러시아 월드컵 그 이후를 위해서라도 KFA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눈에 믿음을 심어줘야 한다.

이미 불은 났다. 서둘러 진화하지 못하는 바람에 크게 번지기까지 했다. 그러나 아직 초가삼간을 다 태워 먹은 건 아니다. 지금이라도 제대로 진화하면, 그곳에 새로운 집을 짓고 목장을 세울 수 있다. 지금 이 많은 문제의 시작은 KFA에서 비롯됐다. 그렇다면 마무리도 KFA여야 한다. 부디 신속하고 과감한 결정, 현명하고 곧은 의지로 새로운 KFA로 태어나는 출발점이 되었으면 한다.

글=손병하 기자(bluekorea@soccerbest11.co.kr)
사진=베스트 일레븐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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