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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jury Time- 김봉길호, ‘기대’ 아닌 ‘응원’이 먼저다

2018-01-19 오후 3:08:00 손병하

(베스트 일레븐)

오는 6월 개막하는 2018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 월드컵에서 FIFA 랭킹 1위인 독일을 향한 시선의 대부분은 ‘기대’로 가득 차 있다. 대회에서 우승하리란 기대 말이다. 그만치 강한 전력을 갖고 있기에 타당한 기대다. 독일 국민들은 자국 A대표팀이 다시 한 번 월드컵을 들어 올릴 날을 상상하며 기대하고 있다. 브라질 국민들이나 스페인 국민들도, 자국 A대표팀의 월드컵 우승을 기대하며 대회 개막을 기다리고 있다. 그들은 그럴만한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를 비롯해 사우디아라비아나 파나마 국민들은 안타깝게도 월드컵 우승을 기대하지 않는다. 아니 현실적으로 그럴 수 없다. 우승은 고사하고 16강 진출도 장담할 수 없는 상대적 약팀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대는 없다. 대신 약팀들의 국민들은 시선에 간절한 ‘응원’을 담아 보낸다. 상대적 강팀들과 붙어 이기길 최선을 다해 응원하는 것이다. 그렇게 응원해야 기대도 생긴다.

이를 현재의 김봉길호에 대입하면, 어떨까? 김봉길호를 향한 우리의 시선은 기대로 가득 차 있어야 할까? 그렇지 않다. 지금 김봉길호를 향한 시선에서는 기대가 빠져야 한다. 대신 응원이 그 자리에 들어가야 한다. 골짜기 세대라 불릴 만큼 유약한 선수들이, 연령별 대표팀 경력이 없는 초보 감독과 함께, 첫 번째 도전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들을 보는 시선에는 기대보다 응원이 더 많이 담겨 있어야 한다.

김봉길호를 향한 시선이 따갑다. 첫 출항이지만, 시작부터 삐걱거리고 있는 탓에 보는 이들의 눈초리가 곱지 않다. 김봉길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U-23 대표팀은 중국에서 열리고 있는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에 참가 중이다. 이번에는 메이저 대회 예선으로 진행되지 않아 중요도가 떨어지지만, 오는 8월 인도네시아에서 개최되는 2018 아시안게임 우승 여부를 타진할 수 있는 전초전이란 측면에서 허투루 임할 수 없는 대회다.

그런데 내용이 썩 신통치 않다. 이제 조별 라운드 세 경기를 치렀을 뿐이지만, 어느 하나 만족스러운 구석이 없다. 공격은 날카로움이 떨어지고, 미드필더들의 패싱력이나 경기 장악력도 수준 이하다. 수비는 다른 연령별 대표팀들과 마찬가지로 불안하다. 여기에 경기 흐름을 바꿀 만한 에이스도 눈에 보이지 않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김봉길호를 향한 시선에는 칭찬보다는 비판이 더 많은 실정이다. 특히 호주전에서는 세 골이나 넣고 승리했음에도 비판이 쉬이 가시지 않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생각해야 할 게 있다. 현재 김봉길호에 대한 우리의 기대가 타당한 것이냐에 대한 물음이다. 지금 김봉길호는 우리가 좋은 내용과 결과를 동시에 보이길 기대하기엔 무리인 팀이다. 일각에서 지적하는 ‘골짜기 세대’의 유약함 때문이기도 하고, 김 감독의 부임이 채 반년도 지나지 않아서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들이 함께 시작한 첫 도전인 이유도 있다. 그래서 지금 이 팀을 향한 우리의 시선은 기대가 아닌 응원이어야 한다.

현재 김봉길호를 구성하고 있는 주축 선수들은 1995년에 태어나 현재 만 23세인 이들이다. FC 서울에서 뛰는 황현수, 수원 삼성에 속한 김건희 등이 대표적이다. 그런데 이들은 소위 골짜기 세대라 불린다. 골짜기 세대란 주요 국제무대에 참가하지 못해 스타 선수들이 적은 연령대를 가리키는 데, 이들인 3년 전인 2015년 뉴질랜드에서 열린 FIFA U-20 월드컵 본선 진출에 실패하면서 골짜기 세대로 전락했다. 1993년생들이 주축이 된 2013년 터키 대회와 2017년 우리나라에서 열린 대회에서 1997년생들이 중심으로 활약한 세대 중간에 낀 세대이기도 하다.

김 감독은 그런 자신의 제자들에 대해 이런 얘기를 했던 적이 있다. “선수들이 ‘국제 대회에 나서지 못해 소외당한 세대’라 생각하고 있더군요. 두 살 터울 형들은 FIFA U-20 월드컵과 2016 리우 올림픽에 출전했고, 두 살 아래 동생들은 우리나라에서 열린 U-20 월드컵에서 축제를 경험했죠. 그러나 우리 아이들은 그러지 못했어요. 그래서 상처가 좀 있습니다.”

국제 대회 한 번 못 나간 게 뭐 그리 대수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그렇지 않다. 만 20세 이하 선수들은 국제 대회에 참여해 세계 각국 선수들과 기량을 겨룰 기회가 적은데, 그 얼마 되지 않은 기회를 경험하지 못했다는 건 큰 마이너스다. 단순히 대회에 출전했다는 훈장이 없는 게 아니라, 경험을 통해 성장할 수 있는 동력을 잃었다는 게 문제다. 과거에도 그런 골짜기 세대에 속한 선수들이 잘 성장하지 못한 사례는 많았다.

김 감독도 마찬가지다. 김 감독은 2014년 인천 유나이티드에서 물러난 뒤 축구와 단절된 삶을 살았다. 스스로도 3개월 동안은 축구를 거들떠도 보지 않았다고 말했을 정도였다. 그러다 2017년 초당대학교 축구부 감독으로 부임한 뒤, 지난해 9월 U-23 대표팀 감독으로 부임했다. 김 감독도 제자들처럼 지난 몇 년을 성공보다는 실패에 가까운 삶을 살았던 인물이다. 더군다나 연령별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당연히 처음에서 오는 낯섦을 극복하는 일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김 감독은 이번 대회에 참가하는 출사표로 이런 말을 남겼다. “음지에서 독을 품은 친구들입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고요. 하지만 그런 과거의 아픔들이 큰 동기 부여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저도 절박하고 선수들도 역시 그러합니다. 그런 절박함을 무기로 똘똘 뭉친다면 더 무서운 힘을 발휘할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누차 강조했듯, 그리고 김 감독 스스로도 밝혔듯 이번 U-23 대표팀은 양지보단 음지가 익숙한 이들로 구성됐다. 그래서 아직 가진 힘도 크지 않고, 전력도 완성되지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 U-23 챔피언십이란 무대 크기가 작지 않은 대회에 도전하고 있으니, 우리의 기대를 채우는 건 분명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혹시 또 모른다. 우리가 이들의 현재를 인정하고 꾸준하고도 커다란 응원을 보낸다면, 골짜기 세대란 오명을 딛고 새로운 황금 세대로 발돋움할지도 모른다.

기대는 일단 접자. 대신 그 자리에 응원을 채우자. 기대는 이들이 부족한 현재를 딛고 한 단계 성장했을 때 보내도 늦지 않다. 기대를 접으면 김봉길호를 향해 비판보다는 칭찬과 격려를 더 많이 할 수 있다. 만만치 않은 조별 라운드를 극복하고 8강에 진출한 김봉길호, 이들이 남은 싸움도 잘 치르며 성장할 수 있도록 큰 응원을 보냈으면 하는 바람이다.

글=손병하 기자(bluekorea@soccerbest11.co.kr)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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