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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jury Time- 16년, 22억 원보다 중요한 것, ‘진실한 마음’

2018-12-20 오후 1:40:00 손병하

(베스트 일레븐)

2015년 12월의 어느 날로 기억한다. 그날은 갑작스러운 한파가 몰려와, 초겨울치고는 꽤 쌀쌀했다. 쌀쌀한 초겨울의 어느 날, 수원 종합운동장 바로 옆에 위치한 보조 구장에서 홍명보 대한축구협회 전무이사를 만났다. 당시 홍 전무는 아무 자리도 맡고 있지 않은, 소위 말하는 ‘백수’였다. 백수 홍 전무가 수원 종합운동장에 나타난 이유는 한 기업이 주최한 어린이 축구 교실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서였다. 일종의 ‘재능기부’다.

당시 홍 전무에게 이런 질문을 했다. “새로운 직장을 구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라는 질문이었다. 그런데 홍 전무의 답변이 의외였다. “몇몇 구단과 얘기를 나누고는 있다. 그런데 지금은 그것보다 더 급한 게 있다. ‘자선 축구 경기’다. 올해도 자선 축구 경기를 개최해야 하는데, 해를 거듭할수록 만만치 않다.” 홍 전무는 자신이 백수임에도 불구하고, 2003년 시작한 ‘소아암 어린이 돕기 자선 축구 경기’ 개최에 모든 정신을 집중하고 있던 것이다. 그때 홍 전무에게 가장 중요한 건 다음 ‘지휘봉’이 아니라 그해 ‘자선 경기’였다.

홍 전무 이름을 딴 자선 축구 경기는 그로부터 15년이 지난 올해도 열린다. 올해로 16회를 맞는다고 하니, 자선 축구 경기를 계속 이어온 홍 전무가 새삼 대단스러워 보인다. ‘내’가 아닌 ‘남’을 위한 일을 15년이란 긴 시간 동안 이어온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닌 까닭에서다. 또 홍 전무는 그 기간 동안 약 22억 8,000만 원의 기금을 조성해 소아암 환우 및 어려운 이웃에게 전달했다. 이 역시 놀라운 일이다.

그런데 15년이란 긴 세월과 약 22억 원이란 커다란 돈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 나보다 못한 이웃을 도우려는 홍 전무의 ‘진실한 마음’이다. 그 마음이 진실하지 않았다면, 벌써 흐지부지됐을 자선 축구 경기다. 앞서 홍 전무의 백수 시절을 언급한 것도, 그의 진실한 마음을 모두가 제대로 알았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그는 그 15년 동안 남을 돕는 자선 축구 경기를 그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하고, 멈춤 없이 실천해 왔다. 진실한 마음이 없다면, 결코 지금까지 이어올 수 없었을 일이다.

사실 홍 전무는 이 자선 축구 경기를 하기 이전부터 사회 공헌 활동을 해왔다. 현역 시절부터다. 홍 전무는 1997년 포항 스틸러스에서 일본 J리그 벨마레 히라쓰카로 이적했다. 1990 국제축구연맹(FIFA) 이탈리아 월드컵과 1994 FIFA 미국 월드컵 등에서 보인 활약을 발판으로 해외 이적을 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당시 홍 전무는 이적료 수익금 중 5,000만 원을 출연해 ㈔홍명보장학회를 설립했다. 현역 선수였기에 직접 장학회를 운영할 수 없어, 원소속 구단이던 포항에 운영을 위탁해 끌어갔다. 포항은 홍 전무의 위탁금을 금융 수익으로 창출, 장학생을 선발하고 장학금을 지급하는 형태로 장학회를 꾸렸다. 당시는 은퇴 선수들도 사회 공헌 활동이 활발하지 않았던 때였기에, 현역 선수인 홍 전무의 행보는 신선함을 넘어 놀라움이었다.

이후 홍 전무는 2002년,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에서 은퇴한 뒤 본격적으로 장학 사업에 뛰어들었다. 2002 FIFA 한·일 월드컵 4강 진출 당시, 국민들이 보여준 큰 사랑에 좀 더 제대로 보답하기 위해서였다. 이때부터는 직접 장학생을 선발하고 장학금을 수여했으며, 이를 좀 더 발전시킨 것이 바로 2003년부터 시작한 소아암 어린이 돕기 자선 축구 경기다. 요컨대 홍 전무의 사회 환원 활동은 2003년이 아니라, 1997년부터 이어졌다고 봐야 한다. 그러면 홍 전무의 자선 사업은 어느덧 20년을 훌쩍 넘긴 것이 된다.

다시 2015년 12월로 돌아간다. 당시 홍 전무는 자선 축구 경기에 대해 이렇게 얘기했다. “자선 축구 경기는 더 이상 나만의 것이 아니다. 이름은 ‘홍명보 자선 축구 경기’로 돼 있지만, 소아암 어린이들을 비롯해 축구와 관계한 모든 이의 것이다. 자선 축구 경기를 찾아주시는 팬들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내게는 이 자선 축구 경기가 무엇보다 소중하다. 지금 차지 감독 행선지보다, 자선 축구 경기에 더 많은 신경을 쓰는 이유이기도 하다. 나만의 것이 아니니까 말이다.”

이렇게 오랜 시간 진실한 마음으로 이어 온 자선 축구 경기가 올해를 마지막으로 사라진다고 한다. 사실 올해도 경기가 열리지 않을 뻔했다. 홍 전무가 자신이 대한축구협회의 중요한 직책에 있는 만큼, 외부에서 자선 축구 경기를 바라보는 시선이 왜곡되지 않을까 걱정해 개최를 포기하려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는 지난 15년을 정리하는 의미로 열리기로 했고, 내년부터 ‘홍명보 자선 축구 경기’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참으로 아쉬운 결정이다. 홍 전무가 자신이 백수이던 2015년에도, 2014 FIFA 브라질 월드컵 참패로 국민적 원성을 들어야 했던 2014년 12월에도 멈춤 없이 지속했던 행사이기 때문이다. 2014년 12월엔 오히려 주위에서 자신 축구 경기 개최를 만류했는데, 홍 전무가 소아암 어린이들을 위한 행사기에 자신이 욕을 먹는 것과는 상관없다며 개최를 강행했다. 이 역시 진실한 마음이 없으면 하긴 힘든 일이다.

다행히 자선 축구 경기는 올해를 끝으로 사라지지만, 장학금 수여와 수비수 발굴 프로그램인 ‘코리안 쉴드 프로젝트’는 앞으로도 계속될 예정이다. 홍 전무의 사회 환원 활동은 멈추지 않는 셈이다. 20년 넘게, 축구로 받은 사랑을 국민들에게 돌려주기 위한 홍 전무의 진실한 마음에 무한한 고마움을 표한다. 앞으로 더 많은 축구인이 홍 전무의 이 진실한 마음을 이해해, 한국 축구가 더 따뜻해질 수 있는 기부 행사에 많이 동참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글=손병하 기자(bluekorea@soccerbest11.co.kr)
사진=대한축구협회, 팀트웰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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