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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jury Time- ‘長’만 무사한 그들… FC 서울의 문화인가, GS 그룹의 문화인가

2020-08-03 오전 10:24:00 손병하

(베스트 일레븐)

▲ 손병하의 Injury Time

‘장(長).’ 길 장, 혹은 어른 장으로 쓰이는 이 한자어의 뜻은 많다. 길다 혹은 낫다 등의 뜻이 있고, 맏 혹은 어른이란 뜻도 있다. 우두머리란 뜻도, 처음이란 뜻도 갖고 있다.

어떤 모임이나 단체에서 직함 뒤에 이 장이 붙이면, 그 모임이나 단체의 책임자란 뜻이 된다. 팀장은 해당 팀의 책임자이나 집행자고, 부장은 한 부서의 모든 업무를 총괄하고 대표한다. 사장은 회사의 책임자, 곧 모든 회사 업무의 최고 집행자로서의 권한과 책임을 갖는다. 그래서 장이 들어간 직책은 고하를 막론하고 엄중하다. 판단과 선택에 대한 공과 과를 가장 많이 받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상한 곳이 있다. 잘못이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장이란 직함을 가진 이들이 안전하게 있어서다. FC 서울이다. FC 서울은 최근, 아니 1년 이상 이어지고 있는 다양한 문제에도 불구하고 사장과 단장이 안전하게 근무하고 있다. 여론과 언론의 비판을 꽤 많이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쯤이면 FC 서울의 문제가 아닌, 모기업 GS 그룹의 문제가 아닌가 싶을 정도다. 자식의 잘못을 혼내거나 바로잡지 않고 방치하면, 그건 자식의 문제가 아니라 부모의 문제이지 않은가.

지난 목요일(7월 30일) 최용수 전 FC 서울 감독이 사임했다. 전날 있었던 2020 KEB하나은행 FA컵 8강 포항 스틸러스전에서 1-5로 대패한 직후다. 서울은 리그에서의 흔들림을 다잡지 못한 채 FA컵에서 대패했고, 최 전 감독은 그런 성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자진해서 물러났다. FC 서울 구단은 만류했다고 하는데, 어쨌든 최 전 감독은 사임은 받아들여졌다.

최 전 감독의 자진 사퇴를 보면서, 다시 한번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성적이 부진해서 감독이 물러나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치자. 그런데 그런 부진한 성적의 책임을 ‘왜 감독 혼자 져야 하는가’다. 물론 이는 축구뿐만 아니라 스포츠계에서 일반적 사안이긴 하다. 감독은 성적을 내기 위해 존재하는 직업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흔히 ‘프런트’라고 얘기하는 곳의 책임자들은 왜 늘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까? 성적에 대한 공과 과를 감독이 가장 많이 책임져야 하는 건 참이다. 그런데 그 성적은 결코 감독 혼자서 낼 수 없다. 여기엔 선수 수급이란 기본적 문제가 깔려 있고, 연봉을 포함한 각종 수당도 들어가 있다. 훈련 환경과 시스템 등의 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 이 문제들은 모두 구단 프런트에서 결정하는 것인데, 그렇기에 구단 프런트도 성적의 흥망성쇠와 함께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늘 책임은 감독만 진다.

특히 최 전 감독의 퇴진을 보면서 FC 서울 프런트를 향한, 더 정확히 말하면 FC 서울 수뇌부의 요지부동은 잘 이해되지 않는다. 비단 팀이 겪고 있는 성적 부진 때문은 아니다. 지난해부터 연달아 터지고 있는 헛발질에도 불구하고 FC 서울 프런트를 대표하는 사장과 단장은 아무런 상처 없이 꼿꼿하게 서 있기 때문이다.

돌아보면 지난해부터 계속되고 있는 FC 서울 프런트의 헛발질은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해 여름엔 단 한 명의 선수도 보강하지 않아 올 시즌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을 놓칠 뻔했고, 오프 시즌엔 반일 감정이 고조에 달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 기업이 만든 맥주와 파트너십 계약을 맺어 물의를 빚기도 했다. 그리고 코로나19 사태로 힘겹게 K리그1이 시작한 직후엔 그 유명한 ‘리얼돌’ 논란을 일으키며 한국 프로축구 전체를 망신시켰다.

그보다 앞서 시계를 돌려도 마찬가지다. 황선홍 감독 선임이 실패로 돌아가면서 생긴 심각한 위기가 있었고, 이을용 감독 대행 시절을 거쳐 갑자기 소방수로 등극한 최 전 감독 시절까지, 까딱했으면 FC 서울은 지난 시즌을 1부리그 K리그1이 아닌 2부리그 K리그2에서 보낼 수도 있었다. 대한민국 수도 서울을 대표하는 구단이란 수식어는 오간 데 없고, 위태롭고 불안한 FC 서울만 남은 요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FC 서울을 대표하는 사장과 실무를 총괄하는 단장은 아무런 움직임이 없다. 팀이 위기에 빠졌을 때도 그렇고, 가까스로 수렁에서 나왔을 때도 그렇다. 엄청난 논란을 낳으며 프로축구 전체를 망신시켰을 때도 그렇고, 서울에서 선수와 감독으로 많이 헌신한 레전드를 떠나보내면서도 그랬다. 실무자를 보직 해임하고 대기 발령시키고 감독이 자진 사퇴하게 내버려 두는 동안, 축구단의 이 모든 일을 총괄한 사람들은 아무런 반성이나 사죄 없이 가만히 있다.

서두에 언급했듯, 장이 들어가는 직책에 앉은 사람의 권력은 막강하다. 모든 일을 최종적으로 선택하는 사람이니 당연하다. 그 막강한 권력 뒤에는 더 강력한 책임이 뒤따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권력의 무서움이나 귀함을 모르고 마구 휘두르게 된다. 책임을 지지 않으니 신중할 필요가 없고, 책임을 지지 않으니 걱정할 필요도 없다. 그냥 그때그때 마음 내키는 대로 선택하면 그만이다. 책임을 지지 않으니 말이다.

FC 서울이 계속해서 잘못된 판단을 하고, 잘못된 선택을 하는 이면엔 이 책임을 지지 않는 ‘문화’ 때문이 아닐까란 생각까지 들었다. 사장과 단장이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니, 어떤 일을 판단하고 선택할 때 신중하거나 무겁지 않은 것 아니냔 말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우리나라를 대표하던 명문 클럽이 왜 이 지경까지 이르렀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그리고 이는 자연스럽게 FC 서울의 모기업인 GS 그룹으로 시선이 옮겨진다. GS 그룹에 있어 FC 서울은 대단히 중요한 스포츠단이다. 허창수 구단주이자 GS 그룹 회장도 매년 FC 서울의 전지훈련 장소를 방문해 선수단을 격려할 정도로 각별한 애정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FC 서울이 꾸준히 망가지고 있는 건, GS 그룹이 방치하거나 아니면 GS 그룹도 장이 책임지지 않는 비슷한 문화를 갖고 있지 않을까 의심하게 만든다. 작금 FC 서울의 문제는 이 정도로 심각하다.

서울은 지난 주말 열린 14라운드 성남 FC전에서 윤주태의 두 골로 2-1로 승리했다. 최 전 감독이 떠난 직후, 위태로운 상황에서 치른 첫 경기에서 승리하며 반전의 계기 마련에는 성공했다. 그런데 이 ‘반전의 계기 마련’을 ‘위기 탈출’로 인식해서는 곤란하다. 겨우 계기를 마련했을 뿐, 아직 서울다운 서울을 만드는 일은 멀고도 험하다.

그 멀고 험한 길을 안전하게 완주하려면, 지금까지 반복된 책임지지 않는 문화를 벗겨내는 것도 반드시 동반되어야 한다. 두 해 전 강등 직전까지 핀치에 몰린 후, 안일하게 세월을 보낸 탓에 지금 또 비슷한 위기를 겪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만약 이번에도 망각하고 쉬쉬하면, 2부리그에서 FC 서울을 만나는 일이 진짜 현실로 일어날 수도 있다. 사실 지금 FC 서울이 위치한 11위란 순위도 그리 낯설지 않다. 그만큼 FC 서울은 많이 망가졌다.

책임을 지는 문화는 중요하다. 그래야 단체든 조직이든 정체하거나 표류하지 않는다. 꼭 누군가가 옷을 벗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책임을 지는 문화가 뿌리내려야, 모든 판단과 선택이 진중하고 무거워지기 때문이다. 그래야 그 판단과 선택에 대한 후회가 적다. FC 서울이, 아니 GS 그룹이 이 지극히 당연하고 정상적 명제에 대해 이제는 올바른 답을 내리길 고대한다.

글=손병하 기자(bluekorea@soccerbest11.co.kr)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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