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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석의 축구 한잔] 경기 치르고 떠나면 그만? 곱씹을수록 무례한 유벤투스

2019-07-29 오전 11:05:00 김태석

(베스트 일레븐)

▲ 김태석의 축구 한잔

이쯤되면 뭔가 반응이 있을 법한데, 유벤투스는 마치 돌덩이처럼 아무런 기척이 없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한국 내 분위기를 감지하고도 아랑곳하지 않고 도발적인 행동을 취하고 있다. 호날두의 출전 시간 등 계약서 내 세부 조항 여부를 차치하더라도, 이러한 안하무인 태도는 매우 보기 좋지 못하다. 한국 축구팬들의 실망은 분노를 넘어 혐오라고 표현해도 될 경지에 이르고 있다. 이렇게까지 뒷맛이, 속된 말로 더러운 경기가 있었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다.

안 해도 될 경기를 굳이 하는 바람에 큰 화를 불렀다고 밖에 설명할 길이 없다. 이 경기를 둘러싼 세 주체, 그러니까 경기를 주최한 더 페스타, 팀 K리그를 구성한 한국프로축구연맹, 그리고 방한한 유벤투스 모두 저마다의 이익을 쫓아 억지로 경기를 열려고 했던 게 화근이었다. 저마다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그 책임을 져야 한다. 책임의 경중을 따지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냐마는, 이 세 주체 중 가장 심각한 문제를 보이고 있는 건 돈가방을 들고 떠나버린 유벤투스다. 그들은 너무도 무성의하고 무례하다.

유벤투스는 구단 메인 스폰서와 계약 문제로 아시아 지역에서 세 차례 프리시즌 경기를 치러야 한다는 조항을 위해 한국을 찾았다. 본래 유벤투스의 동선은 싱가포르→ 난징→ 베이징이었는데, 이중 베이징에서 치러졌어야 할 경기가 무산되면서 붕 뜨게 됐다. 이때 부랴부랴 접근했던 곳이 바로 한국이었다.

한국에서 보인 최악의 모습과 달리, 싱가포르와 난징에서는 철저하게 프로폐셔널함을 보였다는 점은 단순히 선수들의 성실한 태도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 이 모든 행사가 오래전부터 철저하게 계획되어 있었기에, 선수단이 경기와 행사를 넘나드는 바쁜 일정에도 별 탈 없이 스케쥴을 소화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그렇지 못했다. 매치가 잡히는 과정도 너무 바삐 진행됐고, 그렇다 보니 일정 구성도 엉망이었다. 당연한 귀결이다.

이 경기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일정이다. 상식적으로 당일 입국해 간단한 행사를 치르고 곧바로 경기에 돌입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더 페스타는 성명서를 통해 이 모든 일정이 자신들이 아닌 유벤투스의 요구였다고 해명하고 있다. 수차례 이 문제를 제기했으나, 유벤투스가 그때마다 괜찮다는 식으로 대응했다는 후문이다. 혹시 넘겨짚는 일일 수 있으나, 유벤투스는 난징에서 치른 인터 밀란전 이후 어떻게든 ‘어떻게든 계약상 아시아에서 세 경기를 치르면 된다’라는 것에만 초점을 맞춘 듯하다.

만약 그랬다면, 이미 이 시점에서부터 한국 팬들에게 마땅히 보여야 할 존중심은 없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좀 더 거칠게 말하자면, 어찌됐든 한국에서 세 번째 경기를 치른 후 돈다발을 들고 떠나면 그만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렇게도 호날두가 보고 싶으면 티켓을 사주겠다는, 혹자가 말하는 ‘이탈리아식 사과’를 했다는 마우리치오 사리 유벤투스 감독의 태도에서도 그러한 마음이 읽혀진다. 그들은 잠깐 발을 담근 한국에서 1초라도 빨리 떠나고 싶었다.

위약금? 그깟 위약금은 물면 그만이라는 생각도 있었을 것이다. 수지타산을 따져보더라도 호날두가 억지로 경기에 나서 컨디션을 망치거나 부상을 당할 경우, 혹은 치러야 할 한 경기를 못 치러 스폰서로부터 물어야 할 위약금에 비한다면 ‘껌값’이라고 여겼을 가능성도 높다. 지금껏 유럽 클럽들이 방한해 이런저런 문제를 야기하긴 했지만, 이처럼 무성의한 태도로 일관한 사례가 있나 싶을 정도다. 심지어 그 바르셀로나도 이틀 먼저 들어와 할 건 다 하고 갔다.

한 가지 더 언급할 게 있다. 마치 “우리도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듯한 더 페스타의 해명이다. 이 해명을 접하면서 심적으로 이해가 되기는커녕 갑갑한 느낌만 들었다. 처음 일정이 공개됐을 때 많은 사람들이 무리하다고 여겼다. 과연 가능하냐는 말도 나왔다. 겉에서 바라보는 사람도 그랬을 정도라면, 처음 유벤투스로부터 그러한 제안을 받은 주최사는 분명 더 어이가 없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벤투스의 말을 철썩 같이 믿고 진행했다. 무리해도 일단 성사만 된다면 큰 돈을 벌 수 있을 거라는 유혹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거기서부터 이미 패착은 시작됐다. 상대가 무리한 요구를 해온다면, 설령 그럴듯한 이유를 댄다고 하더라도 거부하는 게 마땅하다. 최악의 경우 경기를 없었던 일로 되돌려야 한다. 이건 기본이다. ‘완벽한 ‘무대’를 기대하고 비싼 티켓값을 치른 팬들을 위해서라도 협상에서 더 강경했어야 했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무경험자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다. 많은 이들에게서 동정심을 얻길 원할지 모르나, 솔직히 그 동정심보다 한심하다는 생각이 더 앞선다.

글=김태석 기자(ktsek77@soccerbest11.co.kr)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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