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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석의 축구 한잔] 유벤투스의 ‘적반하장’ 성명문

2019-08-01 오후 1:54:00 김태석

(베스트 일레븐)

▲ 김태석의 축구 한잔

안드레아 아넬리 회장의 명의로 된 유벤투스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노쇼 사태’에 대한 입장문은 보면 볼수록, 한국 축구에 대한 존중은 조금도 살필 수 없어 실망스럽다. 또한, 그들이 한국을 포함해 아시아 시장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엿볼 수 있었기에 화까지 날 지경이다.

7월 26일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유벤투스와 팀 K리그의 친선 경기가 1초도 뛰지 않은 호날두 때문에 파행으로 끝난 후, 가장 촉각을 곤두세웠던 건 바로 유벤투스 혹은 호날두의 공식적인 반응이었다. 현재 외신에서 경기 후 당시 상황에 대한 소식이 전 세계에 일파만파로 퍼지고 있으나, 냉정히 한국발 기사를 소스로 재생산된 것에 불과하다. 때문에 중요한 ‘당사자’인 유벤투스가 어떤 생각으로 경기를 치렀고 향후 이 사건을 대처해나갈지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일단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볼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유벤투스의 공식 성명은 정말 한 공간에서 같은 경기를 치른 당사자인지 의심이 될 정도로 무성의하고 무례하다. 주절주절 꽤 긴 내용이나 최대한 압축하자면, 호날두는 아파서 못 나왔을 뿐이며 한국에서 행사가 엉망이 된 건 제대로 배려하지 않은 한국 측 주최사 더 페스타와 항의서한을 보낸 한국프로축구연맹에 있다고 한 것이다.

가장 중요한 핵심인 호날두의 결장은 이렇다 할 유감 표명과 사정 설명 없이, 시쳇말로 위약금으로 퉁칠 분위기다. 향후 법무팀을 통해 대응하겠다는 것을 보니 더욱 그런 뉘앙스가 강하다. 호날두의 결장은 그가 이탈리아로 돌아가서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올린 사진만 보더라도 도저히 납득이 안가지만, 일단 이 건에 대해서는 넘어가려고 한다. 이견의 여지없는 계약 위반이며, 위약금 내고 말겠다는 식의 유벤투스나 호날두의 자세를 보고 있자니 이제 말하면 입만 아프다고 여겨진다.

대신 여기서는 유벤투스가 장황하게 짚은 한국 투어시 문제점에 대해서 짚고자 한다. 읽을수록 무례하다는 느낌이 드는데, 첫째는 바로 경기 일정 문제다. 확실히 26일 킥오프는 여러모로 문제가 많았다. 이런 사달이 난 가장 큰 문제는 바로 물리적 시간이 부족했다는 점이기 때문이다.

오만상을 찌푸리며 경기를 지켜본 호날두의 태도를 볼 때 27일에 경기했어도 과연 뛸 생각이 있었을까 싶은 생각이 들지만, 어쨌든 선수의 신체적 컨디션을 좀 더 가다듬고 일정을 여유롭게 가져갈 수는 있었다는 점에서 유벤투스 처지에서 최적의 경기일은 분명 27일이 맞다. 하지만 유벤투스전 개최 발표가 난 시점인 6월부터 프로연맹이 가장 강조했던 부분이 있다.

프로연맹은 하나원큐 K리그 2 2019 21라운드 세 경기가 배정되어 있다는 이유로 27일 유벤투스 초청 경기 킥오프를 거부했다는 점이다. 아넬리 회장이 어떻게 보고받았는지는 모르겠으나, 프로연맹은 “27일은 안 되니 하루 앞당겨 26일에 합시다”라고 제안한 바가 없다. 좀 더 정확히 하자면 “27일 경기는 안 하겠다”라는 게 프로연맹의 공식 입장이었다. 프로연맹은 구태여 유벤투스와 친선전에 매달릴 이유가 없었다.

당연하다. 아무리 유벤투스가 호날두를 앞세운 세계적인 인기 클럽이라고 한들, 그들과 친선 경기를 위해 오래전부터 K리그 팬과 맺은 약속인 경기 일정을 뒤로 물릴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프로연맹은 K리그, 회원사(구단), 그리고 팬들을 위한 단체라는 걸 잊어선 안 된다. 27일 개최 거부 결정은 프로연맹의 선택이 아니라, 마땅히 해야 할 의무다.

그래서 나온 대안이 유일하게 가능한 경기일이었던 26일이었다. 할건지 말건지, 공은 유벤투스에게 넘어간 상태였다. 그토록 피곤한 일정이라면 유벤투스도 프로연맹처럼 테이블에서 손을 털고 나오면 그만이었다. 그런데도 유벤투스가 내린 결정은 하겠다는 것이었다.

여기에는 아시아에서 프리시즌 세 경기를 치러야 한다는 스폰서와 계약을 충족시키기 위해 어떻게든 경기를 성사시켜야 한다는 유벤투스의 다급한 상황이 아마도 작용했을 듯하다. 어쨌든 다소 무리한 일정 때문에 조금 웃돈을 얹히는 조건을 걸긴 했어도, 선택은 유벤투스가 했다는 건 변하지 않는 사실이다. 프로연맹의 발표문에 따르면 6월 17일 미팅에서 26일 경기 개최에 대한 온갖 문제점이 거론됐음에도 불구하고 유벤투스는 전세기 보유와 다양한 해외 투어 경험을 내세우며 자신만만하게 다 수용하겠다고 했다.

유벤투스가 이런 무리한 결정을 내린 데에는 두 가지 해석을 할 수 있다. ▲ 그들이 말한 대로 정말 일정을 소화하는 데 자신 있었거나, ▲ 걸림돌이었던 ‘프리 시즌 세 번째 경기’를 한국에서 대충 치르고 돈 가방 챙겨 뜨면 그만이라는 자세를 취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정황상 후자라는 느낌이 강하지만, 정말 그렇다면 유벤투스는 이번 한국팬과 만남을 그저 ‘돈벌이’로만 여겼다는 오명을 피할 길이 없을 것이다.

비단 한국뿐만 아니라 어느 나라를 가든 늘 거론되는 교통 체증이라는 돌발변수를 예상하지 못했다는 유벤투스의 자세를 보면 정말 한심하다. 그들이 프로연맹과 협의 때 그렇게 자랑했다는 “전세기 보유, 다수의 해외 투어 경험, 여러 공항 및 동선 파악을 통한 노하우”가 현지인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다니 어리석다.

일례를 들겠다. 지난 2013년 네이마르 등 거물급 스타 속했던 브라질 축구 국가대표팀이 방한했을 때도 CBF(브라질축구협회) 인사가 사전답사해 모든 돌발변수 요인을 없앴다. 비단 브라질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팀들이 생소한 지역으로 원정 갈 때 이렇게 대비한다. ABC도 못 뗀 사람들이 노하우를 운운했다니 기가 막히다.

거짓일 가능성이 매우 큰 한국의 입국 심사 시간, 심지어 ‘국빈’과 같은 외교적 거물들이나 받을 수 있는 경찰 에스코트까지 거론하며 책임을 회피하는 건, 정말 추태다. 경찰 에스코트라니, 호날두든 유벤투스든 일개 축구 선수와 축구팀이 뭐 이리 잘났다고 설치는가 싶을 정도로 오만하다.

유벤투스는 이 성명을 끝으로 더는 대응하지 않을 듯한 느낌이다. 앞서 얘기했듯 법무팀을 내세워 물밑에서 향후 대처하겠다는 자세다. 프로연맹이 곧장 반박 성명을 내며 추가 해명을 요구했지만 앞으로 별 반응이 없을 것 같다. 이쯤되면 유벤투스가 한국 시장을 버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성싶다. 물론 한국 축구 팬들도 이제는 유벤투스를 거리낌없이 버리고 있다. 당연히 이해되는 반응이다.

글=김태석 기자(ktsek77@soccerbest11.co.kr)
사진=ⒸgettyImages/게티이미지코리아(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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