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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석의 축구 한잔] 북한의 무관중, 우리는 풀관중으로 응수하자

2019-10-22 오후 2:52:00 김태석

(베스트 일레븐)

김태석의 축구 한잔

온갖 잡음만 무성한 채 막을 내린 남북전이 끝난 지도 일주일이 되어 간다. 현재 한창 진행중인 국정감사에도 화두로 오를 만큼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든 북한의 푸대접에 대한 좋지 못했던 분위기도 지금은 다소 잠잠해진 듯하다. 손흥민이 남긴 후일담에서 알 수 있듯 안 다치고 돌아온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원정 경기였지만, 한편으로는 축구가 아닌 전쟁이었다는 점 때문에 그 씁쓸함이 쉽게 가시질 않는다.

지난 평양 원정 경기 후 축구팬들 사이에서 가장 많이 나왔던 반응 중 하나가 홈 경기 때 두고 보자는 이야기였다. 북한을 원정에서 직접 상대한 황인범의 입에서도 비슷한 뉘앙스의 이야기가 나왔다니 비단 팬들만의 생각은 아닌 듯하다.

그럴 만하다. 아시아뿐만 아니라 전 세계 곳곳을 누비며 경기를 해 온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이 정도로 푸대접을 받은 건 전례가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2014 FIFA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 최종 예선 때 만났을 때 그토록 얼굴을 붉혔던 이란도 이런 ‘짓’은 하지 않았다.

적어도 당시에는 모든 축구팬들이 생중계를 봤고, 취재진은 물론이며 응원단도 현장을 찾았다. 당시 이란이 한국 선수단을 워낙 시설이 형편없는 곳에서 훈련하고 머물게 한 탓에 ‘한강 고수부지 운동장’ 운운하며 복수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긴 했으나, 고약한 텃세를 부렸을 뿐 적어도 기본은 했다. 하지만 북한은 그렇지 않았다. 이란을 상대했을 때보다 한국에 오면 두고보자는 얘기가 더 크게 나오는 이유다.

과연 가능할까? 결론만 말하자면 불가능하다. 대한축구협회는 북한의 이번 조치와 관련해 AFC에 징계 여부를 문의한 상태다. 북한에 상응되는 조치를 하려면, 애당초 이런 문의 자체가 이율배반적인 일이 된다. 게다가 구태여 북한을 상대하면서 징계를 받을 소지가 있는 일을 할 필요는 없다. 벤투호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카타르 월드컵 본선에 나서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괜히 긁어 부스럼을 만들어 행여 벌칙을 받게 되면 피곤한 건 벤투호뿐이다. 스스로를 힘들게 할 필요는 없다. 행정적인 측면에서 볼 때 그저 북한을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다른 팀과 마찬가지로 대우하면 된다.

그렇다면 손 놓고 있어야 할까? 그렇지는 않다. 북한에 줄 수 있는 페널티는 팬들이 만들면 된다. 반년 이상 남은 홈 북한전이지만 이번 경기에서 선수들이 당한 괴로운 일들을 잊지 말아야 하며, 북한 선수들이 주눅 들 수 있도록 강력한 응원으로 선수들의 기를 북돋워야 한다.

단, 바람이 있다면 내년 6월 북한전에서 행여 있을 수 있는 정치권의 간섭은 없었으면 한다. 북한축구협회가 이번 홈 한국전을 치르면서 대한축구협회에 강조했던 점 중 하나가 바로 다른 팀과 마찬가지로 예우하겠다는 점이었다. 평양 김일성경기장에 펼쳐진 풍경을 떠올리면 이해가 안 가긴 하지만, 건조하게 생각하자면 정말 축구만 할 수 있게끔 대우했다. 선수단의 입국을 허락했고, FIFA 기준에 맞게 한 차례 경기 전 공식 훈련도 하게끔 했다. 국가 제창과 국기 게양도 받아들였다. 그리고 출국도 허락했다. 다른 외국팀과 경기할 때도 관중들을 배제하는지 모르겠으나, 정말 다른 팀이 평양을 찾았을 때 필요한 최소 조치만 해주었다. 한국 역시 그러면 된다.

으레 남북전이 열리면 늘 나오는 평화 혹은 남북통일이라는 주장에 경기의 콘셉트를 맞출 필요도 없다. 이 경기는 엄연히 월드컵 예선전이며, 그저 친선을 도모하기에는 그 비중이 매우 크다. 선수들은 이기고 봐야 하며, 팬들은 이길 수 있도록 한국 선수들을 응원하고 북한 선수들의 기를 꺾는 분위기를 연출해야 한다. 이런 중차대한 경기에 다른 메시지를 들고 오는 이는 없어야 한다. 그래야 몰입도 있는 분위기를 연출해 우리 선수들의 승리를 유도할 수 있다.

2017년 8월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2018 FIFA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홈 이란전 풍경이 딱 좋은 사례일 듯하다. 당시 사령탑이었던 신태용 감독이 부디 경기장을 꽉꽉 채워주었으면 한다는 호소를 남겼었다. 월드컵 본선으로 가는 과정에서 위기를 맞은 한국 선수들을 응원하고, 본선으로 향하는 길목을 막고 있는 이란을 심리적으로 겁박하기 위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게끔 유도한 것이다. 최근 수년 간 이란에 당할 대로 당해선지 그날은 유독 많은 팬들이 경기장에 몰려와 우리 선수들을 응원하고 이란을 적대했던 분위기를 만들었다.

다가올 북한전도 그래야 한다. 그들이 무관중으로 한국 선수단을 위협했다면, 우리는 풀관중으로 북한을 겁줘야 한다. 우리의 뜨거운 축구 열기를 생각하면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이다. 그리고 우리 팬들은 그만한 전투력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고 믿는다.

글=김태석 기자(ktsek77@soccerbest11.co.kr)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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