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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석의 축구 한잔] ‘귀화 선언’ 세징야에게 필요한 것, 한국인이 되려는 의지

2020-06-30 오전 11:06:00 김태석

(베스트 일레븐)

김태석의 축구 한잔

K리그에서 맹활약을 펼친 외국인 선수들이 귀화 의지를 밝힌다는 뉴스가 나오면 반응이 꽤나 뜨겁다. 생김새가 전혀 다른 이방인이, 그것도 뛰어난 실력을 갖추고 있는 외국인이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유니폼을 입은 모습은 상상만 해도 흥미롭다.

최근 대구 FC의 에이스 세징야가 그런 의지를 보여 화제다. 세징야는 한국 언론과 인터뷰에서 자신을 비롯한 가족들이 얼마나 한국을 사랑하는지, 그리고 한국 국가대표 선수가 되고 싶다는 열망을 보였다. K리그 최고 외인이라 할 수 있는 세징야의 이러한 귀화 의지 표출은, 만에 하나 대표팀에 발탁된다면 전력에도 크게 영향을 끼칠 요소이기 때문에 축구팬들의 관심이 뜨거울 수밖에 없다.

세징야처럼 우수한 기량을 가진 선수가 대표팀에 합류한다면 언제든지 환영이다. 무엇보다 현재 대표팀에는 ‘마법사’ 기질을 가진 선수가 매우 드물다는 점에서 더 그렇다. 골잡이로서 존재감을 가진 손흥민과 달리, 세징야는 포지션과 플레이 스타일상 흐름을 바꿀 수 있는 선수임에는 틀림없다. 더욱이 파울루 벤투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과 직접적인 언어 소통이 가능한 선수라는 점을 감안하면, 또한 벤투 감독이 정녕 세징야를 중용할 생각이 있다면, 그 효과가 꽤나 클 것이다. 지금의 퍼포먼스라면 국적을 떠나 탐이 나는 선수임에는 틀림없다.

그런데 그 전에 한 가지 꼭 짚어야 할 대목이 있다. 까다로운 귀화법 절차를 통과하는 건 둘째 치고, 단순히 축구가 아닌 한국 사회에 녹아들었다는 점을 증명해야 한다는 점이다. 단순히 언어뿐만 아니라 한국인으로서의 소양과 생활에 필요한 모든 요소를 완전히 체득해야 한다는 게 전제되어야 한다. 어쩌면 이게 세징야가 지금껏 축구로 도전해온 것보다 더 힘들 수 있는 일이다.

실력만 좋으면 됐지 무슨 말이냐 싶겠지만, 실제로 최근 브라질 선수들을 거의 직수입하다시피 열을 올리고 있는 중국 정도를 제외한 나머지 국가들의 귀화 선수들은 사실상 그 나라 사람들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한국 축구계에 귀화 선수 이슈가 본격적으로 촉발된 건 1990년대 일본 축구 국가대표팀과 경쟁하면서부터인데, 당시 루이 라모스·와그너 로페스·알렉스 등과 같은 브라질 출신 선수들은 능숙한 일본어를 구사하며 한 명의 일본인으로서 행동했다.

사례를 먼 과거에서 찾을 필요 없이 얼마 전까지 FC 서울과 울산 현대 소속으로 뛰었던 에스쿠데로만 해도 스페인어보다는 일본어로 소통하길 원한 선수였다. 일본으로 돌아간 후에도 소셜 미디어에서 팬들과 소통하는 수단은 일본어다. 특히 최근에는 어려서부터 일본에 정착한 외국 출신 귀화인들의 비중이 점점 늘어나는 모습이다.

유럽에서도 마찬가지다. 아프리카나 남미에서 넘어온 이민자들이 유럽에 터전을 꾸리고 정착해 낳은 후손들이 축구 선수로 성장했다. 이런 선수들이 현재 다양한 피부색을 가진 대표팀을 꾸리고 있다. 단순히 실력뿐만 아니라 그들의 커뮤니티 내의 당당한 일원으로서 인정받았기에 가능한 국가대표팀 발탁이라 할 수 있다.

고리타분한 얘기일 수 있어도, 국가대표팀은 단순히 스포츠팀이 아니라 굉장한 상징성을 품고 있는 팀이다. 프랑스 대표팀 내의 유색인종 선수들에 대한 강한 반감을 보였던 장 마리 르펜과 같은 과격한 정치인들이 주장하는 ‘백인 대표팀’과 같은 주장에는 결코 동감할 수 없으나, 피부색이 어떠하든 국가대표가 되려는 선수는 그 나라 사회의 완벽한 구성원이 되어야만 한다는 원칙은 전 세계 어느 나라든 분명하게 주어지는 평가 기준이라 할 수 있다. 요컨대 귀화가 국가대표 발탁이라는 선수 개인의 영달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세징야의 귀화 선언 소식이 반가우면서도, 노파심이 드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사실 세징야 이전에도 제법 많은 브라질 선수들이 한국 귀화에 대한 욕심을 냈었다. 십여 년 전 모따가 그랬고, 조나탄과 로페즈도 그랬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말뿐인 귀화 선언에 그치고 말았다. 정말 귀화할 생각이 있다면, 세징야에게서는 이들과는 다른 모습을 볼 수 있길 기대한다. 멋진 축구 실력만큼이나 ‘한국인’이 되어가려는 세징야의 노력을 앞으로 지켜보길 희망한다.

글=김태석 기자(ktsek77@soccerbest11.co.kr)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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