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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석의 축구 한잔] ‘제3자’ 빠지고 구단과 선수가 직접 대화하자

2020-08-21 오전 10:45:00 김태석

(베스트 일레븐)

김태석의 축구 현장

돌아가는 상황이 무척 갑갑하게 느껴진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이하 연맹)과 한국프로축구선수협회의(이하 선수협) 갈등을 두고 하는 말이다. 수개월 째 지속된 양 측의 의견 충돌은 이제는 날선 감정싸움으로 번지는 분위기다.

프로연맹은 19일 이사회를 통해 연봉 3,600만원 이상 선수에 대한 연봉을 10% 삭감하는 권고안을 통과시켯다. 이에 선수협은 20일 언론사에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해당 권고안이 부당하다고 반박했다. 보도자료의 뉘앙스로 볼 때 사실상 협상은 끝났다고 선언한 것과 진배없다. 나아가 선수들이 향후 부당한 상황을 겪는다면 ‘긴급 대응 지원 체계’를 구축해 총력 저지하겠다고 말했다. 이제 양 측은 평행선을 달리는 수준이 아니라, 완전히 등을 돌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코로나19 발병 후 발생한 지금의 상황은 실로 유례가 없는 일이기에 어느 정도 마찰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했다. 전통과 체계가 한국과 비할 바가 안 되는 이탈리아나 잉글랜드에서도 이 문제를 둘러싸고 첨예한 갈등이 있었기에, 한국에서 쉽게 뜻이 모일 거라고 생각한 이들은 없었다.

고통을 분담하자는 대의명분도 물론 중요하나, 현실적인 문제인 ‘돈’과 직결된 사안이라 시쳇말로 쿨하게 받아들일 사안도 솔직히 아니다. 냉정히 100만원을 벌든 1억을 벌든 임금이 깎인다는 건, 그 이유가 어떠하든 당사자에게는 결코 기분 좋은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벌이를 하며 생계를 꾸려가는 이들이라면 충분히 이해할 얘기일 것이다. 그래서 애당초 이 사안이 쉽게 타결될 것이라고 기대했던 게 무리였지 싶다. K리그 구단의 이익 대변 단체인 프로연맹과 선수들의 이익 대변 단체인 선수협이 축구계 전반을 뒤흔든 재정적인 어려움에 대한 공감대가 있을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는 것만 확인했을 뿐이다.

그런데 곰곰 생각해보니 이 두 단체가 대표성을 가지고 지금까지 씨름한 게 과연 효과적인 방법이었나 싶기도 하다. 애당초 임금을 주고받는 구단과 선수의 계약에 관한 일이었다. 대표성만 있을 뿐 제3자라 할 수 있는 두 단체를 끼면서까지 구단과 선수측이 갈등을 빚어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이 방식은 도리어 오해만 키웠다. 다른 방식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여러 이야기가 오갔지만, 정작 당사자인 구단과 선수들은 서로 테이블에 마주하지도 않았다는 게 중요하게 짚어야 할 점이다. 이 사안이 진정 현재 K리그 클럽 운영 실태에 관한 최대 화두라면, 굳이 중간 단계를 거쳐서 얘기할 게 아니라 각 구단과 선수가 마음을 열고 직접 소통해야 한다.

어차피 각 구단과 각 선수에 주어진 처지가 모두 상이한 만큼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논의해야 한다. 물론 선수에 자율 의지가 부여되어야 한다는 전제 하에서 하는 말이다. 취지는 공감해도 연봉 삭감은 할 수 없다는 생각을 가진 선수가 있다면, 구단은 괴롭더라도 받아들여야 한다는 자세로 대화에 임해야 한다. 구단의 설득이 선수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도록 하는 것, 결국 구단의 역량에 따라 결정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다만 선수협 측의 과한 걱정은 일단 짚고 싶다. 구단에서 삭감된 연봉계약서를 내밀며 사인하라고 하는데 그걸 버틸 선수가 있느냐는 반문은, 너무 궁색하게 느껴진다. 무엇을 걱정하는지 알겠으나, 일어나지 않은 일을 가지고 얘기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이미 작성된 연봉계약서의 내용을 바꾸는 과정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한 건 도리어 선수측이지 싶다. 구단이 어려움을 거듭 호소해도, 선수가 아무리 그래도 계약서에 적혀 있는 임금을 받아야겠다는 자세를 보인다면 구단 처지에서는 어쩔 도리가 없는 게 현실이다.

더욱이 최근 선수와 구단이 FIFA나 법원에서 벌였던 송사의 결과물을 볼 때 선수의 손을 들어주는 경우가 훨씬 많다. 이는 그간 선수협 측이 공개했던 상당수의 승소 사례에서도 알 수 있다. 때문에 이런 걱정은 지나친 언더도그마가 아닐까 싶다. 과거처럼 구단이 절대적인 강자, 선수가 무조건적인 약자가 아니다. 선수협이 우려하는 대로 강압에 따른 분쟁이 빚어진다면 당연히 선수가 이긴다. 그런 분쟁이 현실적으로 빚어진다면 그때가서 선수들을 철저히 엄호해도 늦지 않다.

제3자에게 대표성을 부여해 한 다리 거쳐서 얘기하며 갈등의 골만 깊어졌다면, 구단과 선수 개개인이 직접 얼굴을 맞대고 얘기해 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말 많고 탈만 많았던 협상을 벌인 두 단체는 애당초 계약 당사자가 아니니, 이제 뒤로 멀찌감치 물러나서 양측이 나누는 대화를 곰곰이 경청하는 자세를 보였으면 한다. 어쩌면 굉장히 번거롭고 귀찮은 일일 수 있다. 하지만 지금처럼 오해를 키우는 것보다는 낫다고 여겨진다. 동등한 자격으로, 허심탄회하게 일단 제대로 얘기부터 나눠보자. 그러면 다람쥐 쳇바퀴 돌듯 끝나지 않았던 이 논쟁의 실마리가 잡힐 수 있다.

글=김태석 기자(ktsek77@soccerbest11.co.kr)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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