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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석의 축구 한잔] ‘카드 캡터 동준’은 울산으로, ‘♡무나닝♡’ 걸개는 미국으로

2021-04-16 오후 2:57:00 김태석

(베스트 일레븐=부산)

김태석의 축구 한잔

축구팬들에게 타 팀으로 떠난 선수들은 어떠한 존재일까? 나쁜 인상을 남긴 선수들은 냉큼 잊어버리고 싶겠지만, 좋은 추억을 안긴 선수들은 영원토록 기억하고픈 존재일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 시간이 흐르면 잊어버리는 게 보통이다. 떠난 선수보다 당장 눈 앞에서 최선을 다하는 선수에게 집중하게 되니 어쩌면 당연한 현상이다.

2021시즌이 개막된 후, 한국프로축구연맹이 유튜브 공식 계정을 통해 내놓은 영상이 소소한 화제가 된 바 있다. ‘K리그 TMI: 팬의 과한 사랑이 이동준에게 미치는 영향’이라는 영상인데, 총 여덟 가지 에피소드 중 가장 시선을 모은 건 이동준을 향한 부산 팬들의 걸개에 관한 에피소드였다.

일본 애니메이션 ‘카드 캡터 체리’를 패러디한 ‘카드 캡터 동준’이라는 걸개에 관련한 이야기다. 영상에 소개된 바에 따르면, 부산 서포터스들은 이동준이 부산에서 뛸 적 공격 포인트 열다섯 개를 기록하면 이 걸개를 떼겠다는 약속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부산 서포터스는 공격 포인트가 20개를 달성하고도 이 걸개를 스탠드에서 떼지 않았다. 심지어 이동준이 이번 시즌 울산으로 이적한 후에도 울산 서포터스로 보내 걸개가 따라다니도록 했다. 덕분에 이 사연을 아는 축구팬들은 웃음바다가 될 수밖에 없었다. 혹자는 ‘영원히 고통 받는 이동준’이라고 표현하면서도 껄껄 웃기도 했다.

그런데 사실 부산 서포터스는 특히 애정을 품고 있는 선수들을 대상으로 여러 가지 독특한 응원 걸개를 제작하는 것으로 꽤 유명하다. 이동준 걸개뿐만 아니라 이들이 제작한 선수 응원 걸개에는 묘하게 우스꽝스러운 요소가 곳곳에 들어가 있다. 모르는 이들이 보기엔 좀 짖궂어 보이긴 한다. 그런데 도리어 그 짖궂음이 걸개에 등장하는 선수와 부산 서포터스의 관계를 말하고 있다. 마치 어여쁜 동생에게 짖궂은 장난을 치며 친근감을 표시하는 형들의 애정 표현이기 때문이다.

부산 서포터스들은 선수들이 떠난 후에도 이 걸개를 재치있게 활용하고 있다. 떠난 선수의 새 소속팀 서포터스나 팬들에게 걸개를 증여하는 방식으로 응원하고 있다. 다른 팀 팬들에게 선수들을 잘 부탁한다는 의미도 있으며, 선수들에게는 아무리 부산을 떠났어도 여전히 애정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겠다는 뜻도 담겼다.

크게 조명되진 않았지만, 경남 FC로 이적한 스트라이커 이정협을 위해서도 이동준과 마찬가지 이벤트를 벌인 바 있다. 지난 2월 27일 벌어졌던 하나원큐 K리그2 2021 1라운드 경남과 FC 안양의 맞대결이 벌어진 창원축구센터에는 이 하나가 빠진 이정협의 모습이 담긴 ‘부산 바보 2호 이정협’이라는 걸개가 붙었다. 창원까지 따라온 옛 응원 걸개에 이정협이 꽤나 놀랐을 터다. 다만 다른 팀 서포터스의 사정과 정책에 따라 이 걸개들이 다른 경기장이 부착될지 여부는 장담할 수 없는 처지다. 이정협 걸개는 이후 경남 경기에선 보이지 않았다.

흥미로운 건, 부산 서포터스가 걸개와 관련해 보다 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2020시즌을 끝으로 부산을 떠나 미국 MLS에 속한 LA FC로 이적한 김문환을 응원했던 걸개를 미국으로 보낼 계획이다.

김문환이 잔디에 누워 팔로 얼굴을 떠받치며 사랑스러운 표정을 하고 있는 이 걸개에는 ‘♡무나닝♡’이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다. 부산 서포터스는 LA 한인회를 통해 이 걸개를 받아서 응원해 줄 사람을 찾는데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다 완벽한 ‘배송’을 위해 세부 조율하고 있지만, 조만간 LA FC의 홈 뱅크 오브 캘리포니아 스타디움에 ‘♡무나닝♡’ 걸개가 걸릴 것이라 자신하고 있다. 부산 서포터스는 이 걸개를 본 김문환이 더욱 힘을 내어 경기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이렇게까지 떠난 선수를 챙기는 이유가 궁금했다. 부산 서포터스의 문대준 씨는 “단순히 선수 정도가 아니라 부산에서 훌륭하게 큰 동생들이다. 떠났어도, 계속 지켜보고 있다는 걸 알리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김문환 응원 걸개가 제대로 붙어있는지, 코로나19가 종식되면 LA FC의 홈 경기까지 차후 방문하겠다는 의지까지 보였다. 이미 ‘팬심’의 수준을 넘어서 ‘형제애’를 나누고 있는 모습이었다. 떠나면 그저 남이 될 수밖에 없는 축구판의 생리를 떠올리면, 이들의 사랑은 꽤나 유별날지라도 보기 참 훈훈하다.

글=김태석 기자(ktsek77@soccerbest11.co.kr)
사진=부산 서포터스 P.O.P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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