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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석의 축구 한잔] 대전, 현재 감독에게 예의부터 보여라

2019-11-05 오후 5:16:00김태석

(베스트 일레븐)

김태석의 축구 한잔

대전 시티즌은 늘 열악한 재정 속에서 운영되어온 팀이다. 때문에 탄탄한 자금력을 가진 모 기업이 생긴다는 건 정말 반가운 일이다. 더는 눈물 젖은 빵을 곱씹으며 ‘헝그리 정신’을 발휘할 필요가 없다. 선수들은 보다 윤택한 환경 속에서 경기를 치를 수 있다. 좋은 일이다. 하지만 감독 선임에 관련한 일 처리는 매우 보기 좋지 못하다. 적어도 현재 팀을 맡고 있는 이흥실 감독에 대한 예우를 보여야 했다.

대전의 차기 사령탑 후보로 황선홍 전 FC 서울 감독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5일 오후 대전광역시와 하나금융그룹의 협약식 소식을 알리면서, 차기 사령탑에 황 감독이 자리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황 감독 부임설은 사실 최근 한 달 사이에 축구계에서 꽤나 설득력있게 떠돌던 이야기였는데, 실제로도 그렇게 흘러가는 듯한 분위기다.

이 과정에서 철저히 배제된 인물이 있다. 이흥실 현 대전 감독이다. 이 감독은 2019시즌 중반, 당시 극심한 부진과 내홍을 겪으며 좋지 못한 시즌을 보내던 대전의 ‘소방수’로 자리매김했다. 케미스트리가 완전히 깨진 상태의 선수단을 받아 힘든 상황을 조금씩 극복하고 팀을 수습 단계로 이끌고 있었다. 이 감독에게 2019시즌 9위로 추락한 대전의 좋지 못한 성적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얘기다. 심지어 이 감독은 계약 기간이 2년이나 남았다. 스스로 물러날 이유가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만약 황 감독이 대전 사령탑에 부임하게 된다면, 멀쩡히 사령탑을 수행하고 있는 이 감독을 밀어내는 모양새가 된다. 1990 FIFA 이탈리아 월드컵 때 선수로서 한솥밥을 먹기도 했던 두 축구인의 관계가 매우 어색해질 수밖에 없다.

매우 잘못됐다. 일단 이 감독과 구단의 계약은 준수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는게 맞다. 하지만 계약 기간이 남아있는 감독을 정리할 수는 있다. 축구계에서는 이런저런 이유로 감독과의 계약을 종료시키는 일이 흔치 않지만 종종 일어나는 게 현실이다. 때문에 새로운 감독을 선임하겠다는 판단 자체는 트집 잡고 싶지 않다.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문제는 절차다. 엄연히 사령탑을 수행하고 있는 감독이 있다면, 먼저 이 감독에게 양해나 계약 문제에 대해 의견을 조율한 후 차기 사령탑 선임 작업을 공론화시켜야 하는 게 옳다. 구단에 남고 떠나는 문제를 떠나, 기본적인 예의다. 하지만 이 감독에게는 어떠한 언질이 없었다. 말이 좋아 황 감독 선임설이지, 사실상의 해고 통보와 다를 바 없다.

이 감독은 지난 26일 천안 종합운동장에서 벌어진 하나원큐 K리그2 2019 35라운드 서울 이랜드전을 앞두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기업 구단이 된다면 긍정적인 일이다. 선수들에게도 좋은 일이라고 말해줬다”라며 구단 주변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 반갑게 대응했다.

이때 이 감독 역시 축구계에서 떠도는 차기 사령탑 선임설을 이미 접한 상태였다. 실제로도 여러 경로를 통해 차기 사령탑의 코칭스태프가 물밑에서 움직이고 있다는 기색을 느꼈다고 한다. 차마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어떤 ‘일’이 발생한다면 자신에게 가장 먼저 찾아와 협의를 했을 것이라고 믿고 기다렸다. 그래선지 5일 <베스트 일레븐>과 인터뷰에서 어쩌면 자리를 내놓아야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아예 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앞으로도 대전의 사령탑으로 활약할지 여부를 떠나, 축구인으로서 자긍심과 자존심이 크게 상하는 일을 겪었다는 점은 별개의 문제다. 이 감독은 자신을 완전히 배제하고 차기 사령탑 문제가 오가고 공론화가 된 것에 대해 분개했다.

존중받아야 할 인격과 계약 내용을 전혀 존중받지 못했으니 그의 반응이 충분히 이해가 간다. 황 감독 선임 여부를 떠나, 대전과 구단을 인수키로 한 하나금융그룹은 먼저 이 감독에 대한 예우부터 먼저 보여야 하는 게 순서다. 이 감독과의 계약 준수 혹은 파기 여부를 떠나, 이런 식의 인사 처리는 정말 보기 흉하다. 구단 행정을 맡은 대전 사무국이 아닌 그 윗선에서 움직이고 결정한 사안이라고 해도 비판 받아야 할 소지가 매우 크다. 미리 다 정해놓고, 상황이 이리 되었으니 이해해달라고 하는 건 협의가 아니다. 그건 예의 없는 통보일 뿐이다.

글=김태석 기자(ktsek77@soccerbest11.co.kr)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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