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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녀’의 벽을 허물다…, 최초의 남자 축구 팀 여자 감독

2019-08-12 오전 8:46:00 손병하

(베스트 일레븐=울산)

지난해까지만 해도 없었다. 한국 축구 전부를 훑어도 없었다. 프로팀은 물론, 아마추어 축구를 통틀어도 없었다. 남자 축구 팀을 이끄는 여성 감독은 우리나라에 단 한 명도 없었다.

그러나 2019년 1월, 그 견고했던 벽이 무너졌다. 수원 FC U-12 팀을 이끄는 감독으로 김태희 전 대한축구협회(KFA) 전임 지도자가 부임하면서다. 김 감독은 대한민국 최초로 남자 축구 팀을 이끄는 여성 감독이 됐다.

지난 11일 늦은 오후, 울산광역시에 위치한 울산과학대 축구장에서는 2019 K리그 U-12 & 11 챔피언십이 한창이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연맹)이 주최하는 K리그 유스 챔피언십은 K리그1·2에 속한 22개 팀의 모든 유스가 참가해 자웅을 겨루는 대회다.

울산에서는 K리그 산하 U-12 팀들과 U-11 팀들이 모여 대회를 치르고 있는데, 수원 FC U-12 팀과 U-11 팀을 이끄는 사람이 바로 김 감독이다. 김 감독은 올해 1월 KFA 전임 지도자에서 물러나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는데, 여성 최초로 남자 축구 팀 사령탑이 됐다.

수원 FC U-12 팀이 강원 FC U-12 팀을 7-1로 대파한 경기가 끝난 후, 울산과학대 축구장에서 김 감독을 만났다. 김 감독은 2002년 여자 초등학교 축구부 코치로 시작한 이후, 햇수로 18년 째 축구 지도자로 살고 있다. 이전까지는 줄곧 여자 팀에서 활약했으나, 올 1월 처음으로 남자 팀 감독이 됐다.

“이전까지 아무도 없었다는 게 선택의 가장 결정적 계기가 됐어요. 우리나라에 있는 모든 남자 축구 팀을 통틀어도 여성 감독은 한 명도 없었거든요. 아마 처음이 아니었다면 저도 도전하지 않았을 겁니다.”

여자 축구가 익숙했던 김 감독은 지난해 12월 수원 FC U-12팀이 감독을 구한다는 소식을 듣고 도전했다. 다행히 수원 FC가 여성이란 성별을 보지 않고, 감독으로서 역량만 본 덕에 우리나라 최초의 남자 팀을 이끄는 여성 지도자가 됐다. 그리고 어느덧 8개월 째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김 감독은 지도자로서 잔뼈가 굵다. 어느덧 20년을 향해 가는 지도자 연차만 봐도 알 수 있다. 지난 2010년에는 트리니다드토바고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U-17 여자 월드컵에 코치로 참가, 최덕주 감독을 보좌하며 한국 축구 최초로 FIFA 주관 대회 우승을 돕기도 했다. 남자 축구가 처음이지, 축구 지도자로서는 베테랑이었던 셈이다.

여자 축구 베테랑 지도자의 남자 축구 도전은 그래서 어렵지 않았다. 수원 FC는 올해 각종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데, 좋은 선수들이 김 감독의 섬세한 지도력을 만나면서 팀 전체가 더 강해졌다. 김 감독은 선수들에게 주입식 교육이 아닌 질문을 통한 이해를 강조하며 함께 성장하고 있다.

“본래 좋은 선수들이었어요. 그런데 기본이 잘 안 돼 있더라고요. 그래서 패스와 터치 등 기본을 다시 가르치려 노력했죠. 아이들이 그 기본을 잘 습득하고 나니, 성장하는 게 눈에 보이더라고요. 여자 축구 선수들은 배우는 속도가 좀 더딘데, 남자 선수들은 그게 빨라서 가르치는 맛이 더 납니다.”

김 감독은 남자 아이들을 가르치는 데엔 거부감이나 어려움이 덜 하지만, 아무래도 최초의 남자 팀을 이끄는 여성 지도자다 보니 다른 남자 지도자들의 견제가 심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그걸 이겨내야 여자 축구 후배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며, 그래서 자신의 어깨가 더 무겁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김 감독은 마지막까지 이 연령대, 그러니까 초등학교 축구 선수들을 위해 모든 것 받치겠다고 했다. 김 감독은 “보통 지도자들은 더 높은 곳을 꿈꾸잖아요? 그런데 저는 아닙니다. 이 연령대 아이들을 가르치는 게 가장 좋아요. 앞으로도 항상 이곳에서 이 연령대 선수들과 함께 할 겁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김 감독은 우리나라가 자신에게 처음으로 허락한 이 ‘최초’란 수식어를 아주 멋지게 해내려 한다. 스스로의 도전과 성공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여자 축구계 후배들을 위해 꼭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그래야 그들에 대한 평가가 좋아지고, 그들이 선택할 수 있는 문이 더 넓어지기 때문이다.

최초란 수식이 주는 부담과 어려움, 그리고 색다름을 바라보는 낯선 시선과 싸우고 있는 김 감독. 부디 김 감독이 지금의 자리에서 멈추지 않고 더 승승장구해 자신이 밟고 있는 이 새로운 길을 성공적으로 열기를 기대한다.

글=손병하 기자(bluekorea@soccerbest11.co.kr)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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