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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일레븐)

‘월드컵 챔피언’이 무너지고 말았다. 알프스 산맥은 생각보다 높고 험준했다. 8강에 가는 나라는 스위스였다. 

29일(이하 한국 시각) 오전 4시, 루마니아 부큐레슈티에 위치한 아레나 나치오날러에서 UEFA(유럽축구연맹) 유로 2020 16강 프랑스-스위스전이 벌어졌다. 양 팀은 정규 시간 및 연장전에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프랑스는 후반 12·14분 카림 벤제마가 연속골, 후반 30분 폴 포그바가 한 골을 넣었고, 스위스는 전반 15분·후반 36분 하리스 세페로비치가 연속골, 후반 45분 마리오 가브라노비치 한 골을 넣었다. 3-3에서 나아가지 못한 두 팀의 경기는 승부차기에서 결착이 나게 됐다.

첫 번째와 두 번째와 세 번째와 네 번째 키커까지는 양팀이 모두 성공시켰다. 연장전에서 보인 팽팽함은 폭탄을 돌리는 과정에도 그대로 유지됐다. 그러나 프랑스의 다섯 번째 키커였던 킬리안 음바페가 페널티킥에 실패했다. 그렇게 8강에 올라가는 팀은 스위스로 결정됐다.

경기 초반 양상은 세간의 예상과 다르게 흘러갔다. 프랑스가 우세할 거라는 전망과 달리, 스위스가 선제골을 터뜨렸다. 전반 15분, 스위스의 왼쪽 윙백 스티븐 주버가 적절하게 크로스를 올렸고, 세페로비치가 헤더로 골을 성공시켰다. 프렌치 센터백 클레망 랑글레는 세페로비치와 경합에서 패배했다.

이후 프랑스는 다소 내려앉은 스위스를 향해 중거리 슛으로 활로를 열려 했다. 짧게 썰어가는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여겼는지, 틈이 날 때마다 미사일을 쐈다. 그러나 스위스의 골문은 쉽게 열리지 않았고, 프랑스의 마음은 급해져만 갔다. 결국 디디에 데샹 감독은 하프타임을 지나며 랑글레를 빼고 공격수 킹슬리 코망을 투입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모습이었다.

후반 초반엔 프랑스에 대위기가 닥쳤다. 뱅자뱅 파바르의 파울로 페널티킥을 내줘버린 것이다. 여기서 한 골을 더 내준다면 프랑스는 정말 16강에서 탈락하게 될 수도 있었다. 이때 구국의 영웅이 나타났다. 토트넘 홋스퍼와 프랑스의 No. 1, 요리스였다. 요리스는 키커로 나선 히카르도 로드리게스의 정교한 킥을 극적으로 선방한 뒤 피치의 분위기를 삽시간에 뒤바꿨다.

이후로는 ‘프랑스 타임’이었다. 킬리안 음바페가 저돌성으로 스위스의 골문을 위협하더니, 결국 벤제마가 동점골을 터뜨렸다. 요리스의 공헌을 헛되이 하지 않기 위한 몸부림이 골을 빚어내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벤제마는 내친 김에 역전골까지 성공시켰다. 앙투안 그리에즈만의 칩샷이 얀 좀머 스위스 수문장을 터치하고 튀자, 쇄도하던 벤제마가 볼을 골문으로 밀어 넣었다.

스위스는 순간적으로 넋이 나가버렸다. 분명히 유리한 경기였는데, 페널티킥 득점에 실패한 뒤 순식간에 역전까지 허용했기 때문이다. 이 시점부터는 프랑스 선수단의 ‘개인 클래스’가 발휘됐다. 스코어의 리드를 잡은 프랑스는 여유롭게 스위스를 요리하기 시작했다.

스위스의 기를 확실하게 꺾어버린 건 포그바였다. 포그바는 페널티 박스 앞에서 슛 각도가 나오자, 지체 없이 인사이드로 감아차기를 시도했다. 포그바의 발끝을 떠난 볼은 이번 유로에서 가장 아름다운 궤적을 그리며 골망을 흔들었다. 이후 포그바는 특유의 익살스러운 셀레브레이션으로 동료들의 사기를 더욱 끌어올렸다.

그래도 스위스는 마지막까지 희망의 불씨를 피웠다. 세페로비치는 이날 폼이 참 좋았다. 후반 36분 또 한 번 골을 성공시키며 프랑스를 한 골 차로 따라잡았다. 이때 데샹 감독은 전술적 결단을 내렸다. 전방의 핵심 그리에즈만을 빼고 무사 시소코를 넣으며 3-2로 경기를 마무리하겠다는 뜻을 가감 없이 표출했다.

마지막 몇 분은 프랑스가 수세에 몰리고, 스위스가 공격을 전개하는 형태였다. 월드컵 챔프가 작심하고 수비하자 디펜스의 레벨은 상당히 높았다. 이렇게 프랑스가 승기를 굳혀가는 듯했다. 그러나 후반 45분, 스위스가 기적을 써 내렸다. 마리오 가브라노비치가 프레스넬 킴펨베를 벗겨내며 요리스를 뚫는 골을 성공시켰다. 이렇게 되면 연장전이었다. 프랑스는 후반 45+4분 코망의 슛이 골대를 맞는 불운을 겪었다.

연장 전반은 양팀의 치열한 공방전이 일었다. 직전 경기였던 스페인-크로아티아전과 달리, 프랑스와 스위스는 조심스럽게 골을 도모했다. 양 팀 모두 교체 카드를 적잖이 소요했던 까닭에 안전한 운영을 감안해야 했다. 연장 후반엔 킬리안 음바페의 슛이 스위스의 골문을 위협했다. 이후 데샹 감독은 부상의 기미가 보였던 코망을 대신해 마르쿠스 튀랑을 투입했다.

그라니트 샤카의 프리킥이 허공을 때림을 끝으로, 양 팀의 일전은 승부차기로 향했다. 이번 유로 첫 번째 러시안 룰렛이었다. 요리스 프랑스 골키퍼와 좀머 스위스 골키퍼의 어깨가 무거워진다는 뜻이었다.

승부차기 결과, 8강에 가는 팀은 스위스로 결정됐다. 네 번째 키커까지는 양 팀이 모두 골망을 흔들었는데, 프랑스의 다섯 번째 키커 음바페가 얀 좀머의 선방에 막혔다. 이번 유로 최대의 이변이 일어나는 순간이었다. 월드컵 챔피언이 탈락하고, 스위스가 위로 올라갔다.

글=조남기 기자(jonamu@soccerbest11.co.kr)
사진=ⓒgettyImages/게티이미지코리아(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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