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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일레븐)

2002 국제축구연맹(FIFA) 한·일 월드컵이 올해로 20주년을 맞았다. <베스트 일레븐>이 한·일 월드컵 20주년을 기념, 6월 호를 통해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감동과 기쁨을 선사했던 2002 월드컵 영웅들과 만났다. 거스 히딩크 당시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을 비롯해 홍명보·안정환·박지성 등과 20년 전 소중한 추억을 꺼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b11 단독 인터뷰, 네 번째 순서는 안정환이다. /편집자 주
 

46세 아재가 ‘아니’를 소환했다. 아니는, 거스 히딩크 감독이 안정환을 부르던 애칭이다. 첨엔 이야기가 잔잔했다. 해묵은 내용이라 그런지 닭가슴살처럼 퍽퍽했다. 하지만 아니의 목소리엔 점차 힘이 실렸다. 추억을 헤집다 보니 영웅의 기억도 생기를 되찾았다. 회고는 어느 순간 절정이었다. “우린 ‘미친놈들’이었어요!” 악센트가 뿜는 에너지는 20년 전 그대로였다.

스타는커녕 뛸 줄도 몰랐다?

안정환은 그 무렵만 하더라도 자신은 정규 멤버가 아니었다고 회상했다.

“아이고 스타는 무슨… 대회 직전만 해도 저는 그냥 중간이었어요, ‘내가 월드컵에서 뛸 수 있을까’라는 의문도 들었죠. 왜냐하면 (황)선홍이 형과 (최)용수 형이 있었잖아요. 제 포지션에서 워낙 잘하는 선배들이라 출전을 장담할 수가 없었어요.”

사실 안정환뿐만 아니라 23인 스쿼드 대부분이 도무지 주전을 가늠키 어려웠다. 오랜 훈련 끝에 다들 실력이 일취월장했고, 투우장 출격을 기다리는 성난 황소처럼 기세마저 흉흉했기 때문이다.

“누가 무조건 나간다? 그런 건 없었어요. 히딩크 감독님이 워낙 좋아했던 (박)지성이나 (송)종국이, 그리고 (유)상철이 형 정도? 진짜 다들 너무 잘했어요. 그때 기억이 아직도 선한 게, 이 사람들 분명 내가 k리그에서 다 붙어본 선수들인데 왜 이리 똑똑한가 싶었어요. 속으로 '뭐지, 왜 똑똑하지?' 이런 생각을 수도 없이 했다니까요. 다들 훈련 중에 진화했던 거죠.”
 

미친놈들이 몸 바쳐 이룩한 신화

“전술 성공 비결? 모르겠어요. 그때 우리는 그냥 ‘미친놈들’이었어요. 진짜 목숨 걸고 했거든요. 그래서 우리들의 커리어가 그렇게 길지 않았던 거 같기도 합니다. 사람은 기계가 아닙니다. 어느 순간엔 진을 다 빼서 몸을 소진하면 기능이 빨리 떨어집니다. 2002년 멤버들이 그랬어요.”

모든 것을 걸고 싸웠던 마블의 ‘어벤져스’처럼, 2002년의 그들도 인생을 걸었다. 뒷일 생각 안하고 세상에 덤벼들었다. 그래서 신화를 이룩했고, 모두가 영화에나 나올 법한 ‘슈퍼 히어로’로 군림했다.

안정환은 이런 말도 했다. 스타일을 놓고 대화가 오가던 중 그가 툭 내뱉은 이야기다.

“단언컨대, 2002년 월드컵에서 한국 감독님이 대표팀을 맡았다면, 저는 안 뽑혔을 겁니다. ‘기술 축구’를 이해하시는 분들이 없었습니다. 히딩크 감독님이 오시고 나서야 제가 뛸 기회가 열렸어요.”

그 시절만 하더라도 한국 축구가 다소 후진적이었던 건 사실이다. 피지컬로만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식이 만연했을 뿐, 안정환 같은 ‘기술자’들은 그라운드에서 대접받기 어려웠다. 더 높은 차원의 플레이를 이해하는 리더가 많지 않았다.

“팀이라면 힘을 쓰는 이도 필요하고, 지능형도 있어야 합니다. 여러 유형이 모여 시너지를 내야죠. 당시 한국 감독님들은 저를 안 좋아했어요. 정말 아무도요. 지금 와서라도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그래서 히딩크 감독님은 은인입니다. 이후에 대표팀을 맡았던 외국인 감독님들도 전부 저를 좋아했어요.”

* <베스트 일레븐> 2022년 6월 호 한·일 월드컵 20주년 특집 ‘BE THE REDS’ 발췌
 

글=조남기 기자(jonamu@soccerbest11.co.kr)
사진=ⓒgettyImages/게티이미지코리아(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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