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일레븐=울산)
▲ 피치 피플
홍명보
울산 현대 감독
4강 신화를 연출한 2002 FIFA 한·일 월드컵이 20주년을 맞았다. 한국 축구사에 길이 남을 위대한 업적에 대한 여러 조명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당시 팀의 핵심이었던 이들의 회고를 통해 다시금 20년 전 월드컵을 기억하는 이들이 그때의 뜨거웠던 순간을 되새기고 있다. <베스트 일레븐> 역시 2022년 6월호를 통해 거스 히딩크 감독을 비롯해 당시 캡틴이었던 홍명보 현 울산 현대 감독, 에이스였던 안정환 MBC 해설위원, 신예로서 두각을 나타냈던 박지성 현 전북 현대 어드바이저의 이야기를 담았다.
하지만 지면이라는 한정적인 여건 탓에, <베스트 일레븐>은 전설들의 영웅담을 독자들에게 모두 전하지 못해 아쉬웠다. 특히 위대한 주장이었던 홍명보 울산 감독의 회고가 그랬다. 1시간이 넘는 꽤 긴 인터뷰를 진행했음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월드컵을 앞둔 백전노장의 간절한 마음, 당시 언론에 의해 잘못 전해진 비하인드 스토리, 그리고 이 월드컵이 한국 축구와 자신의 축구 인생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쳤는지에 대한 의미 부여 등 여러 이야기를 쏟아냈다. 20년 전 이 땅을 뜨겁게 달아오르게 했던 신화를 추억함에 있어 분명 큰 도움이 될 기억들이었다. 하여 그의 한·일 월드컵에 관련한 인터뷰를 여러 편에 걸쳐 소개한다.
“정말 한 번이라도 이겼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다”
Q. 2002년 월드컵 이전만 하더라도, 우리 축구의 지상과제는 월드컵 본선 1승이었다. 통산 5승을 한 지금 시대의 축구팬들은 충분히 노려볼 만한 목표 정도로 여기는 분위기다. 그 시절 ‘1승의 가치’는 어떠했는가?
“1954 FIFA 스위스 월드컵을 제외하고, 1986 FIFA 멕시코 월드컵부터 1998 FIFA 프랑스 월드컵까지 우리는 대회에서 늘 세계의 벽을 느껴야만 했습니다. 2002 FIFA 한일 월드컵은 5회 연속 본선 진출한 대회였는데, 그 첫 경기인 폴란드전은 제겐 월드컵 본선에서는 열 번째 경기였어요. 그러니까 대회에 나가면 조별 리그 딱 세 경기만 치르고 돌아와야 했던 거죠.”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며 막연히 긍정적 생각도 했지만, 그만큼 불안감도 컸어요. 월드컵에서 1승도 못 올리고 난 뒤 후유증이 얼마나 심했는지 경험했으니까요. ‘이번엔 홈에서 열리는데 또 1승도 못하면 어쩌지’라는 걱정이 훨씬 컸습니다.”
Q. 아무래도 박지성, 이천수 등 당시 막내급 선수들은 1승의 가치를 얼마나 크게 느꼈는지 모르겠으나, 홍 감독님을 비롯한 월드컵을 경험한 노장 선수들은 정말 간절했을 듯한데
“물론 여러 생각이 많았죠. 더욱이 주장이었고, 팀 내에 대회를 경험하지 못한 선수들도 많았으니까요. 물론 홈에서 하는 대회였던 터라 이점은 있을 수 있지만,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기에 월드컵이 어떤 감정을 주는 대회인지는 잘 모르니까 그걸 알려주려 했어요. 어쨌든 저 개인적으로는 마지막 월드컵이었고 책임감도 있었으니 정신적 부담도 컸습니다. 마지막이기에 한 번 잘해보고픈 마음이 있었고, 한편으로는 마지막이니까 이전 대회처럼 하면 안 된다는 생각에 머리가 참 복잡했습니다.”
Q. 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이 순탄치는 않았습니다. 당시 공동개최국인 일본은 연령별 대회나 2000 AFC 레바논 아시안컵 우승 등 굵직한 성과를 냈었지만 우리는 그러지 않아 특히 비교가 됐고요.
“일본은 감독에게 힘을 많이 실어주는 걸 원체 잘하는 나라고, 한국은 뭐라 할까…. 항상 성적에 목숨이 좌우되는 경우가 많죠. 그만큼 우리에게는 결과가 굉장히 중요하게 여겨지는 분위기가 강합니다. 그래서 거스 히딩크 감독님을 모셔왔던 것이고요. ”
“사실 그때만 해도 히딩크 감독님을 잘 알진 못했어요. 1998 FIFA 프랑스 월드컵에서 우리를 5-0으로 꺾은 네덜란드 감독이라는 점만 알았지, 그분이 어떤 클럽을 이끌었는지, 최근 근황은 어땠는지는 잘 몰랐어요. 그래서 그저 처음에는 ‘대한축구협회에서 나름 고민해서 정말 좋은 감독님을 모시고 왔겠거니’하고 생각만 했습니다.” - ②편으로
글·사진=김태석 기자(ktsek77@soccerbest1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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