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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일레븐)

인천 유나이티드 팬은 많지 않다. FC 서울·수원 삼성 등 수도권에서 팬 수가 손꼽힐 정도로 많은 구단에 비하면 말이다. 하나 구단을 사랑하는 마음, 경기장에서의 함성은 팬 수와 비례하지 않는다. 적지만 강한 인천 팬들이 이번에는 전달수 대표이사 잔류를 위해 뭉쳤다.

전 대표는 12일 구단주 유정복 인천광역시장을 만나 사의를 표명했다. 표면적으로는 "지쳤"고 "자리에 연연한다는 소문이 돈다"는 게 이유였으나, 지난달 열린 지방선거에서 유 시장이 당선됐기에 스스로 자리를 내려놓는다는 느낌이 강하다. 전 대표는 2019년 당적이 다른 박남춘 전 시장 아래 인천 대표이사직으로 부임했다. 인천 같은 시민구단은 시장이 즉 구단주이기에, 정권이 바뀌면 전임 자치단체장이 선임한 인사가 교체되곤 했다. 유정복 시장은 아직 사표를 수리하지 않았다.

전 대표는 사랑받는 구단주다. 2019년 부임 후 당해와 이듬해 극적 잔류를 위해 물심양면 애썼고, 2021시즌에는 조기 잔류, 2022시즌에는 리그 5위 돌풍을 이끄는 중이다. 그런 그가 사표를 내자 인천 온라인 팬 커뮤니티 ‘인천네이션’ 회원들이 트럭 시위를 18일부터 22일까지 진행했다. 전 대표를 남겨달라는 부탁이다.

이번 시위를 계획한 이지우 씨는 21일 <베스트 일레븐>을 통해 “대표님께 어떻게 힘을 실어줄 수 있을지 고민했다”라고 이번 시위 의도를 전했다. 트럭을 준비하는 작업부터 쉽지만은 않았다. 나흘 전부터 준비해야 했고, 현수막에 들어갈 문구와 색상까지 세심하게 준비했다.

조심스러운 작업이었다. 전 대표의 잔류를 원했지만, 시위 과정에서 정치색이 끼는 걸 극도로 꺼렸다. “구단이 잘 됐으면 좋겠다는 마음 하나뿐이었다. 인천의 팀 컬러는 파란색인데, 색을 강조하면 특정 당이 떠오를 수 있었다. 그렇다고 붉은색으로 해도 마찬가지였다. 여러 색을 꺼내면서 메시지 전달을 잘 하려고 했다.”

시위가 체계적으로 준비됐다. 전 대표의 잔류를 원하는 팬들의 공감이 끝없이 이어졌다. 그 결과 이틀 만에 목표 금액을 훌쩍 넘어서는 비용이 ‘인천네이션’ 내에서 모였다. 이 씨는 “5만 원에서 많게는 10만 원까지 보내주신 분들도 있었다. 당초 목표 금액은 425만 원이었는데, 30시간 만에 450만 원이 모였다. 덕분에 당초 사흘 정도 생각했던 시위 일정을 닷새로 늘릴 수 있었다”라고 감사를 전했다.

트럭의 동선은 인천시청부터 인천문학경기장까지 이어졌다. 기점과 종점을 두 곳으로 정한 이유는 명확하다. 구단주 유 시장이 인천시청에 있고, 인천광역시체육회가 인천문학경기장에 사무실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트럭 한 면에서는 구단이 2020년 제작한 다큐멘터리 ‘비상 2020’ 4화 파란 중 일부분이 흘러나온다. 전 대표는 2년 전에도 한 차례 사임 의사를 표명한 적이 있다. 당시 서포터들과 선수 일부 등이 전 대표를 찾아 극구 만류했고, 끝내 전 대표의 마음을 돌릴 수 있었다. 이 내용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상이다.

여전히 믿음은 확고하다. 전 대표가 인천을 이끌 적임자라는 건 팬도 선수들도 다 안다. 사소한 실수가 크게 부풀려지고, 오랜 시간 꼬리표처럼 따라붙는 세상이다. 전 대표가 받는 신뢰는 이례적이다. 이 씨는 “전달수 대표님이 오신 후 구단이 많이 변했다. 대표님이 축구를 전문적으로 접한 분은 아니지만, 잘할 수 있는 부분에 매진하며 소통을 열심히 하고, 스폰서로 재정확충도 해주신다. 구단 내에서 전문가들의 의견을 존중해주신다. 덕분에 힘든 시기를 이겨내고 우린 성장했다. 열쇠를 쥐고 계시는 분이다”라고 힘줘 말했다.

인천 팬들은 완고하다. 이번 트럭 시위가 전 대표 마음을 돌리지 못하더라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을 거라는 의지다. 이 씨는 “대표팀도 힘들고 혼란스러우시니 사의를 표명하신 게 아닌가 싶다. 이후에도 대표님을 만나 뵙는 자리를 갖고 싶다. 결과는 우리 손에 달린 게 아니다. 이 과정에서 이렇게 목소리를 내고 열정을 갖고 있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다”라고 했다.

구단의 불통·성적 부진·주축 선수의 이탈. 트럭 시위를 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하나 구성원을 제발 남게 해달라고 부탁하는 시위는 아마 K리그 최초일 테다. 인천 팬들은 간절하다. 2022시즌을 앞두고 구단은 다음 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진출을 목표로 했다. 시즌 반환점을 돈 현재, 인천은 리그 5위다. 이대로만 마무리하면 2005년 준우승 이후 가장 높은 성적이다.

인천 응원가 ‘인천 사람들’의 가사처럼, 서쪽 끝 도시의 사람들은 최고의 석양과 낭만과 꿈을 가졌다. 22일 석양이 떨어지면 트럭 시위는 종료된다. 전 대표의 유임 문제는 오롯이 현 시장에게 달렸다. 인천 팬들의 손을 떠난 문제다. 트럭 시위는 인천 팬들의 낭만과 꿈이다. 이들이 전 대표의 잔류를 이끌 수 있을까?

이지우 씨는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이렇게 말했다. “인천 팬들은 대단하다. 팬들이 일체가 된 느낌이다. 활동을 하며 용기가 필요했다. 쉬운 결정은 아니었지만, 효과를 조금씩 느끼고 있다. 이 뜻을 지켜보며 응원해주셨으면 좋겠다. ‘팬들이 이정도로 생각하는구나’라고 말이다. 우리의 바람만은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글=조영훈 기자(younghcho@soccerbest11.co.kr)
사진=이지우, 인천 유나이티드, 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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