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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일레븐=도하/카타르)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은 역사상 유례없는 대회가 될 것이다. 사상 처음으로 11월에 열리는 대회로 기록된다. 늘 월드컵 개최 시기는 유럽에 맞춰져 있었다. 통상적으로 5월에 시즌이 끝나면 6월에 대회를 치르고 7월에 잠깐 휴식기를 가진 후 다시 새 시즌에 돌입한다.

6월이 아닌 달에 개최한 적이 없지는 않다. 이를테면 원년 대회인 1930 FIFA 우루과이 월드컵은 7월에 킥오프했으며, 2002 FIFA 한·일 월드컵은 5월 31일이 개막일이었다. 하지만 한창 시즌 중에 열리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래서 제프 블래터 전 FIFA 회장의 입에서 카타르가 호명됐을 때, 유럽 미디어에서 극렬히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본래 카타르가 통상적인 6월 개최에 힘을 실었을 때는 혹독한 사막성 기후를 문제 삼았다. 에어컨 스타디움을 대안으로 꺼내자, 거리를 누비고 있을 수많은 축구팬들은 어찌할거냐며 트집잡았다. 이에 11월로 개최 시기를 바꾸자 그때는 유럽 시즌 중이라는 이유로 반대의 목소리를 낸 것이다. 지금이야 경기장 건설 노동자 처우나 성소수자 문제에 관련해 반발하는 분위기지만, 처음에는 카타르의 날씨, 그리고 그 날씨 때문에 비롯된 개최 시기 변경을 더 지적했었다. 그렇다면 실제 경험해 본 도하의 날씨는 어떠할까? 정말 괜찮은걸까?

개인적으로 세 번째 카타르 도하 방문이다. 그리고 운 좋게도 이전 두 번의 방문 시기는 카타르의 날씨가 가장 좋을 때였다. 2011 AFC 아시안컵이 열렸던 1월, 그리고 FIFA 아랍컵이 벌어졌던 11월에 도하를 찾았다. 이때만 해도 도하의 날씨는, 더위하면 나름대로 알아주는 한국 기준으로도 제법 괜찮았다. 한낮 온도가 30도 초반까지 올라가지만 아침 저녁이면 꽤 선선한 바닷바람이 도하를 향해 불어온다.

아마 역대 월드컵을 통틀어 가장 무더운 건 변함이 없겠지만, 그래도 축구 경기 할 만하다. 단적 예로 바이에른 뮌헨 등 유럽 빅 클럽들이 겨울 전지훈련 장소로 즐겨찾는 장소가 바로 도하다. 그만큼 여건이 좋다. 하지만 월드컵 개막을 두 달 여 남겨놓은 지금, 카타르는 꽤 덥다.

<베스트 일레븐>은 현재 월드컵이 벌어지고 있는 카타르 도하에 머물며 현지 대회 준비 상황을 살피고 있는데, 새벽에도 30도를 훌쩍 넘고 한낮에는 버틸 수 없는 40도 더위까지 올라가는 상황이 꽤 곤욕스럽다. 더욱이 카타르는 사우디아라비아나 인근 중동 국가와 달리 바다를 끼고 있어 상대적으로 습도마저 높다. 9월 6일 기준 습도는 46%다. 지난해 11월에 이곳을 찾았을 때만 해도 한낮에도 이곳저곳을 다닐 만했지만, 지금은 호텔 밖이 엄두가 잘 나지 않는다.

이는 <베스트 일레븐>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모여든 해외 미디어도 마찬가지인 듯했다. 그래서 11월 개최는 실로 천만다행이지 싶은 생각이 든다. 선수들도 만족하고 거리를 누비며 자국 팀을 응원할 전 세계 축구팬들까지 감당할 수 있는 최적의 시기가 바로 11월이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유럽 미디어의 고까운 자세도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다. 돌이켜 보면 유럽 미디어들은 유럽이 아닌 다른 대륙, 좀 더 정확히 얘기하자면 러시아와 같이 정서적으로 거리가 먼 동유럽권이 아닌 서유럽권에서 열리는 월드컵에만 굉장히 온화한 제스쳐를 취했다. 반대의 경우에는 가혹하기에 그지 없는 잣대를 들이댔다.

돌이켜 보면 그 이유는 다양했다. 1978 FIFA 월드컵 개최국 아르헨티나는 군부독재정권의 인권을 문제 삼았고, 1986 FIFA 월드컵 개최국인 멕시코는 대지진 때문에 도중에 대회 개최권을 포기한 콜롬비아 대신 부랴부랴 대회를 떠안았다는 이유로 준비 부족을 거론했다. 1994 FIFA 미국 월드컵은 ‘축구 불모지’라는 우려가 있었고, 2002 FIFA 한·일 월드컵 당시에는 월드컵 때 장마와 태풍 때문에 제대로 대회를 치를 수 없다는 비판이 있었다. 이 장마와 태풍이 5월 31일로 개막일을 옮긴 주된 이유다.

2010 FIFA 남아공 월드컵과 2014 FIFA 브라질 월드컵은 극악의 치안 상황을 문제 삼았으며, 2018 FIFA 러시아 월드컵은 푸틴 정권의 비인도적 비인권적 정치를 거론했다. 반대로 1998 FIFA 프랑스 월드컵과 2006 FIFA 독일 월드컵은 이런 논란에서 자유로웠다.

물론 없는 얘기를 한 건 아니다. 유럽 미디어들의 지적에는 나름의 근거가 있다. 하지만 지상 최고의 축구 축제를 당연하게 책임지고 항상 열어야 할 ‘하자 없는 국가’는 지구상에 없다. 어느 나라에든 다른 나라에서는 통용되지 않는 문제가 있으며, 기후도 마찬가지다. 만약 카타르가 월드컵을 열지 못하면 다른 중동 국가들은 꿈에도 월드컵 개최를 바랄 수 없다.

많은 투자를 바탕으로 한 동남아 국가들은? 그들 역시 많은 투자를 통해 자국 축구를 발전시키며 언젠가는 월드컵을 열고자 하는 꿈을 꾸고 있다. 아프리카 국가들도 언젠가는 다른 나라들처럼 크게 발전해 월드컵을 안방에서 열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유럽의 기준에서는 그들 역시 자격 미달일 것이다. 그리고 스피커가 큰 탓에 전 세계 대부분의 나라에서 그들의 잣대에 휘말려 동조하게 된다.

하지만 충분히 준비된 FIFA 회원국이라면 어느 나라든 이루고픈 월드컵 개최라는 꿈을 이룰 자격이 있다. 이는 언젠가 이 땅에서 월드컵을 한 번 더 개최하고 싶다는 열망을 가슴에 품고 있을 우리 대한민국에게도 해당되는 얘기다. 모든 걸 유럽의 기준에 맞춰야 할 필요는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

천만다행으로 조금이나마 서늘한 시기에 열리게 된 카타르의 월드컵 개최는 이런 측면에서 나름 큰 의미를 지닌다. 월드컵은 이번 대회를 통해 꿈, 그리고 꿈을 이룰 만한 준비가 되어있다면 어느 나라든 안방 개최가 가능한 대회로 변모하게 된다. 이는 향후 월드컵 개최국 선정에 굉장히 중요한 사례가 될 것이다.

글·사진=김태석 기자(ktsek77@soccerbest1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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