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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일레븐)

▲ 김태석의 축구 한 잔

충남아산 FC의 홈 개막전은 정치적으로 얼룩졌다. 시 재정에 의존하는 시도민구단의 여건상 지자체와 정치인의 입김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는 건 어느 정도 수긍할 수밖에 없지만, 도를 넘었다. 문제는 직접 상급 기관인 구단이 강력하게 저항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프로축구연맹에서 ‘든든한 벽’이 되어줄 수는 없었을까?

지난 9일 아산 이순신 종합운동장에서 벌어졌던 하나은행 K리그2 2024 2라운드 충남아산과 부천 FC의 대결에서 벌어진 일은 축구가 더럽혀진 사건이었다. 이날 충남아산 선수들은 전통 색깔인 노랑과 파랑이 조합된 퍼스트 유니폼이 아닌 생뚱맞은 적색 유니폼을 입고 경기를 치렀다.

K리그의 각 팀들은 전통 팀 컬러를 기반으로 새 시즌을 앞두고 퍼스트 유니폼을 팬들에게 공개하는 걸 굉장히 중요시 여긴다. 팬들도 기존의 팀 컬러를 바탕으로 얼마나 진일보된 유니폼이 나올지 촉각을 곤두세운다. 축구에서 팀 컬러는 팀 정체성과 관련된 사안이라 이토록 민감할 수밖에 없다. 이런 측면에서 충남아산의 생뚱맞은 적색 유니폼은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엄연히 한국프로축구연맹에 등록된 서드 유니폼이긴 해도, 홈 경기에서 심지어 홈 개막전에서 이런 선택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충남아산 서포터즈 ‘아르마다’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당시 경기장 안팎에서의 상황을 면밀하게 설명했다. 비단 유니폼만 그런 게 아니었다. 이순신 종합운동장 주변을 치장해야 할 배너는 본래의 노랑과 파랑이 아닌 흰색과 붉은색으로 바뀌었고, 구단 측에서 서포터즈에게 제공하려고 했던 깃발 역시 붉은색이었다는 게 ‘아르마다’의 주장이다.

또한 이에 항의 현수막을 경기 중에 내걸었다가 철거되었으며, 철거 과정에서 실랑이가 벌어졌다. 아르마다 측은 “충남도청 관계자로부터 지원금에 대한 언급이 있었으며 축구팀은 도의 것이다. 팀 컬러는 종종 바뀔 수 있다”라는 말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축구 문화를 모르는 축구 관계자 처지에서는 할 수 있는 말일 수 있으나, 이런 얘기가 쉽게 나오는 건 축구판에서는 금기시되는 일이다.

어찌 보면 충남아산 구단도 피해자다. 겨우내 공들여 준비했을 팀 컬러를 담은 퍼스트 유니폼을 선수들에게 가장 입히고 싶었을 이가 바로 충남아산 구단일 것이다. 그래서 붉은색 홈 개막전을 준비하는 건 충남아산 구단 처지에서도 쉽게 받아들이기가 힘들었을 것이다.

아르마다 측이 주장하는 ‘관계자’의 말에서 알 수 있듯 구단 운영에 들어가는 재정적 지원을 충남도청 등 상급 기관에 의존해야 하는 처지인 만큼, 그들의 압박과 요구를 거부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하여 ‘서드 유니폼’이라는 제도적 장치를 통해 붉은색 개막전을 준비했을 것으로 본다.

이 지점을 거론하는 건, 구단에서는 이와 관련한 요구에 저항할 수 없다는 점을 언급하고 싶어서다. 더욱이 이런 처지에 놓인 시도민구단이 여럿이다. 대놓고 이런 요구를 한 충남 관계자가 황당하고 놀라울 따름이지만, 축구 문화에 무지한 또 다른 시도민구단도 이런 부당한 요구를 받을 소지는 충분하다.

‘서드 유니폼’이라는 제도적 장치 하에 이뤄진 일이긴 하지만, 한국프로축구연맹에서 이 사안을 심각하게 받아들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사실 그간 K리그에서는 선거철만 되면 무지한 정치인들에 의해 축구 경기장이 더럽혀지는 일이 종종 있었다. 4년 전 모 구단은 규정을 무시하고 무작정 밀고 들어온 한 정치인의 무리한 경기장 내 유세 때문에 억울한 벌금을 낸 적도 있다.

그때보다 더 지능화된 느낌이 드는데, 이것 역시 막아낼 수 있는 아이디어가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재차 강조하지만, 이런 일은 충남아산만의 일이 아니다.

글=김태석 기자(ktsek77@soccerbest11.co.kr)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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