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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일레븐=울산)

전남 드래곤즈의 베테랑 골잡이 이종호의 호랑이 발톱 세리머니를 묵묵히 지켜봐야 했던 울산의 마음 역시 찢겨져나갔을 듯하다. 이종호의 골이 팽팽하게 전개될 수 있었던 이 경기의 흐름을 ‘언더독’ 전남 쪽으로 기울게 했다.

전 감독이 이끄는 전남은 27일 저녁 7시 울산 문수경기장에서 벌어진 2021 하나은행 FA컵 준결승 울산전에서 2-1로 승리했다. 전남은 전반 21분 이종호, 후반 3분 장순재의 연속골에 힘입어 후반 34분 바코의 한 골에 그친 울산을 따돌리고 대회 결승에 올랐다.

2021 AFC 챔피언스리그 준결승 이후 페이스가 다소 꺾였다고는 해도, 객관적 전력상 울산의 우위가 점쳐지던 경기였다. K리그1에서 원하는 흐름을 가져가기 위해서라도 이 경기는 반드시 잡아야 한다는 동기 부여도 되어 있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전남이 울산을 궁지로 모는 상황이 연출됐다.

전반 20분까지만 해도 울산이 우위를 점하는 상황으로 전개됐다. 전반 6분 불투이스, 전반 8분 김지현의 연속적인 슛으로 분위기를 휘어잡았고, 전반 14분 전남 수문장 박준혁의 범실을 유도하는 등 득점 가능 지역에서 보다 위협적인 장면을 만들어 낸 팀은 분명 울산이었다. 하지만 세트 피스 한 방이 이 흐름을 역전시켰다.

전반 21분 전남 중원 사령관 김현욱이 울산 진영 우측 코너킥을 통해 골문 앞으로 쏘아올린 볼을 이종호가 제공권을 장악한 후 깔끔한 헤더슛으로 연결했다. 울산 수문장 조현우가 다이빙 세이브를 시도했으나, 이 슛은 조현우의 왼손에 굴절된 후 그대로 골망을 흔들었다.

흥미로운 점은 이날 이종호의 골 세리머니였다. 이종호는 과거 울산 소속 시절 자신이 만들어냈던 호랑이 발톱 세리머니를 하며 포효했다. 이종호의 호랑이 발톱 세리머니는 이종호가 떠난 후에도 울산을 상징하는 세리머니로 남았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전남의 유니폼을 입은 이종호에게 실점한 후 그 세리머니까지 당한 것이다. 그 모습을 지켜 본 울산 처지에서는 착잡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더 괴로운 건 이전까지 정상적으로 경기를 풀어나갔던 울산의 경기 흐름이 완전히 꼬였다는 점이다. 울산은 6분 후 불투이스와 조현우의 사인 미스 때문에 하마터면 추가 실점을 당할 뻔했다. 이 틈을 파고든 발로텔리가 조현우의 키를 넘기는 슛을 날렸는데, 조현우가 점프하며 손끝으로 쳐내지 않았더라면 그대로 골로 연결됐을 것이다.

전남은 특유의 수비력을 발휘하며 울산 공격진을 옥죄었다. 5-3-1-1, 상황에 따라서는 최후방에 여섯 명까지 늘어나는 수비 전술을 가동했다. 이렇다 보니 울산은 공격 작업에 상당한 애를 먹을 수밖에 없었다. 그 와중에 결정적 찬스를 만들어내긴 했다. 전반 31분 바코가 개인 돌파를 통해 박스 안에서 왼발 슛을 날렸던 장면, 2분 후 김성준의 침투 패스를 받은 윤일록이 전남 수문장 박준혁의 키를 넘기는 장면이 그랬다. 하지만 각각 박준혁의 선방과 윗그물을 때리는 불운으로 이어졌다.

뜻대로 경기가 풀리지 않으니, 평소에는 범하지 않는 실수가 나오기도 했다. 후반 3분 장순혁에게 내준 실점이 그랬다. 울산 진영 왼쪽 측면에서 자꾸 볼이 도는 상황이 연출됐는데, 이때 전남이 전방 압박을 가하며 울산의 실수를 유도했다. 볼을 밖으로 걷어내더라도 안정적인 플레이를 했어야 할 울산이었는데, 이때 박스 안에서 신형민이 발로텔리에게 볼을 빼앗기면서 더 큰 위기에 빠졌다. 볼을 잡은 장순혁이 울산 골망을 그대로 갈랐기 때문이다.

정리하자면 힘은 울산이 쓰는데 흐름은 전남이 원하는 대로 전개됐던 한판이었다. 후반 34분 바코가 윤일록이 어렵게 얻어낸 페널티킥을 득점으로 연결한 덕에 한 골 차로 따라붙었으나, 그게 전부였다. 결국 FA컵 준결승전에서도 파란이 일어났다. 전남이 2017년 대회 준우승팀 부산 아이파크 이후 4년 만에 K리그2에 속한 팀으로서 결승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반면 한때 트레블까지 넘봤던 울산에게는 이제 K리그1만 남았다.

글=김태석 기자(ktsek77@soccerbest11.co.kr)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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