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일레븐=울산)
홍명보 울산 현대 감독도 처음 겪는 울산의 ‘가을 징크스’에 적잖이 골머리가 아픈 듯하다. 시즌 내내 위닝 멘털리티를 강조했던 홍 감독이기에 마치 다른 팀이 된 듯한 모습을 보이는 지금이 당혹스럽다. 걱정스러운 문제는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도 어렵다는 것이다. 울산은 과연 이 위기를 넘어설 수 있을까?
홍 감독이 이끄는 울산은 27일 저녁 7시 울산 문수경기장에서 예정된 2021 하나은행 FA컵 준결승 전남전에서 1-2로 패했다. 울산은 후반 34분 바코가 한 골을 만들어냈으나, 전반 21분 이종호, 후반 3분 장순재에게 연거푸 실점하며 안방에서 패하고 말았다.
홍 감독이 자리했던 1년 전으로 돌아가보자. 홍 감독은 취임 기자회견에서 ‘위닝 멘털리티’를 무척이나 강조했다. 그럴 만했다. 울산은 내내 훌륭한 시즌을 보내고도 정작 순위가 결정되는 시기에 미끄러졌다. AFC 챔피언스리그 정상에 오르긴 했지만, 우승컵이 신기루처럼 사라지고 목에 걸어야 할 금메달이 은메달로 둔갑하는 일을 두 번이나 겪었다. 이런 심리적 트라우마는 쉽게 떨칠 수 있는 게 아니다.
홍 감독은 당시 “승부처에서 일치된 목표를 향해 나아가야 하는데 그 점이 미흡했다. 이기고자 하는 마음이 얼마나 강해야 하는지 선수들과 대화를 나눠보겠다”라고 했다. 실제로 홍 감독은 선수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었고 우승하려면 주어지는 승부마다 이런 위닝 멘털리티가 발휘되어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다.
실제로 변화도 있었다. 울산은 이번 시즌 내내 선두를 달렸고, 유일한 경쟁자라 볼 수 있는 전북 현대와 맞대결에서 우위를 점하는 등 최근 몇 년간 볼 수 없었던 모습까지 연출했다. 홍 감독이 이끄는 올해 울산은 분명 다르다는 얘기가 나올 만했다. 2021 AFC 챔피언스리그 8강 전북전에서 연장 혈투 끝에 3-2로 승리했을 때 트레블이라는 거창한 목표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 것도 이러한 근거에서 비롯됐다.
하지만 지난 1주일 사이에 모든 게 변했다. 포항 스틸러스에 승부차기에서 지며 AFC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진출한 후 팀 분위기가 얼어붙었다. 승부차기 패배는 명목상 무승부이긴 하지만, 공식전 세 경기 연속 패배라고 봐도 될 만큼 상황이 심각하다. 선수들이 느끼고 있ㄴㄴ 좌절감은 그만큼 독해졌다. 부임 후 이런 모습을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던 홍 감독 처지에서는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홍 감독에게 “울산은 가을만 되면 왜 이러느냐”라는 난감한 질문을 던졌다. 그 질문에 홍 감독도 난감한 표정이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그간 밖에서 울산을 보던 사람이었고 울산의 이런 모습을 처음 경험해본다”라는 멘트는 지금 홍 감독이 느끼고 있는 당황스러운 심정을 그대로 대변한다.
더 갑갑한 건 홍 감독 처지에서는 쉽게 솔루션을 제시하기가 어렵다는 점 때문이다. 홍 감독이 언급했듯이 울산 선수들의 경기력에서는 모든 걸 걸고 사투를 벌이고 있다는 게 눈에 보인다. 홍 감독이 최근 패배 후 “선수들은 정말 최선을 다하고 있다”라고 강조한 이유기도 하다.
경기력적인 부분에서 문제가 있었다면, 여러 방책을 내놓을 수 있다. 하지만 지금 눈에 보이지 않는 요소에서 기인한 문제라서 어렵다. 홍 감독은 “내부적으로 문제는 없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다만 “선수들이 자책하는 마음이 크다”라고 안타까워했다. 홍 감독은 이런 분위기와 관련해 “선수들이 이 고비를 스스로 넘어서야 한다. 근성을 발휘해야 하고, 축구를 어려서부터 배워가는 과정에서 배웠던 축구 기술 외적 요소(위닝 멘털리티)를 발휘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홍 감독은 이 상황을 방관해서는 안 된다는 걸 잘 알고 있다. 어떻게든 이 심리적인 구렁텅이에서 벗어나게끔 곁에서 도우려는 이유다. 그러나 그 도움에는 한계가 명확하다. 홍 감독이 지적했던 것처럼 이 문제는 어디까지나 직접 경기를 치르는 선수들이 극복해야 해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뜨겁게 시즌을 치르다 다시금 찬바람이 부는 가을과 마주하고 있다. 갑갑하겠지만, 급할수록 돌아가야 한다. 꼬인 실타래를 풀려면 차근차근 해결한다는 마음가짐이 먼저다. 울산은 오는 31일 오후 4시 30분 울산 문수경기장에서 예정된 하나원큐 K리그1 2021 파이널 라운드 그룹 A 34라운드 수원 FC전을 치른다. 더 뒷걸음질치면 위험하다는 경각심은 가져야겠지만, 좌절감도 과한 의욕도 보일 필요 없이 차분하게 승부를 벌여야 한다. 그래야 울산은 한을 풀 수 있다.
글=김태석 기자(ktsek77@soccerbest11.co.kr)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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