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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일레븐)

“20년 넘게 한국 축구와 일하니 내가 금융인인지 축구인인지 모르겠어. 허허.”

하나은행에서 20년 넘게 스포츠 마케팅을 담당해온 김영하 전 단장은 한국 축구 마케팅의 산증인이다. 1996년 대한축구협회와 처음 인연을 맺었는데, 올해까지 거의 사반세기를 한국 축구 발전을 위해 힘썼다. 대한축구협회는 이런 김 전 단장의 공로를 기려 27일 감사패를 수여했다. 20년 이상 한국 축구에 헌신한 이들에게 주어지는 패이다.

공로패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 ‘귀하께서 보여주신 축구에 대한 열정과 아낌없는 지원에 감사드리고 지난 시간 대한민국 축구의 영광을 함께한 기억이 영원하길 바라며 앞날에 건강과 행복이 가득하시길 기원합니다’

김 전 단장은 1998 FIFA(국제축구연맹) 프랑스 월드컵부터 가장 최근의 2018 FIFA 러시아 월드컵까지 한 개 대회(2014 FIFA 브라질 월드컵)를 빼고 총 다섯 대회에서 마케팅을 펼친 이 분야의 대가이다. 김 전 단장은 “‘잘한다’라는 국가대표팀 선수들도 2~3번 대회에 나가면 끝인데, 다섯 번을 했으니 많이도 했지”라며 껄껄 웃었다.

전부 다 자식 같은 대회였지만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대회가 무엇인지 묻자 김 전 단장은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회지. 처음으로 아프리카에서 열렸던 대회잖아. 치안도 안 좋은데도 불구하고 우리 고객 응원단을 데리고 갔지. 희망봉에 데려 갔더니 엄청 좋아하셨던 기억이 선해. 응원단의 응원으로 선수단 사기 진작에도 도움을 많이 줬고 말야”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김 전 단장이 축구와 처음 연을 맺게 된 때는 1996년. 그는 “세월 참 빠르지. 그때 같이 했던 협회 직원 중 이제 2명 빼고 다 나갔으니”라며 당시를 떠올렸다. 은행들이 축구 경기가 열리는 현장에서 티켓을 팔았던 때였다. 스마트폰으로 손가락질 몇 번에 예매할 수 있는 요즘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 느껴질 법하다. 김 전 단장은 “당시만 하더라도 축구협회도 그렇고 굉장히 영세했다고. 스포츠 마케팅 개념도 잡히지 않았을 때지. 우리나라에서 2002 한일 월드컵을 개최하고 축구가 비약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했어. 지금은 우리 선수들이 해외에서 많이 뛰잖아. 이 일에 오랫동안 종사했는데, 한국 축구의 발전상을 돌아보면 뿌듯하고 기분이 좋아”라고 말했다.

김 전 단장은 그간 한국 축구와 해왔던 가장 기억에 남는 마케팅으로는 ‘오 필승 코리아 적금’을 꼽았다. 2002년께 출시한 상품이다. 그는 그밖에도 하나은행이 1998년부터 현재까지 20년 넘도록 스폰서십을 유지해 온 일이나, 비교적 최근에 낸 ‘축덕 카드’ 등을 언급했다.

그럼에도 아쉬움이 없는 건 아니다. 김 전 단장은 “순수 아마추어 직장인 대회를 개최한 적이 있어. 2005~06년 정도 되었을 거야. 그 당시 선수들의 참가 자격증을 하나카드에 사진을 넣어서 만들어 진행했는데, 우리 입장에선 그게 마케팅이었어. 그런데 다른 일부 금융회사에서 이의제기를 한거야. 금감원에 민원이 들어가는 바람에 중단됐지. 그때 만약 진행되어서 유지가 되었으면 괜찮은 대회였을 거야. 지금도 숙원이야”라며 아쉬움을 밝혔다.

이어 “2018년쯤 북한에 갔다 왔어. 국제축구대회가 있었거든. 축구를 통해 남북 평화의 물꼬를 트고 활성화시키는 일을 좀 해보고 싶어”라고 덧붙였다.

하나은행에서 퇴직해 현재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다는 김 전 단장. 그는 축구계와 잠시 이별했지만, 끝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게 끝이라고 생각 안 해. 나는 축구인이나 다름이 없는 걸. 그래서 협회에 ‘축구인한테 무슨 감사패를 주느냐’라고 뭐라 했어. 허허. 앞으로도 내가 축구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있으면 또 한 번 축구를 위해서 열심히 해봐야지. 허허”라며 축구와의 재회를 기약했다.

글=임기환 기자(lkh3234@soccerbest11.co.kr)
사진=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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