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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일레븐)

▲ 피치 피플
전남 드래곤즈 FW
이종호

27일 저녁 7시 울산 문수경기장. 2021 하나은행 FA컵 준결승전서 울산 현대에 일격을 가하며 팀 승리를 주도한 전남 드래곤즈의 스트라이커 이종호의 세리머니가 크게 화제가 됐다. 전반 21분 김현욱이 우측면에서 올린 코너킥을 골문 앞에서 위력적 헤더슛으로 연결해 득점에 성공한 후, 호랑이 발톱을 드러내며 포효하는 세리머니를 펼친 것이다.

‘호랑이 군단’ 울산 선수들의 시그니처로 알고 있는 팬들 처지에서는 마치 도발하는 듯한 느낌을 주는 세리머니였을 것이다. 당시 경기 영상을 보면 한 팬이 분을 참지 못했는지 손가락으로 좋지 못한 메시지를 전하는 모습이 연출되기도 했다. 그런데 이 세리머니의 원조는 다름 아닌 이종호다. 과거 울산 시절 울산 팬들을 위로하기 위해 만든 세리머니였다. 어찌 됐든 전남의 유니폼을 입고 이런 모습을 보인 이유가 궁금했다. 이종호의 본심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여전히 울산 팬들을 위한 세리머니”

“정말 오랜만에 문수에서 경기를 했어요. 그곳, 제겐 정말 좋은 추억이 많은 장소죠. 설레고 좋은 기억이 많아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저를 응원해주시는 팬들에게 ‘이종호랑이’를 다시 보여드리고 건재하다는 모습을 보일 수 있어 기뻤습니다. 좋은 선수가 많은 울산을 상대로 여전히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음을 증명해 기분이 좋았어요.”

이종호는 울산 원정에서 멋진 승리를 가져왔다는 점에 굉장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여전히 자신이 살아있음을 보였다는 점은 그의 자부심을 더욱 키우는 요소였다. 대화가 시작되자마자 굳이 길게 돌아갈 필요가 없다는 듯 그 세리머니를 한 이유를 물었다. 전남의 유니폼을 입고 호랑이 굴에서 호랑이 발톱을 휘두르며 호랑이 포효를 한 이유, 과연 무엇일까? 이종호는 아예 처음부터 그 세리머니를 생각하고 울산전에 임했다고 한다.

“제가 2017년에 호랑이 발톱 세리머니를 만들었잖아요. 그 이후 제가 울산을 떠나 일본을 거쳐 전남에 온 지금까지도, 울산에서 제 호랑이 발톱 세리머니를 위닝 샷으로 쓰는 걸 보고 정말 기분 좋고 영광이었어요. 울산이 그 세리머니를 잘 이용해주는 것을 보고 ‘그래도 뭔가 남기고 왔구나’라는 생각을 늘 가졌죠.”

위에서 소개한 한 팬의 이야기를 비롯해 울산 팬들이 꽤 자극 받은 듯하다고 하자, 절대 오해하시지 말라고 웃었다.

“제가 문수에서 ‘그 세리머니, 울산 것이 아니라 내 것’이라는 의미를 담았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그런 의미가 아닙니다.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아직 개인적으로 절 응원하시는 울산 팬들이 많이 있어요. 아직까지도 절 응원해주시죠. 그분들께, 제가 성의를 보이고 싶었어요.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과거’가 아닌 ‘지금’의 이종호를 보라

“그간 개인적으로 속상했어요. K리그1보다 덜 주목받는 리그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저에 대해 많이 오해하시더라고요. 올해 팀에서 8골을 넣었는데요. 팀 득점(36점)을 고려할 때 충분히 많이 넣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외부에서는 ‘과거의 이종호’가 아니라고 보시는 것 같아요.”

시즌 막판 골이 제법 많이 들어가고 있다고 평가하자, 이종호는 자신을 향한 시선에 ‘프레임’이 작용하고 있다고 씁쓸해 했다. 주어진 여건에서 팀 전술에 맞게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하는 듯해 속상하다. 그래서 다가올 FA컵 결승, 그리고 그에 앞서 치를 K리그1 승격 도전이 매우 중요하다.

“감독님께서 제게 거는 기대가 정말 크세요. 시즌 개막 전에 열 골을 드리겠다고 말씀드리기도 했는데, 더 힘을 실어드리지 못해 항상 마음에 걸립니다.”

남은 두세 골은 이제 진짜 중요한 승부에서 해결하면 된다고 하자, 이종호는 모든 걸 걸겠다는 자세를 보였다. K리그2가 아닌 K리그1에서 자신의 진가를 다시 한번 선보여 ‘온당한 평가’를 받으려면, 그 전에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음을 이종호는 잘 알고 있다. 이번에는 그 허들을 넘겠다는 의지가 대단하다.

“그렇죠. 어찌 됐던 간에 전남을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하고 싶어요. 두 마리 토끼 다 잡고 싶지만 일단 앞에 주어진 플레이오프부터 집중할 생각입니다. 2위 팀까지 모조리 이겨야죠. 물론 우리 팀이 4위에 있어 확률이 낮은 건 잘 압니다. 부담, 분명히 있습니다. 그래도 인내를 가지고 도전하면 찬스는 옵니다. 결정짓는 건 제가 할 일이라 봐요.”

글=김태석 기자(ktsek77@soccerbest11.co.kr)
사진=대한축구협회/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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