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일레븐)

전반전에는 꽤 괜찮은 모습을 보였다. 그런데 후반전에는 공기처럼 보이지 않았다. 김학범호의 최전방 스트라이커 황의조를 두고 하는 말이다.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한국 올림픽축구 국가대표팀은 22일 저녁 5시 가시마 축구전용구장에서 벌어진 2020 도쿄 올림픽 남자 축구 본선 B그룹 1라운드 뉴질랜드전에서 0-1로 패했다. 한국은 후반 25분 크리스 우드에게 내준 실점을 만회하지 못하고 대회 첫 경기에서 쓰라린 패배를 맛봤다.

올림픽 축구 본선에서 ‘와일드카드’는 단순히 U-23 선수들보다 나이 많은 선수를 뜻하는 게 아니다. 상대적으로 풍부한 경험과 농익은 기량을 가진 선수들인 만큼 경기에서 격차, 즉 팀을 승리로 이끄는 견인차가 되어야 한다.

이날 뉴질랜드전에서 가장 아쉬운 대목은 바로 와일드카드, 특히 최전방 공격수 황의조의 활약상이다. 전반전에는 괜찮았다. 황의조는 전반 40분 엄원상의 크로스를 이어받아 다이빙 헤더슛을 날리는 등 전반전에만 세 차례 위협적인 슛을 날렸다. 전체적으로 한국이 공격을 주도하는 흐름으로 전개된 덕도 있겠지만, 2선 공격진과 호흡이 그리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후반전에는 존재감을 살필 수 없을 정도로 부진했다. 마크맨으로 나선 뉴질랜드 베테랑 수비수 윈스턴 리드와 매치업에서 밀리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그보다 더 아쉬운 점은 2선 공격진과 연계가 갑자기 사라지면서 상대 문전에서 찬스를 잡는 장면이 거의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예정된 경기 플랜이었겠으나, 후반 12분 김 감독이 2선 공격진을 통째로 바꾼 영향도 어느 정도 있으리라 여겨진다. 당시 김 감독은 권창훈·이강인·엄원상을 불러들이고 송민규·이동경·이동준을 투입했는데, 이 포지션을 싹 물갈이한 건 여러 이유가 있다. 첫째는 후텁지근한 날씨 속에서 치러진 경기라 체력 안배를 해야 했다는 점, 두번째는 후반전에 투입된 이 라인이 본래 김학범호의 주전 2선 공격진이라는 점이다. 송민규를 제외한 나머지 두 선수는 김학범호가 아시아 예선을 돌파할 때 핵심 구실을 한 선수들이다.

어찌 보면 진짜 카드를 꺼내든 셈이라고도 볼 수 있겠는데, 문제는 황의조가 엄원상과 여러 차례 선보였던 전반전의 콤비네이션과 같은 장면이 전혀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수비 지향적인 팀을 상대로 최전방 공격수를 활용한 연계 플레이가 나오지 않으나 공격에 힘이 실리지 못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야누스’적인 면모를 보인 황의조라 할 수 있다. 잊지 말아야 할 점은, 이런 퍼포먼스로는 위험하다는 것이다. 더욱이 현재 김학범호 스쿼드상에서 황의조를 완벽하게 대체할 전문 스트라이커가 없다는 점은 전반 다르고 후반 다른 황의조의 경기력을 더욱 우려스럽게 만든다. 해결책이 필요해 보이는 김학범호다.

글=김태석 기자(ktsek77@soccerbest1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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