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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일레븐=도하/카타르)

2011 AFC 카타르 아시안컵을 취재했던 10년 전 기억이다. 카타르는 물론 중동 자체가 처음이었던 터라 현지 상황에 대해 너무 몰랐었다. 동행한 사진 기자와 더불어 최대한 편할 수 있도록 현지 한인 민박에서 약 한 달간 머물렀는데, 이곳을 취재 베이스캠프로 삼은 이유는 좀 더 편하게 교통 등 현지 정보를 얻기 위해서였다.

같은 생각을 했던 다른 매체 취재진도 제법 있었다. 덕분에 숙소에서는 한국 취재진들끼리 꽤나 즐겁게 생활했던 기억도 있다. 하지만 본래 계산했던 현지 정보를 얻는 것, 좀 더 정확히 교통과 관련한 문제는 해결할 수 없었다. 현지 한인 민박 주인에게 물었더니 자신들도 인도인 기사가 운전하는 택시로 이동한다고 말했었다.

또한 택시는 시내 중심가 대형 쇼핑몰 이외에는 살필 수 없고, 한국처럼 거리에서 택시를 잡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는 얘기만 들었었다. 정말 그런가 싶어 근처 거리에 나가보니 정말 황량한 풍경에 황망한 느낌이 들었었다. 버스? 택시 구하는 것도 어려운 상황이었기에 그런 걸 기대할 수 없었다.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그 인도인 택시를 활용했던 기억이 난다. 이전에도, 이후에도 이처럼 교통편이 좋지 못했던 대회 취재는 없었다. 때문에 10년 전에는 카타르가 과연 월드컵을 제대로 준비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컸었다. 교통 편이성은 대회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이슈이기 때문이다.

FIFA 아랍컵을 취재하기 위해 다시 찾은 카타르에서는 이런 문제는 거의 개선됐다. FIFA 아랍컵 취재를 위해 반드시 발급받아야 할 취재 AD 카드를 수령하기 위해 도하 지하철을 이용했다.

도하 지하철은 카타르가 월드컵을 유치한 후 가장 신경 써서 추진한 사업 중 하나다. 2015년부터 시작된 지하철 공사는 2019년 5월 1호선이라 할 수 있는 레드 라인의 1단계 구간 공사가 완공됐으며,같은 해 그린 라인과 골드 라인까지 개통된 상태다. 총 37개 역이 가동 중이다.

10년 전 암담했던 기억 때문인지 몰라도, 막상 도하 지하철을 이용해보니 정말 경천동지했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개통한지 불과 2년 밖에 되지 않아서인지 역내 시설은 물론 지하철 기종까지 모든 게 최신식이었다. 주변 정리도 상당히 깔끔했고, 한국의 교통카드와 똑같은 체계를 갖추고 있어 굉장히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이 지하철을 이용하면 결승전 경기장인 루사일 아이코닉 스타디움을 비롯해 킹 칼리파 국립경기장 등 주요 경기장에 곧바로 접근할 수 있다. 구간 요금 없이 편도 티켓 가격이 2 카타르 리얄(한화 약 650원)이다. 10년 전 아시안 컵 취재 당시 움직일 때마다 30~40 카타르 리얄(한화 약 1만 3,000원 가량) 하는 택시 이용료를 어쩔 수 없이 감수해야 했던 걸 떠올리면, 이 지하철 요금은 그저 감사한 마음이 들 정도다. 물론 하루 동안 무제한으로 지하철을 이용할 수 있는 원 데이 패스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

지하철뿐만 아니라 버스·택시 등 다른 교통수단도 점점 개선되는 분위기다. 카타르 정부는 도로 사정을 개선하기 위해 총 길이 약 900㎞에 달하는 신규 도로를 확충했다고 한다. 러시아워 때 차량 정체 현상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긴 해도, 도로 사정이 나아짐에 따라 1시간이면 도하 어느 지역이든 닿을 수 있다. 이론적으로는 팬들이 마음만 먹으면 하루에 두 경기 관람도 가능하다. 덕분에 역사상 가장 ‘컴팩트한 월드컵’을 연출할 수 있다.

이제는 전 세계에서 몰려들 팬들이 편하게 도하 곳곳을 옮겨 다니며 월드컵을 즐길 수 있는 인프라가 마련되어 있다. 이러한 교통 인프라 개선은 팬들을 위한 사업이기도 하지만, 월드컵이 끝난 후 카타르 사람들이 영위할 환경이라는 점에서 이는 월드컵이 카타르를 위해 남긴 선물이라고 봐도 무방할 듯하다.

글·사진=김태석 기자(ktsek77@soccerbest1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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