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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일레븐=포항)

칭찬은 고래를 춤추게 한다. 오랜 격언이다. 포항 스틸러스를 춤추게 하는 건 김기동 감독의 칭찬이지 싶다. 이는 스틸야드를 찾는 팬들에게는, 특히 스틸야드에서 뛰는 선수들에게는 진리에 가까운 말이다. 김 감독은 선수들이 더 힘을 낼 수 있도록 외부에서 칭찬을 아끼지 않고 있다. 때로는 선수를 향하는 비판도 칭찬으로 막아낸다.

김 감독이 이끄는 포항은 지난 2일 저녁 7시 포항 스틸야드에서 벌어진 하나원큐 K리그1 2022 19라운드 울산 현대전에서 2-0 완승을 거두었다. 최대 빅 매치인 동해안 더비에서 완벽한 승리를 거둔 것만으로도 기분이 매우 좋았을 경기였다. 하지만 김 감독은 결과 이외에도 선수들의 활약 덕분에 흐뭇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이 경기 이후 김 감독은 여러 선수들에게 아낌없는 칭찬을 쏟아냈다. 그의 칭찬을 가장 먼저 받아간 선수는 이날 울산전에서 멀티골을 터뜨리며 부활을 알린 김승대였다. 김 감독은 “(김)승대가 오랜만에 골을 넣었다. 포항에 돌아온 후 복귀골을 멋있게 성공시켜줬다. 팀에 큰 힘이 될 것이다. 축하한다. 다시 살아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김 감독은 김승대가 누구보다 힘든 시기를 보냈음을 잘 알고 있었다. 사실 김 감독은 이번 울산전에서 양 측면 수비수들의 오버래핑, 특히 공격을 주도하게 될 신광훈의 움직임과 연계된 김승대의 공간 플레이를 통해 공격의 돌파구를 마련하려 했다. 아직 100%가 아닌 김승대 처지에서는 전술적 임무가 꽤 부담스러웠을 테지만, 그 역할을 굉장히 잘해내며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김 감독은 쉽지 않았을 임무 수행을 한 김승대의 과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선수가 큰 용기를 가질 수 있도록 공개적인 칭찬을 아끼지 않은 것이다.

수비에서는 박승욱이 칭찬 대상이 됐다. 김 감독은 “왼쪽 측면 수비를 올리지 않고 약간 찌그러진 변형 포백을 썼다”라며 수비에 치중하게 될 레프트백에 박승욱을 기용했다. 사실 ‘광속 윙어’ 엄원상의 주된 돌파 루트임을 염두에 두고 내린 결정이었다. 비록 ‘타깃’이었던 엄원상이 출전하진 않았지만, 박승욱은 상대 측면 공격을 훌륭히 틀어막으며 승리에 힘을 보탰다. 뿐만 아니라 세트 피스에서는 높이에 힘을 보탰다. 김 감독은 울산과 높이 싸움에서 지지 않았던 가장 큰 이유로 박승욱을 꼽았다.

김 감독은 측면은 물론 미드필더와 센터백까지 모두 소화하며 묵묵히 제 임무를 수행하는 박승욱을 두고 “알토란 같은 선수”라고 말했다. ‘언성 히어로’를 잊지 않는 배려심이 가득한 칭찬이었다.

이번 시즌 포항의 주포 구실을 하고 있는 허용준은 ‘터질 때’와 ‘안 터질 때’의 갭이 꽤 큰 선수로 통한다. 펄펄 날때도 있지만 흐름이 꼬일 때는 헤메는 경향이 있다. 이와 관련해 흥미로운 영상이 축구팬들에게 소소한 화제가 되기도 했다.

허용준이 골문 앞 결정적 찬스를 놓칠 때마다 허용준의 이름을 외치는 김 감독의 모습이 클로즈업이 되어 웃음을 자아냈는데, 아니나다를까 이날 울산전에서도 허용준의 플레이 내용이 기자회견 도마에 올랐다. 김승대의 두 번째 득점이 터지기 직전, 임상협의 좌측 크로스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하마터면 찬스를 날릴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골을 못 넣어서 그랬던 게 아니라, 못 넣을 수 있는데 수비를 전환해야 한다는 점 때문에 이름을 불렀던 것이다. 그리고 찬스를 계속 만들어낸다는 건 그만큼 컨디션이 좋기 때문이다.”

허용준 이야기를 접하자 김 감독이 취한 자세는 애제자를 위한 변호였다. 김 감독은 허용준이 찬스를 살리지 못했다는 점보다는 거의 모든 찬스 상황에 허용준이 자리하고 있다는 점을 더 주목하고 있다. “좀 더 침착하게 할 수 있도록 옆에서 돕겠다”라며 보완점이 있다는 것도 빼놓진 않았지만, 선수의 긍정적 요소를 먼저 주목했다.

곰곰 떠올리면 김 감독에게서 선수를 겨냥한 따끔한 질책은 거의 들을 수 없었던 것 같다. 아쉽다는 표현을 하더라도, 더 나아질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인내와 희망의 멘트를 꼭 남겼다. 이토록 선수를 믿는 김 감독이기에, 어떠한 조건이 주어져도 팬들이 납득할 만한 내용과 결과를 내지 않나 싶다. 포항 전력의 중심핵이 선수가 아닌 김 감독이라는 말이 나와도 이상할 게 없는 포항 분위기다.

글=김태석 기자(ktsek77@soccerbest11.co.kr)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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