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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일레븐)

▲ 박공원의 축구 현장

최근 롯데 콘서트홀에서 열린 한 음악회를 찾았다. 사단법인 뷰티플마인드(이사장 김성환, 상임이사 노재헌)라는 단체에서 연 한 음악회를 관람했다. 가벼운 마음으로 객석에 앉았지만, 막상 공연이 시작되니 단순한 음악회가 아니었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서로 함께 호흡을 맞추며 아름다운 멋진 선율을 자아내는 음악회였기 때문이다.

악기를 연주하는 장애인들의 모습은 그 옛날 청각 장애를 가진 상태에 위대한 음악을 창조했다는 루드비히 판 베토벤의 그것과 닮아 있었다. 정상인도 쉽지 않은 악기 연주를 커다란 장애를 가진 이들이 열정 하나로 반복 훈련해 이처럼 멋진 음악회를 열었다는 것에 감동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뷰티플마인드에서는 이 공연을 위해 오래도록 준비하고 노력했다고 한다. 영화로도 제작됐다는데, 그들이 겪은 어려움과 딛고 일어서는 과정이 생생히 담겨 있다. 

뜬금없는 음악회 얘기를 한 이유가 있다. K리그, 나아가 축구계 역시 이처럼 힘든 위치에 놓인 이들을 도울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점이다. 

최근 축구계 분위기를 돌이켜 보면 그간 최선을 다해왔던 CSR보다는 성적 지향주의로 흐르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곰곰 생각해보면 5~10년 전만 하더라도 홍명보·박지성 등 팬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던 스타들이 자선 경기를 열어 어려운 이들을 돕거나, 한국프로축구연맹이나 K리그 각 팀들이 적극적으로 사회공헌 활동을 추진해 축구단이 단순히 스포츠팀이 아니라 지역 사회에 기여하는 한 축임을 알리는데 크게 노력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성적지향주의로 흐르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물론 지난 3년간 코로나19라는 악재 때문에 직접 찾아가며 힘든 위치에 놓인 이들을 위로하고 함께 호흡하는 기회가 사라졌거나 크게 줄었던 점을 고려해야겠으나, 그 이전만 하더라도 각 팀들이 꽤 공들여왔던 자선 사업을 요즘 조금은 소홀히 한다는 점은 안타까움을 느낀다.

축구단은 기본적으로 축구를 잘해야겠지만 그건 당연하다. 보다 넓은 시각에서는 그들을 응원하는 팬 나아가 재정적 바탕을 제공하는 이들을 위한 무언가를 해야 한다. 더욱이 K리그는 이제 시민구단 비중이 절반을 넘었다. 팬들이 인정하든 인정하지 않든, 이 시민구단에는 세금이라 할 수 있는 시 예산이 적잖이 들어간다. 재정적인 자립을 이루기 전까지는, 시민구단은 싫든 좋든 사회에 공헌하는 일들을 꾸준히 진행해야 한다. 축구 이상의 존재 가치를 지역 사회에 어필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당연한 얘기겠지만 재정적인 자립을 이루더라도 이러한 사회 공헌 활동이 필요하다. 

축구만 잘하면, 성적을 잘 내면 팬은 온다는 명제는 참이지만, 1등은 한 팀이며, 팬들에게 인정받을 상위권은 몇몇 팀에 불과하다는 함정을 늘 기억해야 할 것이다. 좋지 못한 성적을 사회 공헌 활동을 통해 몸으로 떼운다는 생각이 아니라, 어떤 성적이 나오든 간에 팬들로 하여금, 시민구단이 많은 우리네 축구계의 상황을 고려할 때 시민들로 하여금 그래도 이 축구단은 필요하다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 그래야 팀에 위기가 와도 흔들리지 않고, 곁에서 지켜주고 도와줄 이들이 존재할 수 있다.

다행스럽게도 K리그에서는 최근 스폐셜 올림픽 유나파이드컵이라는 대회를 통해 뷰티플 마인드와 비슷한 행사를 하고 있다.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힘을 합쳐 멋진 음악회를 연출하는 것처럼, 이 스폐셜 올림픽도 발달장애인 선수와 파트너(비장애인) 선수가 팀을 이뤄 대회에 출전한다. 이 대회에 K리그 각 팀들이 적극 호응하고 있다는 점은 반갑다. 더욱 이런 분위기가 자리했으면 한다. K리그는 모든 사람들의 곁에 있다는 인식을 계속 주었으면 한다. 

글=박공원 칼럼니스트(現 대한축구협회 이사)
사진=뷰티플마인드,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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