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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일레븐)

“수비적으로 준비한 것이 아니고 충분히 우리가 맞받아칠 수 있다는 계획으로 경기를 준비했다.”

여섯 골을 내준 멕시코전이 끝나고 기자회견장에서 김학범 한국 올림픽 축구 국가대표팀(U-23 대표팀) 감독이 했던 멘트다. 한국은 31일 오후 8시 일본 요코하마에서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남자 축구 8강전에서 멕시코에 3-6으로 참패했다.

한국의 올림픽 축구 역사상 최악의 패배 중 하나였다. 6골을 내준 결과도 그렇지만, 6실점하기까지 과정이 대단히 무기력했다. 수비는 슈팅을 내주는 족족 뚫리며 실점했다.

모든 면에서 완벽하게 진 경기였지만, 전략 플랜에서 가장 크게 어긋났다. 김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맞불을 준비했다고 했다. 그러나 멕시코는 맞불이 통하는 상대가 아니었다. 한 번 물꼬를 트면 무섭게 몰아치는 축구가 멕시코 축구다. 선수들이 기본적으로 기동력이 좋고 분위기를 잘 타기에 그들을 상대로 맞불 전략은 리스크를 내포한다.

대표적 경기가 1998 FIFA 프랑스 월드컵 조별 라운드 멕시코전이었다. 그 당시 하석주의 골을 앞세운 한국은 멕시코에 1-3으로 패하며 플랜이 틀어졌다. 이밖에 한국은 멕시코 같이 들쭉날쭉한 전통의 복병에게 유독 약한 모습을 보이곤 했다. 아니면 2018 FIFA 러시아 월드컵 스웨덴이나 이번 대회 뉴질랜드처럼 수비 성향의 팀들이 엉덩이를 내릴 경우에도 약했다.

이번 대회 멕시코는 우리를 제외하고 조별 라운드에서 가장 많은 골(8득점)을 넣을 정도로 공격 성향이 짙었다. 지냑이 이끄는 프랑스를 4-1로, 아프리카를 대표해서 나온 남아프리카공화국을 각각 3-0으로 대파했다. 이번 대회 유력한 메달 후보 중 하나인 일본에 1-2로 졌지만, 토너먼트에서만큼은 만만히 봐선 안 될 상대가 멕시코였다.

그런 멕시코를 상대로 김학범호는 수비를 소홀히 하고 전장에 임했다. 토너먼트에서는 자나 깨나 1순위는 수비다. 빈공에 시달리더라도 수비가 좋은 팀은 어떻게든 올라간다는 게 토너먼트 대회의 정설이다.

한국의 수비는 토너먼트에 준비된 팀답지 않게 부실했다. 중앙 수비수 두 명 간의 커버 플레이, 측면 수비수의 안정감 등 모든 면에서 부족했다. 특이나 멕시코 같이 측면이 전통적으로 굉장히 좋은 팀들을 상대로라면, 더욱 간과해선 안 될 부분이었다. 장지현 SBS 해설위원은 중계 도중 우리 측면 자원들의 협력 수비가 아쉽다고 지적했다. 최용수 전 FC 서울 감독 역시 수비형 미드필더를 적게 둔 것, 그리고 수비 라인 간 호흡의 문제점을 짚었다.

대회 1차전인 뉴질랜드전과 마찬가지로 잘못된 전략을 갖고 나왔고, 그것이 패배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뉴질랜드전 역시도 무조건 이겨서 다음 두 경기를 쉽게 이끌어 나갔어야 했는데, 이 경기부터 삐걱거리면서 전체 계획이 틀어졌다. 잠그는 팀을 상대로 한 필살 대책이 부족했다.

이번 멕시코전도 마찬가지였는데, 성향은 뉴질랜드와 반대인 팀을 상대로 맞불이라는 무리수를 뒀다가 된통 당했다. 2018 자카르타-아시안게임에서 성공을 거둔 것과는 다른 관점으로 바라봐야 할 올림픽 무대에서 김 감독은 패착을 범했다. 아시안게임에서 한국은 기본적으로 최상위 포식자다. 올림픽은 다르다. 대륙별 개성이 뚜렷한 팀들을 상대로 맞춤화된 전략을 들고 나서야 한다. 더군다나 토너먼트에서라면 더더욱 그랬어야 했다.

이런 무기력한 패배라면 앞에서 거둔 루마니아전 4-0 대승, 온두라스전 6-0 대승에 대한 해석도 틀어지게 된다. 2경기에서 낸 10득점 신바람 2연승이 선순환으로 작용했다고 보기 힘들어진다. 이런 대회는 무조건 해당 경기가 끝나면 제로베이스에서 시작됨을 잊어선 안 된다. 토너먼트부터는 마인드 세팅을 다시 하여 경각심을 갖고 임했어야 했는데, 너무 쉽게 무너졌다.

글=임기환 기자(lkh3234@soccerbest11.co.kr)
사진=ⓒgettyImages/게티이미지코리아(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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