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베스트 일레븐)

박공원의 축구 현장

2020 도쿄 올림픽에서 열전을 치르고 있는 한국 선수단의 최대 이슈는 바로 양궁일 것이다. 안산이 3관왕에 오름은 물론 한국 양궁은 네 개의 금메달을 휩쓸며 역시 세계 최강이라는 평가를 받기에 부족함 없는 모습을 보였다. 또한, 3일 현재 한국 선수단은 금메달 6개, 은메달 4개, 동메달 9개를 획득하고 있는데, 금메달의 절반 이상이 양궁에서 쏟아져 나왔다는 점에서 실로 효자 종목답다는 극찬도 나오고 있다.

선수들의 기량이, 누리꾼 표현대로 정말 ‘넘사벽’이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이 선수들을 뒷바라지한 대한양궁협회의 행정력에 참으로 감탄하게 된다. 대한체육회 산하에는 각 종목 단체가 수많이 자리하고 있는데, 인기 종목 단체든 비인기 종목 단체든 국제대회가 열릴 때는 이런저런 이유로 비판과 추문에 시달리는 경우가 참 많다. 하지만 대한양궁협회는 이러한 일이 전혀 없다. 단순히 선수들의 국제대회 성적이 좋아서? 물론 표면적으로는 그렇다. 하지만 그보다는 이런 성적이 나올 수 있는 토대를 만들고 시스템화했다는 것에 더 주목해야 한다.

선수 선발은 필연적으로 여러 논란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 나름 치열하고 체계적인 경쟁 시스템을 갖추었다고 평가받는 축구에서도 학연이니 인맥이니 하는, 다소 이해하지 못할 법한 프레임이 덧씌워지는 경우가 종종 있을 정도다. 하지만 대한양궁협회의 국가대표 선발 과정은 체계적인 건 당연하고 살벌하기까지 한 경쟁 구도를 선수들에게 요구한다.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땄다고 해서 다음 대회에 출전한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이번 도쿄 올림픽에서 3관왕을 달성한 안산이 2024 파리 올림픽에 출전한다는 보장 역시 없다.

대회를 앞두고 혹독한 경쟁을 통해 최고의 선수를 선발한다. 오죽하면 올림픽보다 한국 국가대표 선발전이 더 치열하다는 말이 나올까? 우수 선수들을 길러내는 기본 토양을 잘 갖춤은 물론 거기서도 최고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어떠한 말이 나올 수 없도록 한다. 이는 명확한 기준, 공정한 룰 아래에서 오로지 실력으로 평가하기 때문이다.

정의선 회장이 이끄는 현대자동차그룹이 대한양궁협회의 든든한 지원자로 나서고 있다. 그의 부친 정몽구 회장이 1984년 LA 올림픽을 계기로 대한양궁협회를 책임지게 되면서 훈련 지원, 첨단 장비 개발 등을 지원하며 한국 양궁 성장을 위한 밀알을 뿌렸다. 하지만 이러한 지원 프로그램이 전부가 아니었다. 양궁계가 옳은 방향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방향을 제시했기에 가능한 결과였다고 본다. 지원뿐만 아니라 훌륭한 오너십과 리더십을 통해 양궁계를 개혁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러한 양궁계의 연전연승을 축구계도 주목하고 배울 부분은 배워야 한다고 본다. 대한축구협회 역시 우수한 선수들을 길러낼 토대를 갖춘 체육단체다. 유럽에서 들여온 선진 유소년 육성 시스템을 통해 빼어난 기량을 가진 선수들이 계속 발굴된다. 비록 메달권 진입이라는 목표에 실패했어도 이번 도쿄 올림픽에서도 젊은 선수들의 무궁무진한 잠재성을 확인한 바 있다.

그러나 우수한 선수들을 길러내기 위해서는 양궁처럼 더 많은, 그리고 더 강력한 경쟁 시스템을 갖추어야 한다. 선수들에게 프로에 선발되고 국가대표의 부름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아야 하며, 대신 매우 혹독하면서도 모두가 수긍할 수 있는 경쟁 과정을 만들어 최고를 가려낼 수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한국 축구 역시 양궁처럼 세계 최고 수준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완전히 다른 종목, 게다가 전혀 상관없을 법한 양궁이지만 축구계는 분명 그들에게 배울 게 많다.

글=김태석 기자(ktsek77@soccerbest11.co.kr)
사진=ⓒgettyImages/게티이미지코리아(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축구 미디어 국가대표 - 베스트 일레븐 & 베스트 일레븐 닷컴
저작권자 ⓒ(주)베스트 일레븐.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www.besteleven.com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 2024 Best Eleven. All rights reserved.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