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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일레븐)

2010년대 이후 이란전에서 좋은 성과를 거둔 적이 극히 드물기에,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핵심 중 일부는 이란전에서는 쓰디쓴 추억을 남긴 이들이 제법 된다. 그중 공수의 핵이라 할 수 있는 손흥민과 김영권은 이란전에 갚아야 할 빚이 매우 크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10일 이란의 심장부 테헤란에 입성했다. 벤투호는 오는 12일 밤 10시 30분(한국 시각) 테헤란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예정된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그룹 4라운드에서 그룹 1위 이란과 정면 충돌한다. A그룹 최대의 빅 매치인 만큼 이 경기에 쏠리는 아시아 축구계의 시선이 매우 뜨겁다.

2010 FIFA 남아공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부터 본격적으로 이어지기 시작한 양 팀의 라이벌리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 처지에서는 이란전이 썩 좋은 기억이 아니다. 윤빛가람의 극적 골에 힘입어 1-0으로 승리한 2011 카타르 AFC 아시안컵 8강 이란전을 제외하면 좋았던 기억이 없다. 굴욕적인 경험도 많았고, 경기 후 온갖 후폭풍에 시달리기도 했다.

그 모진 풍파를 온몸으로 경험한 두 선수가 있다. 바로 주장 손흥민과 수비진의 리더 김영권이다. 손흥민은 앞서 언급한 카타르 아시안컵 8강 이란전에서 한국이 승리한 모습을 경험한 선수다. 하지만 그 경기에서는 벤치를 지켰다. 이후 본격적으로 이란전 대 결전 병기로 기용되기 시작했는데, 애석하게도 아직은 득점이 없다. 이란 미디어는 현재 유럽에서 가장 빼어난 기량을 보이고 있는 손흥민이 이란을 상대로는 득점하지 못했다는 점을 크게 조명하고 있다.

‘입씨름’을 했다가 쓰라린 경험을 하기도 했다. 바로 2014 FIFA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홈 이란전이다. 이 경기는 카를로스 케이로스 당시 이란 감독의 이른바 ‘주먹감자 사건’으로 지금도 회자되는데, 손흥민은 당시 대결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욱해서 막말이 나올 뻔했다”라고 말하는가 하면, 당시 유달리 한국 선수들을 상대로 장외 신경전을 벌였던 이란의 레전드 미드필더 자바드 네쿠남을 상대로 “피눈물 흘리게 할 것”라며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하지만 그 경기에서 레자 구차네자드에게 뼈아픈 실점을 허용하며 0-1로 패했다. 경기 후 케이로스 감독은 주먹 감자를 날렸고, 네쿠남을 비롯한 이란 선수들은 대형 이란 국기를 둘러메며 한국 관중들을 조롱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금껏 취재했던 현장 중 이보다 더 굴욕적인 아수라장이 없었다고 생각할 만치 당시 경기 이후 후유증이 굉장히 거셌는데, 그 경기를 경험한 손흥민에게도 악몽으로 남았을 것이다.

2018 FIFA 러시아 월드컵 이란 원정 경기에선 내부에서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사르다르 아즈문에게 실점하며 0-1로 패한 후, 울리 슈틸리케 당시 한국 감독이 “우리에게 소리아와 같은 선수가 없어서 졌다”라는 발언을 남긴 게 크게 파장을 일으켰다. 씁쓸한 패배 직후 감독의 ‘남탓’에 손흥민은 크게 실망해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다른 선수 이름을 거론한 건 우리 선수들의 사기를 떨어뜨릴 수 있다. 우리도 좋은 선수 많다”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여러모로 손흥민 처지에서는 괴로웠던 이란전이다.

김영권은 손흥민보다 더한 아픔을 겪었다. 앞서 언급했던 2014 FIFA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홈 이란전 당시 구차네자드와 볼 경합 상황에서 실수를 저질러 실점의 빌미를 제공했었다.

참고로 일방적으로 밀리던 이란은 이 슛 하나로 한국 원정에서 승리하는 개가를 올렸고, 상대를 조롱하고 비방하는 걸 서슴지 않았던 당시 경기 전후 분위기상 패배의 원흉으로 찍힐 수밖에 없었다. 당시 김영권은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린 후 피치에 주저앉아 한동안 일어서지 못했을 정도로 자신의 실책을 자책하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2018 FIFA 러시아 월드컵 홈 이란전 이후에는 구설에 시달리기도 했다. 신태용 당시 한국 감독이 이란전에 앞서 서울 월드컵경기장을 6만 관중으로 채워달라고 호소하는 등 ‘홈의 압도적 기운’을 무기 삼아 이란을 넘어서겠다는 의지를 보인 바 있다. 실제로 6만 관중이 입추의 여지없이 서울 월드컵경기장을 가득 메워 신태용호를 응원하며 12번째 선수다운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이 경기 직후 김영권이 “홈 관중 함성이 크다 보니 선수들끼리 소통하기 어려웠다”라고 말실수하면서 비난의 표적이 된 바 있다. 러시아 월드컵 본선에 가느냐 마느냐가 걸린 우즈베키스탄 원정 경기를 앞두고 ‘설화’ 때문에 김영권은 커다란 곤욕을 치렀다. 곧장 자신의 말실수를 사과하고 러시아 월드컵 본선을 거치면서 팬들로부터 다시금 신뢰를 받는데 성공한 김영권에게 이란전은 생각하기도 싫은 경기다. 이 경기를 거치면 늘 악재가 뒤따랐기 때문이다.

돌이켜 볼수록 손흥민과 김영권에게는 아픈 기억이다. 하지만 그 아픔이 있기에, 이번 이란전에서는 기필코 이기겠다는 열망이 클 두 선수다. 이번에는 반드시 되갚아야 한다. 그래야 한국이 아자디를 정복하고 카타르 월드컵을 향한 길을 열 수 있다.

글=김태석 기자(ktsek77@soccerbest11.co.kr)
사진=ⓒgettyImages/게티이미지코리아(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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