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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일레븐=전주)

바코는 좁은 공간에서 격차를 만들어낼 수 있는 테크니션이다. 바코를 잡으려면 공간을 허락해선 안 된다. 터치 한 번이 힘든 압박만이 바코를 묶을 수 있다. 전북 현대는 그 압박에 실패한 대가를 뼈저리게 느껴야 했다.

바코가 속한 울산 현대가 17일 저녁 7시 전주 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2021 AFC 챔피언스리그 8강전에서 전북에 3-2로 승리했다. 울산은 전반 13분 바코, 전반 45+1분 윤일록, 연장 전반 11분 이동경의 연속골에 힘입어 전반 39분 한교원, 후반 3분 쿠니모토가 각각 한 골을 넣은 전북을 물리치고 대회 4강에 올랐다.

홍명보 감독 처지에서는 바코가 메시 부럽지 않은 선수라는 느낌을 받았을지 모르겠다. 본래 볼을 가지면 뭔가 기대하게 만드는 선수이긴 했으나, 이날 전북전에서만큼은 상대가 자랑하는 노련한 포백 수비진을 거침없이 바코가 무척이나 믿음직했을 듯하다.

이날 경기에서 왼쪽 날개로 경기에 나선 바코는 상대가 압박을 가하는 좁은 공간에서도 조금만 허술하면 얼마든지 상대 허를 찌를 수 있는 선수라는 걸 입증했다. 전반 13분 득점 상황이 바로 그랬다. 바코는 우측 풀백 김태환에게서 볼을 넘겨받은 후 전북 진영 박스 우측 공간으로 슬금슬금 파고든 후 강렬한 왼발 감아차기로 송범근이 지키는 전북 골문을 꿰뚫었다.

이때 전북 수비진은 충분히 바코를 막을 수 있었다. 바코 인근에 김진수·백승호·김민혁·이승기가 자리했고, 바코가 슛을 때릴 때 홍정호까지 수비에 가담했다. 이때 바코를 중심으로 네 선수가 둘러싼 공간이 꽤나 협소했다. 문제는 그 협소한 공간이 바코에게는 충분히 득점을 노려볼 만했다는 것이다. 바코는 흔히 말하는 잔발이 우수한 선수인데다 양발 사용이 매우 능한 선수다. 서너 선수가 압박을 가하고 있었지만, 이런 바코에게는 그보다 숨 막히는 부담을 가할 필요가 있었다.

울산의 두 번째 득점 상황도 그랬다. 전북 진영 아크 중앙에서 윤빛가람의 기습적 중거리슛이 터지자 송범근이 몸을 던져 세이브했으나 설영우에게 흘렀다. 왼쪽에서 설영우가 컷백을 날린 게 오세훈의 발에 스친 후 윤일록에게 연결, 가볍게 밀어넣었다.

순간적으로 전개된 혼전 상황에서 끝까지 집중한 울산 선수들을 칭찬할 만한 장면이었는데, 이런 찬스가 만들어진 시발점이 바로 바코였다. 바코가 또 한 번 좁은 공간에서 슬금슬금 전진 드리블을 하며 공간을 향해 찾아들어가던 윤빛가람에게 패스를 넘긴 게 기회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즉, 수비수 숫자가 많긴 했지만 바코를 상대로 너무 물러서는 수비로 대응하다 호되게 당한 것이다.

후반전 이후에는 바코의 이러한 번뜩이는 모습을 보기가 점차 어려워졌지만, 적지 승부라는 불리한 요건을 안고 승부에 임한 울산 선수들이 그 부담을 털고 정상적인 대결을 펼칠 수 있는 토대를 제공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그 의미가 있다. 또한 수비 상황에서 지능적으로 상대 빌드업을 방해하는 장면을 여럿 만들어내며 흐름을 빼앗기지 않도록 힘을 보탰다. 결국 울산은 연장 전반 11분 이동경의 원더골에 힘입어 전북을 무너뜨리며 아시아 4강에 닻을 내렸다. 스포트라이트는 이동경이 가져갔지만, 바코의 공이 큰 승리였다. 

글=김태석 기자(ktsek77@soccerbest11.co.kr)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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