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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일레븐=수원)

지난 21일, 염기훈은 대구 FC와 원정 경기에서 교체 출전하며 수원 삼성 소속 통산 391번째 경기를 소화했다. 염기훈은 모든 대회를 통틀어 수원 소속으로 가장 많은 경기를 뛴 선수가 됐다. 기존 기록은 골키퍼 이운재가 보유하고 있던 390경기. 염기훈은 수원의 ‘살아있는 전설’ 그 자체다.

28일 수원은 울산 현대와 하나원큐 K리그1 2021 37라운드 홈경기 킥오프에 앞서 염기훈의 391경기 출전 축하 행사를 진행했다. 2010년 이운재가 전남 드래곤즈로 떠나고, 염기훈은 해당 시즌 수원 유니폼을 입었다. 11년 만에 염기훈은 레전드 이운재를 넘고 수원의 전설로 자리매김했다.

염기훈은 울산전을 마친 후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2010년 수원 유니폼을 입고 첫 경기를 치른 염기훈은 이제 수원 선수로 12년 차가 됐다. 10년도 넘는 긴 세월 동안 그의 머릿속에 가장 선명하게 새겨진 기억은 바로 ‘수원 데뷔전’이었다. 2010년 4월 27일 싱가포르 클럽 암드포스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홈경기에서였다.

“빅버드에서 첫 경기 했을 때가 기억에 남는다. 2010년 입단 했을 때 부상을 당한 채 입단해서 데뷔전을 늦게 치렀다. 데뷔전을 아시아 챔피언스리그에서 했던, 그 경기가 제일 기억에 남는다.”

함께했던 선배와 동료, 후배들이 팀을 떠나는 동안에도 염기훈은 주장으로, 또 팀 내 최고참으로 그 자리를 지켜왔다. ‘이렇게 오래 뛸 거라고 예상했는가’라는 질문에 염기훈은 웃으며 “전혀 생각을 못했다. 나도 이렇게 수원에 오래 있을 거라는 생각은 못했던 게 사실이다. 그렇지만 지금 되돌아보면 이적을 할 수 있는 상황도 왔었지만 그때 가지 않고 남았던 게 나에게는 그때는 아쉬웠지만 지금은 다행이라는 생각이 크다. 수원 팬 분들께 많은 사랑을 받았고, 터닝 포인트가 되었던 시기이기 때문에 어디 안 떠나고 오래 있었던 덕에 기록을 남기지 않았나 생각한다”라고 답했다.

전북 현대에서 데뷔해 울산 현대를 거쳐 수원에 입단한 염기훈이지만, 팬들에게는 ‘원 클럽 맨’ 그 이상의 사랑과 대우를 받는다. 팬들의 넘치는 사랑을 잘 알고 있다는 염기훈은 “많은 팬 분들께서 많은 사랑을 주신다는 걸 몸소 느낀다. 감사드린다. 내가 어떻게 해서가 아니라, 오래 있다 보니 팬 분들 마음과 비슷했던 것 같다. 자연스럽게 이 팀이 좋아졌고, 이 팀이 조금 더 이겼으면 좋겠고, 또 애정을 가지다 보니 무엇을 보여주기보다는, 좋아하기 때문에 했던 것에서 진심을 느끼지 않으셨나 한다. 그런 것 때문에 나를 사랑해주시고, 떠날 수 있는 상황에서 남았던 것에도 의리로서 응원해주시는 것 같다”라며 스스로 수원의 팬을 자처했다.

올 시즌이 끝나면 염기훈과 수원의 계약은 만료된다. 재계약 협상 여부에 대해 묻자 그는 “아직 시작은 안했다. 협상 테이블에 앉지는 않았지만 구단과 지속적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시즌이 끝나고 나서 아마 결정이 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아예 말을 안 하고 있는 것은 아니고, 주기적으로 계속 이야기를 하고 있다”라면서 지속적인 대화가 오가고 있다고 밝혔다.

만일 수원 잔류가 아닌 이적 기회가 오는 상황에 대해서도 생각하고 있을까. 염기훈은 “그런 생각은 아직 안 해봤다. 모르겠다. 아직 현역 은퇴하고 싶다는 생각은 마음속으로 준비가 안 된 것은 맞다. 더 욕심이 생기는 것 같다. 80(골)-80(도움)이라는 기록이 있다. 많은 논란도 있지만, 통산 80-80 기록이기 때문에, 꼭 80-80을 이루고 싶다. 다른 욕심은 많이 내려놨는데, 도움에는 욕심이 있어서 그것 때문이라도 구단과 더 이야기가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라며 K리그 80골 80도움이라는 대기록을 쓰기 위해서라도 현역 생활을 연장하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현재 염기훈은 K리그 통산 77골 110도움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 라운드 수원 소속 391번째 경기에 나선 뒤 염기훈은 “이제 시작”이라는 문구를 SNS에 남겼다. 그의 아내는 괴로움(?)을 호소했는데, 염기훈은 “가족들과 현역 연장을 상의하지는 않았다. 난 무작정 생각을 갖고 있다. 아내가 오랫동안 뒷바라지를 하다 보니 힘든 게 사실이다. 외부에 많이 나와 있고 떨어져 있어서 그런 것 같다.  선수생활을 하면서 주위에서는 오래 뛰니까 이런 기록을 세운다고 했는데, 김대환 골키퍼 코치가 ‘이제야 수원 선수들이 세운 기록을 넘었으니 이제 시작이다’라고 말씀을 해주셨다. 모두가 세운 기록을 이제야 깼으니 이제 시작이라고 하더라. 그 말씀을 들었을 때 나도 생각지 못했던 말이라 새로웠다. 그 축하 메시지가 가장 기억에 남고 힘을 얻을 수 있었다”라며 왜 그런 말을 SNS에 남겼는지에 대한 배경을 설명했다.

염기훈은 김영광(성남 FC), 김광석(인천 유나이티드)과 함께 현재 K리그 무대를 누비는 최고령 선수다. 불혹의 나이까지 선수생활을 하고 박수 받으며 은퇴한 전북의 이동국처럼, 염기훈도 멋진 은퇴를 꿈꾼다.

“축구 선수뿐만 아니라 모든 (운동) 선수들이 (이)동국이형 같은 은퇴를 바랄 거다. 한 번이 아니라 두 번의 우승을 경험하고, 그 해 최고의 위치에 있을 때에 은퇴를 했다. 나뿐만 아니라 모든 선수들이 부러울 거라는 생각이 들고, 나 역시 부러웠다. 내년에 은퇴를 할지 모르겠지만, 우승이라는 타이틀을 얻고 은퇴한다면 정말 너무 기쁠 것이다. 내년에는 경기를 많이 못 뛰더라도 우리팀이 우승하는 것을 보고 우승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동국이 형을 보며 부러움이 컸던 게 사실이다.”

매 시즌, 매 경기마다 염기훈이 내딛는 모든 발걸음은 이제 K리그와 수원의 역사가 된다. 다음 시즌에는 염기훈이 그토록 염원하는 80-80을 달성할 수 있을지, 그리고 꿈에 그리던 멋진 은퇴식을 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

글=김유미 기자(ym425@soccerbest11.co.kr)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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