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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일레븐=광양)

곧 있으면 킥오프할 전남 드래곤즈와 부산 아이파크의 대결에서는 굉장히 이색적인 풍경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부산 팬이 전남 감독을 응원하는 진풍경이 예고되어 있다.

이장관 감독이 이끄는 전남은 잠시 후인 24일 저녁 6시 광양 축구전용구장에서 하나원큐 K리그2 2022 28라운드 홈 부산전을 앞두고 있다. 최근 두 경기에서 연거푸 패하며 분위기가 좋지 못한 전남은, 마찬가지로 세 경기 연속으로 패배를 당하고 있는 부산을 상대로 반드시 분위기 반전을 해야겠다는 각오로 승부에 임한다. 더욱이 이 감독 부임 후 아직 공식전 첫 승이 없다는 점에서 이번 부산전만큼은 꼭 이겨야 한다는 의지가 강하다.

반대로 부산 역시 궁지에 몰려 있는 만큼 물러설 수 없다. 올해를 바탕으로 내년을 바라본다는 넉넉한 마음을 가진 부산이지만, 공식전에서 세 경기 연속 골이 없는 패배를 당한 건 여러모로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다. 따라서 전남과 부산은 결코 양보할 수 없는 벼랑 끝 승부를 치를 수밖에 없다.

이러한 위기감은, 비단 피치 안 지도자와 선수들만의 일이 아닐 것이다. 그런데 광양 원정을 온 부산 팬들은 조금 다른 생각을 하는 듯하다. 킥오프 세 시간 전부터 현장을 찾은 부산 팬들은 원정팬 출입구 인근 그늘에서 야심차게 준비한 걸개를 펼쳐놓고 있었다. 그런데 그 걸개 내용이 부산을 향한 게 아니었다.

걸개의 주인공은 이 감독이었다. 부산 팬들은 ‘부산의 자랑, 부산의 스타 이장관’, 그리고 ‘킹 오브 레전드 배추도사 이장관’이라는 문구가 새겨진 컬러 걸개를 준비했다. 배경에는 이 감독의 현역 시절 모습, 그리고 부산 구덕운동장에서 있었던 이 감독의 하프타임 결혼식 모습이 담겨 있다.

부산 팬들이 이런 이벤트를 준비한 건 이 감독과 부산의 특별한 인연 때문이다. 이 감독은 1997년 부산 대우 로얄즈(現 부산의 전신)에서 데뷔해 2007년 초까지 부산에 몸담았다. 2007년 인천 유나이티드에서 현역 커리어의 마침표를 찍긴 했으나, 부산에서만 348경기에 출전해 4골 9도움을 기록, 1997시즌 K리그 3연패와 1999시즌 K리그 준우승, 그리고 2004년 FA컵 우승 등을 경험했다. 현역 시절 팬들로부터 절대적 지지를 받은 바 있는 레전드다.

K리그판에서 부산 팬들과 이 감독이 마주하게 된 건 무려 15년 만의 일이라 할 수 있겠는데, 그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부산 팬들은 이 감독을 잊지 않고 있었다. 심지어 적장임에도 불구하고 그랬다.

이러한 부산 팬들의 준비를 전해들은 한 전남 관계자는 “오늘 우리가 이겨야겠다. 부산 팬들이 경기 후에도 이 감독님 이름을 연호할 텐데, 우리가 경기에서 지고 난 직후에 그런 구호가 나오면 어쩐지 조롱하는 듯한 느낌이 들지 않을까 싶다”라고 농담 섞어 말했다. 일단 전남이 이겨서 이 감독이 축하받는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되지 않겠느냐는 농담이었다.

그런데 경기 전 <베스트 일레븐>과 만난 한 부산 팬은 “우리가 첫 승을 선물해드리러 왔다”라고 웃었다. 팀 상황상 승패에 집착할 법한데도 부산 팬들은 레전드에 대한 응원이 우선인 듯했다. 어쨌든 킥오프 후 이 감독은 전남 팬들은 물론 상대팀인 부산 팬들로부터도 절대적인 응원을 받는 ‘호강’을 누리게 됐다. 경기장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진귀한 풍경이다.

글=김태석 기자(ktsek77@soccerbest11.co.kr)
사진=부산 아이파크 서포터스 P.O.P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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