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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일레븐=기장)

26일 부산 기장 월드컵빌리지에서는 한 특별한 유소년 대회가 열렸다. 부산 및 인근 도시를 연고로 한 16개 유소년 팀이 출전하는 유소년 대회였다. 어린 선수들이 마음껏 피치 위를 뛰놀며 축구를 즐길 수 있는 장이라는 점은 그 나름대로 의미가 있지만, 유소년 대회 자체가 특별할 건 없다. 주변에서 제법 흔히 볼 수 있는 이벤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유소년 대회는 굉장히 큰 의미를 지닌다.

특정 유관기관이 주최한 대회이거나 사설 유소년 대회가 아니었다. 이 대회의 정식 명칭은 2022 제6회 정용환배 꿈나무축구대회 및 장학금 전달식이다. 정용환축구꿈나무장학회가 주최하는 이 대회는, 지난 2015년 타계한 한국 축구 레전드 故 정용환을 응원하는 부산 지역 올드팬들이 직접 나서서 진행하는 대회다.

이 모임은 송춘열 회장을 비롯해 중식당을 운영하는 이들을 중심으로 현역 시절 정용환의 플레이를 기억하며 열렬히 응원했던 부산 지역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다. 본래 정용환 후원회로 시작한 이 모임은 지난 2006년 결성됐으며, 이후에는 부산 지역 유소년 선수 육성에 주력했던 고인의 뜻에 동참하기 위해 장학회로 모임 성격을 바꾸고 지금에 이르고 있다. 정용환이 하늘의 별이 된 이후에도 이들은 해산하지 않고 고인의 유지를 해를 거듭해 이어가고 있다. 즉, 모든 행사가 팬에 의해 주도되고 진행되는 것이다.

“코로나19 때문에 지난 2년은 장학금 전달식만 가졌는데 상황이 허락되어 다시 유소년 대회를 열 수 있어 정말 다행입니다. 승패를 떠나 어린 선수들에게 축구의 즐거움을 선사하고, 나아가 ‘우리 감독님’의 이름을 아이들에게 알릴 수 있어 마음이 무척 들뜹니다.”

송 회장은 <베스트 일레븐>과 만난 자리에서 만면에 흐뭇한 웃음을 보이며 이렇게 말했다. 송 회장은 이 유소년 대회가 생전 어린 선수들의 성장에 각별한 애정을 가지고 노력했던 故 정용환과 약속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 약속을 언제까지 지키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한편으로는 걱정도 됐다. 이들은 생업을 가진 일반인들이다. 열정은 그 누구보다 뜨겁다고 자부하지만, 행사 하나하나가 치루어내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 더욱이 故 정용환은 피치를 떠난지 30년이 다 되어가는 인물이다. 요즘 축구 선수들도 은퇴하면 팬들의 뇌리에서 빠르게 잊히는 게 현실임을 고려하면 ‘옛 사람’이 된 정용환의 유지를 받들어 모임을 유지하는 게 쉽지 않다.

그러나 故 정용환과 축구에 대한 열정과 애정으로 쉽지 않은 일을 해내고 있다. 故 정용환의 업적을 여기저기 알리면서 열성적으로 활동하는 정용환장학회의 노력에 부산시축구협회, 부산시교육청 등 지역 기관들이 함께 도왔고, 부산 지역 내 여러 기업들도 후원자로 나섰다. 당연히 부산 연고 K리그 클럽 부산 아이파크 역시 곁에서 돕고 있다. 모두 정용환장학회 회원들의 ‘찐’ 사랑에 감복한 이들이다.

“이러한 행사를 통해 우리 꿈나무들이 국가대표가 얼마나 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지만, 만약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감독님의 이름을 후세 팬들에게 계속 전할 수 있으니 꼭 그런 일이 벌어졌으면 합니다.”

정용환장학회는 매년 이어가고 있는 유소년 대회를 통해 훗날 부산 혹은 국가대표로 성장할 선수가 나오길 바라고 있다. 그것이 어린 선수를 그토록 좋아했던 故 정용환이 하늘에서 마음껏 웃을 수 있는 일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정용환 장학회도 이 유소년 대회를 매년 여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있다.

“이곳 기장은 故 정용환 감독님의 고향입니다. 故 정용환 감독님은 한국 축구의 역사이자 부산과 기장의 자랑입니다. 이곳에 故 정용환 감독님의 추모 공간을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기장의 많은 분들이 이 취지에 공감해주시고 도움을 주시려 합니다. 故 정용환 감독님의 현역 시절 숨결이 녹아있는 부산 아이파크와도 지속적으로 협력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부산 서포터스와도 협약식을 가지며 교류도 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활동이 단순히 故 정용환의 추모에 그치지 않아서 더 보기 좋다. 고인을 향한 추모는 당연한 사명이며, 더 많은 활동을 이어나가려 한다. 부산에서 K리그 경기가 있을 때마다 현장을 찾아 故 정용환의 후배들을 열렬히 응원하고 있다. 또한 한 해 동안 故 정용환처럼 최고의 활약을 한 선수를 격려하기 위해 부산 구단과 함께 정용환상을 제정해 수여하고 있다. 단순히 특정 개인을 위한 팬 클럽이 아닌 축구에 대한 진한 사랑이 느껴진다. 분명 이들이 하늘에서 내려다 볼 故 정용환도 무척 흐뭇할 듯하다.

글·사진=김태석 기자(ktsek77@soccerbest11.co.kr)
사진=부산 서포터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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