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일레븐=상암)

결국 득점이 나와야 승리한다는 축구의 단순한 법칙이 다시금 떠올랐던 경기였다. 단단하게 버티다 예리한 역습으로 한번에 상대를 무너뜨린 제주의 힘이 대단했다.

남기일 감독이 이끄는 제주 유나이티드(제주)는 5일 저녁 7시 30분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2 27라운드 FC 서울 원정에서 2-0으로 이겼다. 후반 5분 김주공이, 후반 22분에는 제르소가 연달아 득점을 터트렸다.

제주에 몹시 어려운 경기였다. 7일간 세 경기를 치르는 매우 어려운 일정이었다. 전북 현대 원정, 제주 홈, 다시 서울 원정으로 떠나면서 숨을 돌릴 팀이 없었다. 날씨도 워낙 더웠다. 남기일 감독은 경기 전 기자들을 만나 “더운 날씨에 제주도에 있다가 원정을 나온다. 오고 다시 돌아가야 하는 일정이니 선수 집중력과 체력이 많이 떨어진다. 스트레스를 받는다”라고 전했다.

제주가 선택한 건 선수비 후역습의 날카로움이었다. 빌드업에 능한 서울은 여유있게 공을 소유하고 전반전부터 제주를 옥좼다. 슛도 서울이 한참 많았다. 제주는 압박하다가 정해진 위치까지 서울이 공을 전진시키면 물러서 중앙에 힘을 단단히 주고 버텼다.

남기일 감독의 첫 번째 노림수는 주민규 투입이었다. 이미 이전까지 많은 시간을 소화했던 주민규는 이날 벤치에서 출발했다가 전반 37분 투입됐다. 후반전에 공격에 힘을 주겠다는 남 감독의 의도였다.

이는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주민규는 후반 5분 김주공 득점의 기점 역을 했다. 공을 몰고 들어가다가 제르소 배후를 향해 날카롭게 공을 보냈고, 제르소 크로스와 김주공 골로 이어졌다.

서울에 앞서는 또 다른 차이점이라면 제르소였다. 서울 수비진은 결정적 순간에 제르소를 막지 못했다. 두 골 모두 제르소 발끝에서 나왔다. 후반 22분, 제르소는 주발이 아닌 오른발로 자신을 막아서는 수비수 두 명 사이를 뚫었다. 골키퍼가 손 쓸 수 없는 위치였다.

경기 내내 제르소가 왼 측면 라인을 지배한 건 아니었다. 전술한대로, 공을 쥐는 쪽은 주로 서울이었다. 하나 제주가 드물게 찾아왔던 기회를 살릴 수 있던 배경에는 제르소의 맹활약이 있었다. 결국 축구는 골이 터져야 하는 스포츠라는 진리를 다시 증명했던 경기였다.

글=조영훈 기자(younghcho@soccerbest11.co.kr)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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