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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일레븐=수원)

김도균 수원 FC 감독에게 김현은 아픈 손가락이었다. 팀 내에서 압도적 입지를 자랑하고 있는 외인 골잡이 라스의 백업으로 활용하는 상황이었다. 심지어 팀 사정 때문에 센터백으로도 기용한 적도 있다. 적은 출전 시간과 원하지 않는 포지션, 어지간한 선수였다면 주어진 상황에 꽤 화가 났을 법하다. 하지만 김현은 어떤 임무에도 주어진 역할을 해내고 있다. 김 감독이 고마워하는 이유다.

김현이 속한 수원 FC는 6일 저녁 7시 30분 수원 종합운동장에서 벌어진 하나원큐 K리그1 2022 27라운드 수원 삼성전에서 4-2로 승리했다. 수원 FC는 전반 13분과 후반 23분에 두 골을 몰아친 김현의 맹활약과 후반 3분 정재용, 경기 종료 직전 라스의 추가골을 앞세워 전반 23분 안병준, 후반 40분 오현규가 연거푸 골을 만들어 낸 수원 삼성을 물리치는 데 성공했다.

“김현을 영입할 때 큰 기대를 했다. 그런데 출전 시간이 라스보다 적었다. 출전 시간이 많이 주어지지 않았기에 자기 컨디션을 관리하는 것도 힘들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잘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라스만큼 기회를 줬다면 지금 한 열 골 정도 넣지 않았을까 싶다.”

김 감독이 경기 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남긴 말이다. 지난해 인천 유나이티드에서 맹활약한 것을 인정받아 수원 FC로 이적한 김현은 포지션 경쟁자인 라스 때문에 기회를 원하는 만큼 얻지 못했다. 김 감독은 보다 전술적으로 라스가 알맞기 때문에 그런 결정을 내리게 됐지만, 김현에게 좀 더 기회를 주지 못한 것에 늘 미안함을 품고 있었다. 그리고 여전히 기대한다는 말도 잊지 않고 덧붙였다.

지금 김현의 플레이를 보면 김 감독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올 만하다. 김현은 만족할 수 없는 출전 시간에도 불구하고 이승우에 이어 팀 내 득점 2위(7골/6일 수원 삼성전 포함)을 기록하고 있다. 심지어 휴식기 전에는 생뚱맞게 센터백으로 출전했다. 공격수로서 꽤 자존심이 상할 법한 임무가 주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어려운 팀 사정을 고려해 기꺼이 명령을 받들었다. 골은 물론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으니 감독이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수원 더비에서도 김현은 존재감을 뽐냈다. 전반 13분 박민규가 좌측면에서 쏘아올린 정교한 크로스를 골문 앞에서 강력한 헤더 슛으로 연결해 골망을 흔들었다. 마크맨의 견제를 벗어나 수원 삼성 수문장 양형모가 손 쓸 수 없도록 땅에 강하게 바운드시켜 골을 만들어냈다. 최전방 스트라이커로서 가진 재능을 최대치로 활용해 만든 골이었다.

전반 30분에는 장혁진의 우측 크로스를 이어받아 헤더슛을 날렸다. 이 슛은 수비에 굴절되어 수원 삼성 왼쪽 골문 기둥을 강타했다. 후반 23분에는 이승우의 패스를 받아 환상적인 오른발 감아차기로 두 번째 골을 뽑아냈다. 적어도 이 한 경기만큼은 김현의 존재감이 라스와 비교해 부족할 게 없었다.

김현은 이번 경기를 통해 세 경기에서 연속골을 넣었다. 이승우가 퇴장 징계를 당하고 라스가 허리에 약간의 부상을 안고 있어 공격 전력이 크게 흔들렸던 수원 FC가 휴식기 이후 재개된 K리그1 일정에서 차곡차곡 승점을 쌓는 원동력이 바로 김현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김 감독은 8월 일정을 통해 승점 10점을 쌓는 걸 목표로 하고 있는데, 김현이 지금 페이스를 계속 유지한다면 불가능한 목표는 아니지 싶다. 그만큼 지금 김현은 날카롭다.

글=김태석 기자(ktsek77@soccerbest11.co.kr)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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