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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일레븐=광양)

후반 41분이었다. 예상치 못한 골키퍼의 부상은 전남 드래곤즈에 일대 위기로 작용했다. 그 위기를 딛고 승점 1점을 챙겼다는 건 정말 천만다행인 일이었다. 그 와중에 상대 골대도 강타했으니 어쩌면 이길 수도 있는 경기였다는 점에서, 전남 팬들에게 여러가지 묘한 감정을 들게 하는 경기였다.

부천 FC를 상대로 무승부를 기록한 전남의 이야기다. 이장관 감독이 이끄는 전남은 8일 저녁 7시 광양축구전용구장에서 벌어진 하나원큐 K리그2 2022 31라운드 부천전에서 1-1로 비겼다. 후반 19분 임찬울의 선제골로 앞서갔으나, 후반 41분 닐손주니어에게 실점하며 다 잡았던 승리를 놓쳤다.

후반 41분 닐손 주니어의 득점이 터진 후 전남은 매우 곤혹스러운 상황에 처했다. 골키퍼 김다솔이 몸을 던져 닐손 주니어의 헤더슛 궤적을 막으려다 무릎이 뒤틀리는 큰 부상을 당했다. 김다솔은 고통스러운 신음을 내뱉으며 쓰러졌는데, 설상가상으로 더는 교체 카드가 없었다. 수비수 최정원이 골키퍼 장갑을 껴야 했던 이유다.

경기 전만 해도 골키퍼로 뛰어야 한다는 상상을 조금도 하지 못했을 최정원에게는 어쩌면 날벼락 같은 일이었다. 벤치에서 이 상황을 지켜보는 이 감독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김다솔에게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면 승점 1점이라도 가져올 가능성이 컸다. 하지만 김다솔을 잃으면서 상황이 꼬였다. 이 감독은 “시간이 길게 느껴졌다”라며 당시를 떠올렸는데 그럴 만한 암담한 상황이었다. 자칫하면 역전패를 당할 수도 있는 위기였기 때문이다.

긴급히 골키퍼로 변신한 최정원이 손발을 마다하지 않고 부천의 세 차례 슛을 모두 막아내며 무마시킨 건 천만다행이었다. 승점 1점을 챙겼던 이유다. 최정원도 이날 경기 후 본업인 센터백이 아닌 골키퍼로서 수훈 선수가 되는 어리둥절한 영광을 맛보기도 했다. 선수 본인에게는 잊지 못할 추억이 됐을 것이다.

하지만 팀적인 시각에서는 이번 경기에서 드러난 문제를 바로 잡아야 한다. 일단 선수들이 이 혹서기에 치러지는 경기에서 90분 경기를 모두 소화하는 데 체력적으로 어려움이 있다는 게 드러났다. 사실 교체 카드가 없었던 가장 큰 이유는 김다솔의 부상보다는 앞서 필드 선수들이 연거푸 근육 경련으로 쓰러지면서 불가피하게 교체 카드를 썼기 때문이다.

교체 타이밍을 좀 더 빠르게 가져가는 등 지능적인 대처를 했다면 김다솔이 다쳤을 때 교체 카드 한 장이라도 남겨둘 수 있었을 것이다. 이 점에 대해 이 감독도 어느 정도 인정했다. 이 감독은 “교체 타이밍을 잘 잡지 못했다. 책임감을 느낀다”라며 말했다. 팬들은 손에 땀을 쥐는 스릴 넘치는 마지막 순간을 즐겼을지 모르나, 실제 승부를 벌이는 팀은 이런 위험천만한 상황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 전남이 승리를 통해 반전하려면 반면교사를 삼아야 할 상황이었다.

글=김태석 기자(ktsek77@soccerbest11.co.kr)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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