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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일레븐)

두 줄 수비와 육탄 방어, 그리고 야신 부누의 슈퍼 세이브까지 모로코의 질식 축구는 실로 대단했다. 게다가 번뜩이는 역습까지, 자이언트 킬링의 면모를 모두 갖추고 있었다.

왈리드 레그라기 감독이 이끄는 모로코가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 16강 스페인전에서 득점없이 무승부를 기록, 승부차기에서 3-0으로 승리했다. 이날 승리로 모로코는 FIFA 월드컵 사상 최초로 8강에 진출하는 기쁨을 누렸다.

선수단, 협회와 불화를 빚다가 쫓겨난 바히드 할릴호지치 전 감독을 대신해 지휘봉을 잡은지 석 달 밖에 되지 않는 레그라기 감독의 지도력이 밫난 경기였다. 객관적 전력상 스페인의 전력이 한 수 앞서는 건 분명했으나, 그 스페인도 이 모로코 수비를 공략하는 데 애먹었다.

모로코의 콘셉트는 확실했다. 최후방 수비라인과 미드필더 라인을 내리면서도 간격을 촘촘히 스페인이 득점 확률이 높은 박스 주변에서 빌드업하는 데 상당한 애를 먹게 했다. 스페인 선수들이 박스 안으로 찬스를 잡으면 육탄방어를 통해 상대 공격을 무력화시키는 등 조직적인 면모뿐만 아니라 선수 개개인의 투쟁심 넘치는 플레이도 실로 압권이다.

특히 로망 사이스와 나이프 아구에르드를 중심으로 한 센터백 라인은 놀라운 집중력을 발휘하며 스페인의 공격 빌드업을 쉴새없이 차단했으며, 이에 앞선 자리에서 활약하는 소피앙 암라바트 역시 엄청난 활동량으로 스페인의 미드필더들을 봉쇄했다. 이마저도 뚫리면 모로코의 야신 부누 골키퍼가 미친 선방을 거듭해나갔다.

더 주목할 만한 점은 바로 역습이었다. 우측 풀백 아치라프 하키미는 역습 상황 때 스피디한 공격 오버래핑을 통해 상대 측면 수비 배후 공간을 집요하게 공략했다. 레프트백 누사이르 마즈라위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 두 선수가 밀고 올라올 때 그 뒷 공간을 노려야 하는 스페인이었지만, 두 선수의 수비 복귀 속도가 정말 빨라 좀처럼 빈틈을 찾지 못했다. 이렇다 보니 최전방 타깃맨 알바로 모라타, 측면에 속도를 더해줄 니코 윌리엄스를 투입했음에도 불구하고 스페인은 공격 활로를 찾지 못했다.

이를 바탕으로 모로코가 스페인을 격침할 뻔한 장면을 여러 차례 만들어내기도 했다. 전반 32분 마즈라위의 오른발 중거리슛, 후반 40분 유수프 엔 네시리의 오른발 슛, 연장 전반 4분과 연장 전반 13분 왈리드 셰디라가 잡은 두 차례 결정적 찬스가 그랬다. 번개 같은 역습, 박스 안에서 찬스를 잡아 슛까지 날리는 장면이 여러 차례 나왔고 그때마다 스페인은 간담을 쓸어내려야 했다.

모로코는 스페인의 공격을 120분간 무력화시키며 기어이 승부차기로 상대를 끌고 왔다. 철벽 수비는 승부차기에서도 이어졌다. 스페인의 첫 번째 키커 파블로 사라비아의 킥은 골대를, 두 번째 키커 카를로스 솔레르의 오른발 슛은 부누 골키퍼의 가슴에 안겼다. 부누 골키퍼는 스페인의 세 번째 키커 세르히오 부스케츠의 킥까지 막아냈다. 첫두 키커를 모두 성공시킨 모로코는 세 번째 키커 바드르 바눈이 골망을 흔들지 못하는 위기를 맞기도 했다. 하지만 단 한 골도 내주지 않은 철벽 페널티킥 방어 덕에 계속 리드를 유지했고, 네 번째 키커 하키미가 골망을 흔들면서 기어이 8강 진출에 성공했다. 역대 최고의 성과였다.

글=김태석 기자(ktsek77@soccerbest11.co.kr)
사진=ⓒgettyImages/게티이미지코리아(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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