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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일레븐=카타르) 

13일간 쉴 틈없이 치러진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48경기가 모두 끝났다. 대회 일정표는 휴식 기간 없이 곧바로 결승 토너먼트에 돌입해야 함을 가리킨다. 16강전은 이곳 카타르 시간으로 18시, 22시(이하 현지 시각) 하루에 2경기씩 4일간 벌어진다. 조별리그와는 달리 미디어 관계자들에게 취재 혹은 참관이 허용되는 경기는 하루에 하나로 제한돼 있다. 따라서 어느 매치업에 참석할 것인지 신중한 결정이 요구된다. 꽤 긴 고민 끝에 16강 첫째 날과 둘째 날 경기를 선택했다. 현장에서 지켜본 네덜란드-미국전, 프랑스-폴란드전의 감상을 전하고자 한다. 

<B>12월 3일 18시, 16강 네덜란드 3-1 미국 @칼리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B>

축구의 목표는 정해진 상대와 대결해서 승리하는 데 맞춰져 있다. 그러므로 상대가 강하든 약하든 그 지향점인 승리는 양보될 거리가 아니다. 만약 우리가 목표을 잃거나, 목표가 확고하지 않은 경기에 이토록 끊임없이 열정을 쏟아 붓고 있는 것이라면 이야말로 용납하기 힘든 일이다. 역으로, 축구가 맹목적으로 이기는 것 만을 바라왔다면 그저 단조롭고 무미건조한 공놀이로 전락했을 가능성 또한 적지 않다. 축구에선 ‘어떻게’라는 승리의 방법론이 중시된다. 이에 대한 큰 틀의 해답은 이미 나와있다.

‘The Beautiful Game(영어)‘, ‘O jogo bonito(포르투갈어)’ 곧, ‘아름다운 게임’은 의미상 동의를 전제로 흔히 회자되는 축구의 별칭이다. 이는 방법론에 ‘아름다움의 추구’라는 당위성을 부여하는 기능도 한다. 축약된 설명이지만 사실 이러한 사고과정 거쳐 ‘축구의 목적은 아름다운 승리’라는 문장을 만들어냈다. 그리곤, 거의 모든 글에 녹여내 전파하려고 노력 중이다. 그런데 ‘아름다운 승리’의 선언적 주장 속에는 영원히 해결되지 않을 맹점이 보인다. 명확한 숫자로 드러나는 승패의 결과에는 다른 의견이 존재 불가능하다. 다만, 어떠한 형태의 축구를 ‘아름답다’고 부를 것인가에 대한 공감은 그것이 형성되는 때 만큼이나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자주 목격한다.

8년 전, 2014년 7월 8일 축구사 그리고 월드컵사에 ‘아름다움’ 논쟁이 가장 크게 일었던 사건 가운데 하나가 발생했다. 2014 월드컵 준결승에서 독일이 홈팀 브라질을 7-1로 완파한 것이다. 전반에만 5골을 넣으며 사실상 승기를 굳힌 독일은 후반에도 공격의 고삐를 늦추지 않으며 브라질을 괴멸시켰다. 경기 후, 상대에 대한 배려를 상실했다는 목소리가 크게 일었다. 곧, 독일의 플레이 수행에 아름답지 못했다는 비판이 가해진 것이다. 승리하기 위해선 골을 넣어야 하고, 골을 넣기 위해선, 슈팅을 해야 하며, 슈팅을 하려면 수비작업을 통해 볼 소유권을 탈취하고 공격 국면을 가져와야 한다.

독일은 이와 같은 일련의 과정들을 연쇄 대량 득점으로 연결시켰는데 성공했다. 지치지 않고 아름다움을 좇는 바람직한 행위라면서 긍정적 평가와 찬사를 보내는 시선도 적지 않았다. 이처럼 동일한 내용의 축구, 그것도 월드컵 준결승처럼 축구계의 모든 시선이 집중됐던 경기를 보면서도 그 안에서 구현된 방법론의 아름다움과 그렇지 못함에 관해선 좁혀지지 않을 간격의 이견이 생겨나곤 한다. 아름다움의 판단이 전혀 동의되지 못할 영역은 아니지만, 개개인의 주관적 기준에 좌우되는 것 역시 분명하다. 

승리로 가는 방법론은 다양하며, 그에 대한 아름다움의 평가도 다르다.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 첫 경기에서 네덜란드는 미국을 3-1로 제압했다. 이 과정에서 보여준 아름답다고 여겨질 수 있는 흐름 전개는 오렌지 군단이 쌓아온 축구의 전통과 관록을 다시금 상기시켰다. 미국은 조별리그에서 자랑했던 패기 넘치고, 역동적이며, 강렬했던 기세를 앞세워 16강전에 임했다. 도전해 오는 상대의 치솟은 기세를 다스리는 데는 크게 두 가지 길이 있다. 더욱 강한 기세로 누르거나, 혹은 상대의 기세를 빨아들이거나의 기로이다.

네덜란드의 선택은 후자였다. 그리고 효과적으로 펼쳐냈다. 때론 강대강 충돌이 불가피하지만, 모든 상황에서 승리를 보장하는 능사도 아니다. 더 높은 곳을 목표로 하고 있는 네덜란드는 잃을 것 없다는 듯 덤벼오는 미국의 기세를 흡수해 소화했고, 부드럽고 유연하게 제압하며 8강행을 결정지었다. 2022년 현시점의 축구 분석에서 50년이나 지난 네덜란드산 토탈풋볼을 다시 언급하는 건 어쩌면 불필요한 일일지도 모른다. 토탈풋볼의 수많은 유용한 아이디어들은 굳이 따로 말하지 않아도 현대 축구의 양상 곳곳에 자연스레 스며들어 있는 까닭이다. 여기서 주목하는 점은 토탈풋볼을 태어나게 한 바탕, 그것을 기반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으며, 여전히 축구 강국으로 인정받는 네덜란드가 참신함을 무기로 기세를 뿜어낸 미국을 제압해 간 노련, 역사, 전통, 관록 등의 단어와 착 들러붙는 ‘아름다운’ 방식이다. 

<B>12월 4일 18시 16강 프랑스 3-1 폴란드 @알 투마마 스타디움</B>

음바페의 위치 선정과 골 결정력은 명불허전이었다. 후반 29분과 후반 46분, 그의 발에서 터진 호쾌한 슈팅은 폴란드의 골망을 가르며 조국 프랑스에 3-1 승리를 안겼다. 골이 되는 볼이 발을 떠나는 바로 그 순간만을 각각 한 장의 사진으로 포착하면, 둘은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닮은 형태를 보일 것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론 두 득점에 이르기 까지의 전술 메커니즘은 제법 확연하게 구분된다.

우선 첫 번째 골은 공격의 흐름이 자신의 진영으로부터 전방으로 나아가는 상황에서 나왔다. 폴란드 페널티 박스 오른쪽 외곽까지 드리블로 치고 들어간 뎀벨레는 페널티 박스 왼쪽 모서리 안쪽의 음바페에게 사선의 낮고 빠른 패스를 전했다. 이를 받은 음바페는 파 포스트로 감아 찰 것을 예상하고 미리 움직인 폴란드 수비의 움직임을 간파, 역으로 니어 포스트을 향하는 강한 슈팅을 시도했다. 힘을 실은 볼의 줄기는 흐름의 방해를 받지 않고 골문으로 빨려 들어갔다.

두 번째 골은 폴란드의 페널티 박스 왼쪽 바깥의 튀랑이 페널티 박스 안에 자리잡은 눈앞의 음바페에게 짧은 패스를 건네는 데서 시작됐다. 첫번째 골과 거의 유사한 슈팅 상황을 맞이한 음바페의 두 번째 선택은 파포스트였다. 폴란드 수비는 첫 골 장면을 의식해서인지 니어 포스트 방향으로 몸의 무게 중심이 쏠리는 모습을 보였다. 이를 순간적으로 읽어낸 음바페는 지체없이 파 포스트 골문 모서리를 향해 강한 슈팅을 작열했다.

공격의 목적을 골이 아니라 슈팅이라고 주장하는 이유는, 불규칙한 피치 위에서 둥근 공을 무딘 발로 차야 하는 축구의 특성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골이 목적이라면 축구는 온통 실패 투성이인 경기로 전락해 버릴 것이다. 다만, 모든 선수가 이 경기에서 보인 음바페의 결정력을 갖고 있다면, 공격의 목적을 슈팅이 아닌 골로 바꿔서 주장할 용의가 있음을 분명하게 밝혀 둔다.

골 장면을 포함해 폴란드 진영의 어태킹 서드를 무대로 경기가 전개되는 시점, 음바페가 보여준 위치 선정은 크게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개인 전술로 마지막 순간의 슈팅까지 이어가는 플레이 과정에서 동료로부터 최종적으로 패스를 받는 음바페의 위치는 대부분 페널티 지역 안쪽이었다. 페널티킥 허용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수비로서는 상대 에이스가 자신들의 페널티 지역에 들어와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큰 부담을 느끼게 된다.

게다가 음바페의 폴란드전 활약처럼 자연스럽게 패스를 받아 일말의 당황함도 없이 빠른 판단, 민첩성, 정확성을 바탕으로 득점포를 가동한다면 방어할 길은 좀처럼 찾기 힘들다. 누군가 높은 수준의 선진 축구에 대해 물어온다면, 이 대목을 빠지지 않고 언급할 것이다. 곧, 상대 페널티 지역 안에서 급한 마음에 허둥대지 않고, 직접 슈팅 및 그 외 제2, 제3의 세밀한 연계 플레이 옵션 가운데서 차분하지만 신속하게 하나를 선택해 실행에 옮길 수 있는 개인 전술, 그리고 부분 전술의 탁월함이다.

다른 한 가지로는 중원의 공격 전개에서 패스를 내는 사람과 그 패스를 받을 복수의 후보들이 공격 전술의 이미지를 공유하며 펼치는 동시다발적 움직임을 들 수 있다. 이는 앞으로 이어질 다른 경기 분석 글에서 적절한 사례를 찾아 구체적으로 설명할 기회를 갖고자 한다. 디펜딩 챔피언 프랑스는 팀으로서의 완결성도 갖추고 있다. 음바페, 지루 등 골로 결과를 만들어낼 확실한 재능의 강력한 골잡이들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은 더욱 큰 강점으로 부각된다.

8강 진출팀의 윤곽이 드러났다. 공교롭게도 대회의 유력한 우승 후보로 꼽히는 프랑스과 잉글랜드의 매치업이 성사됐다. 이 대결의 승자가 유럽의 대표로서 대망의 결승전 카드의 한 자리를 차지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반대쪽 카드의 유력한 후보는 남미세의 아르헨타나와 브라질이다. 

글=양정훈 칼럼니스트 

편집=임기환 기자(lkh3234@soccerbest11.co.kr)
사진=ⓒgettyImages/게티이미지코리아(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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