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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일레븐=카타르)

기어코 아르헨티나였다. 기어이 리오넬 메시가 해냈다. 뚝심을 잃지 않은 아르헨티나가 '메시아'와 '수호신'의 활약을 앞세워 4강에 도달했다. 

10일(이하 한국 시각) 오전 4시, 카타르 루사일에 위치한 루사일 아이코닉 스타디움에서 2022 FIFA(국제축구연맹) 카타르 월드컵 8강 네덜란드-아르헨티나전이 벌어졌다. 연장 120분까지의 결과는 2-2였다. 아르헨티나는 전반 35분 나우헬 몰리나, 후반 28분 리오넬 메시가 골을 넣었고, 네덜란드는 후반 38·45+10분 부트 베르호스트가 멀티골을 터뜨렸다. 승패가 가려지지 않아 경기는 승부차기로 향했다. 결국 승리는 아르헨티나였다. 승부차기 스코어 4-3으로 이겼다. 이로써 아르헨티나는 4강행에 성공했다.

루이스 판 할 네덜란드 감독은 내세울 수 있는 최선의 라인업을 펼쳐보였다. 조별 라운드에서 활약이 좋았던 코디 각포-스티브 베르바인-멤피스 데파이를 전방에, 중원엔 프랭키 더 용, 최후방엔 버질 반 다이크 등을 두고 아르헨티나를 겨냥했다. 아르헨티나는 기존과 달리 살짝 라인업을 변경한 상황이었다. 리오넬 메시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건 마찬가지였으나, 앙헬 디 마리아나 라우타로 마르티네스 등이 벤치에서 게임을 시작했다. 후반에도 무게감을 두려는 계획인 듯했다.

전반 10분까지는 공방전 양상이었다. 점유율은 네덜란드가 조금 더 쥐었으나, 패스의 순도는 아르헨티나가 높았다. 그러나 어느 한 쪽도 다른 한 쪽을 넘을 만큼 우세하진 않았다. 두 팀은 비슷한 백 스리를 깔아두고 한 끗의 차이를 만들려는 데 집중하는 시간을 보냈다.

전반 22분, 리오넬 메시가 한 차례 반짝였다. 네덜란드 페널티 박스 외곽에서 볼을 잡은 뒤, 몇 번의 터치로 금세 슛 각도를 만들었다. 감아차기는 위로 떴으나, 이전까지 동작은 리오넬 메시의 컨디션이 괜찮다는 걸 방증했다. 이후 루사일 아이코닉 스타디움에 모인 팬들은 “메~에~시”를 외치며 그들의 ‘신’에게 힘을 불어넣었다. 네덜란드도 응수했다. 전반 24분, 아르헨티나 문전 앞에서 우당탕 볼을 따내며 슛을 한 차례 시도했다.
 

 

아르헨티나가 유효슛을 기록했다. 전반 33분 빠르게 볼을 굴리는 상황에서 미드필더 로드리고 데 파울이 볼을 받아 네덜란드 골대를 조준했다. 하지만 로드리고 데 파울의 발끝을 떠난 볼은 힘이 잘 실리지 않았다. 안드리스 노페르트 네덜란드 골키퍼가 잡아내긴 어렵지 않았다.

바로 그즈음 아르헨티나가 기어이 골망을 갈랐다. 전반 35분, ‘길’을 보는 리오넬 메시의 패스가 쇄도하던 나우엘 몰리나에게 제대로 들어갔다. 나우엘 몰리나는 볼을 살짝 밀어 넣는 센스 있는 터치로 네덜란드의 굳게 닫힌 문을 열었다. 아르헨티나가 리드를 잡는 순간이었다.

전반 40분엔 리오넬 메시가 네덜란드 페널티박스 안에서 슛 각도를 쟀다. 리오넬 메시는 대치 상황을 잘 견디다가 기어이 오른발슛으로 상황을 마무리했다. 전반전 막판엔 네덜란드가 공세를 유지하려 했다. 그러나 리오넬 메시와 선수들은 아르헨티나의 골문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이렇게 전반전은 종료됐다. 아르헨티나는 스코어의 여유를 바탕으로 효과적 게임을 풀어갈 분위기다. 후반전의 네덜란드는 다소 바빠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루이스 판 할 감독은 스코어 격차를 좁히기 위해 교체 카드를 발동했다. 스티브 베르하위스-퇸 코프메이너르스-루크 데 용이 후반 초반 모두 그라운드를 밟았다. 반면 아르헨티나는 네덜란드의 교체 카드를 훑어보며 이에 대응하는 전략을 취하는 듯했다. 쉽사리 카드를 발동하지 않았다.

점유율은 전반전처럼 네덜란드가 가져갔다. 그러나 골은 또 아르헨티나에서 터졌다. 네덜란드 페널티박스 부근에서 파울이 발생했는데, 심판은 큰 고민 없이 이내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키커로는 역시나 리오넬 메시였다. 후반 28분, 아르헨티나의 좋은 득점 기회였다. 리오넬 메시는 침착하게 볼을 처리했다. 네덜란드의 수문장 안드리스 노페르트는 중앙에 버티고 서 킥의 방향을 예상했는데, 리오넬 메시는 왼발로 툭 차 볼을 구석으로 밀어넣었다. 차분함과 자신감을 바탕으로 아르헨티나의 2-0을 만든 순간이었다. 아울러 아르헨티나가 4강 진출에 가까워진 장면이기도 했다.
 

 

이후 다시금 양팀의 교체카드가 발동했다. 네덜란드는 어떻게든 만회골을 넣기 위해 멤피스 데파이 대신 부트 베르호스트를 넣었다. 아르헨티나는 니콜라스 타글리아피나 라우타로 마르티네스를 넣으며 후방과 전방에 떨어진 에너지를 동시에 보강했다. 이즈음 네덜란드의 만회골이 터졌다. 후반 38분, 스티브 베르하위스가 우 측면에서 올려준 골을 서브로 들어온 부트 베르호스트가 마무리했다. 네덜란드가 추격의 불씨를 지피는 상황이었다.

경기는 과열됐다. 막판에 두 팀은 거대한 충돌을 빚기도 했다. 해당 상황에서는 네덜란드의 스티브 베르하위스, 아르헨티나의 레안드로 파레데스가 경고를 받았다. 추가 시간은 10분이었다. 경기 중 중단됐던 시간을 차곡차곡 적용하니 게임은 생각보다 많이 길어졌다.

후반 막판, 반전 드라마가 일었다. 네덜란드가 세트피스 찬스를 잘 살려 기어이 동점골을 넣었다. 후반 45+11분, 퇸 코프메이너르스가 프리킥에서 낮게 깔아준 볼을 앞에서 대기하던 부트베르호스트가 피지컬로 아르헨티나를 견뎌내며 동점골을 성공시켰다. 아르헨티나엔 쓰라림이, 네덜란드엔 환호성이 교차한 장면이었다.
 

 

이렇게 경기는 연장전으로 향했다. 아르헨티나는 4강 진출에 몹시 가까워진 상황이었으나, 네덜란드가 희박해 보이는 확률을 현실로 만들었다. 연장 전반전엔 선수들의 떨어진 체력이 눈에 들어왔다. 서로가 쉽사리 압박을 가하지 못한 채 호시탐탐 넘어오는 기회를 포착하려는 분위기였다. 세트피스를 살려내는 게 관건이었으나, 그게 뜻대로 되진 않았다. 연장 전반전은 쏜살 같이 흘러갔다.

아주 잠깐의 휴식 이후 연장 후반전이 시작했다. 아르헨티나는 첫 번째 골의 주인공 나우헬 몰리나를 대신해 곤살로 몬티엘을 넣었다. 이후로는 네덜란드 진영의 좌측, 즉 아르헨티나의 우 측면 공격이 활발했다. 아르헨티나는 그쪽에서 계속해서 데드볼 상황을 맞았다. 연장 후반 5분 무렵엔 리오넬 메시가 공을 이어받아 직접 감아차기를 시도하기도 했다. 연장 후반 6분엔 디펜더 리산드로 마르티네스 대신 ‘요정’ 앙헬 디 마리아가 루사일 아이코닉 스타디움에 등장했다.

연장 후반 8분, 라우타로 마르티네스가 컷백 상황에서 좋은 슛 찬스를 맞았다. 볼도 발에 잘 맞췄다. 그러나 문전 앞을 굳건하게 지키고 있던 버질 판 다이크가 라우타로 마르티네스의 슛을 몸으로 수비해냈다. 연장 후반은 세트피스 상황을 제외하고는 전반적으로 아르헨티나의 페이스였다.

막판엔 라우타로 마르티네스의 힘 실린 왼발슛이 네덜란드 골문을 겨냥했다. 안드리스 노페르트 골키퍼가 잘 쳐냈다. 이젠 완전히 정신력이었다. 체력을 넘어 정신력으로 게임을 버텨내야 하는 시점이었다. 연장 후반 15분, 앙헬 디 마리아의 코너킥은 날카롭게 꺾여 유효슛이 됐다. 곧바로 이어진 엔초 페르난데스의 슛은 골대를 맞고 흘러나왔다. 아르헨티나로서는 불운이었다. 결국 경기는 이렇게 승부차기로 향했다.
 

승부차기에서 웃은 건 아르헨티나였다. 아르헨티나는 에밀리아노 마르티네스 골키퍼의 미친 선방을 앞세워 네덜란드의 패기를 잠재웠다. 경기 얼마 전엔 우승후보로 꼽히던 네이마르의 브라질이 탈락했는데, 리오넬 메시와 아르헨티나는 같은 길을 걷지 않았다. 이로써 아르헨티나는 2014 FIFA 브라질 월드컵 이후 8년 만에 다시금 4강 이상에 도달했다. 리오넬 메시가 라스트 댄스를 추기에 최적의 그림으로 나아가고 있는 셈이다. 반면 좋은 전력으로 평가받던 네덜란드는 카타르 여정을 8강에서 멈추고 말았다.

이제 리오넬 메시의 아르헨티나는 2018 FIFA 러시아 월드컵 준우승국인 루카 모드리치의 크로아티아와 4강에서 격돌한다.

 

 

글=조남기 기자(jonamu@soccerbest11.co.kr)
사진=ⓒgettyImages/게티이미지코리아(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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